소복훤의 눈빛은 살짝 가라앉았다.
그는 마치 "오행설"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았으나 아요가 옆에 있던 탓에 결국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붉은 기둥 옆에 있던 사람이 그를 바라보더니 잠시 후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왜 그렇게 쳐다봐?" 오행설이 물었다.
소복훤은 턱을 들어 온 바닥의 피와 미치광이 아요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나한테 묻는 거야?" 오행설은 바닥의 의오생을 쳐다보며 잠시 조용해졌다.
이전에 사마를 산책시키며 온 도화주를 돌아다닐 때 그는 정신이 무척 또렷했다. 지금 피웅덩이 옆에 서 있는 그는 목소리가 낮았고 피부색은 조금 창백하여 괜히 나른해 보였다.
그런 표정을 보자 소복훤은 살짝 눈썹을 찌푸리고 시선을 옮겼다.
그는 갑자기 묻고 싶지 않아졌다.
오행설이 입을 열기 전에 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됐어."
소복훤은 손 안의 뽑지 않은 검을 돌려 칼집으로 가볍게 아요의 손등을 두드렸다.
아요는 갑자기 손을 움츠렸고 그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장검은 "쟁그랑" 하며 바닥으로 떨어져 한 바퀴 굴렀다. 손잡이 위의 은빛 술과 부용옥패는 피를 머금었고 옥패의 "오생" 두 자는 구불구불한 핏줄기 가운데 되려 선명해졌다.
아요는 멍하니 옥패를 바라보다 힘이 빠진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소복훤은 옷자락을 걷고 의오생의 앞에 웅크리고 앉아 손가락으로 상대의 이마를 받쳤다. 그가 막 영을 찾으려 할 때 붉은 기둥 옆의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등불이 그 사람을 회색빛으로 비추었고 그 그림자는 붉은 기둥 옆에서 옮겨와 그의 곁에서 멈추더니 한 덩어리가 되었다.
소복훤의 동작이 멈추었고 그는 곁을 힐끗 보았다.
오행설이 얌전히 그의 곁에 웅크리고 앉은 것이 보였다. 그는 먼저 굳어 있는 아요를 보더니 고개를 돌려 작은 소리로 말했다. "소복훤, 방금 저 미치광이가 이상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소복훤 "……."
이걸 생각할 필요가 있나? 명확한 거 아닌가?
그의 표정이 무어라 말하기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오행설을 바라보며 이 사람이 말을 이어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상대 역시 그를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고, 말을 계속 할 뜻은 없어서 "말을 잘 듣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얌전한 모습이었다.
"……."
소복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래도 소복훤이 움직였다. "그러니까 내가 의오서를 찾아갔을 때 여기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오행설은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는 원래 바닥에 주저앉아 있더니 갑자기 놀란 것처럼 펄펄 뛰다가 의오생의 검을 뽑아 뛰어갔어."
소복훤 "……."
오행설 "그 다음이 분명 이상한데, 그 미치광이가 칼로 한 번에 의오생을 죽였지."
의오생의 몸에는 검상 하나뿐이었는데 바로 심장 가운데였고 치우치지 않았으며 무척 날카로웠다. 보아하니 한 번으로 모든 것을 끝내고 더는 움직이지 않은 것이었다.
오행설 "미치광이 본 적 있어?"
소복훤 "……있어."
오행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말이 잘 통하겠네. 봤으면 분명 알겠지, 미치광이는 다급해지면 힘이 세. 하지만 손은 야물지 못해서 흥분할수록 더 떨지. 그렇지만 이 미치광이는 조금도 떨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어. 내 생각에……."
그는 아요를 바라보았고 살짝 넋이 나간 것처럼 고요했다. 잠시 후 그는 시선을 거두더니 다시 소복훤을 향했다. "누가 그의 몸을 빌려 썼나봐."
"……."
"누가 빌린 걸까?"
"……."
소복훤은 그를 바라보았고 사람은 이미 마비되었다.
한참 뒤 그는 차갑게 냉소했다. "몰라, 어쩌면 내가 빌렸나 보지."
말을 마치고 그는 더는 오행설을 보지 않았다. 그 사람은 답안에 놀랐는지 더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한참 뒤 그는 오행설아 "아." 하는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
……
맞다, 그가 감히 아, 했다.
소복훤은 무표정하게 의오생의 이마를 두드렸다. 아니나 다를까 통통 하는 헛음이 들려왔고 이전에 죽어간 무수한 사람들과 같았다. 다만 그 헛음 아래에 흐릿한 한숨이 있었다.
소복훤은 멈칫했다. 그는 거의 바로 의오생의 왼손을 잡고 엄지로 그의 손목을 눌렀다.
의오생의 피부 아래가 살짝 부풀며 다음 순간 그 부푼 곳은 뱀이 위로 달아나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것은 팔을 지나 목, 그리고 더 위로 올라갔다.
의오생의 흩어진 눈빛이 갑자기 모여들었다. 뒤이어 그의 눈동자 역시 움직이며 등불 아래 희미한 미광을 비추었다.
마치…… 그가 다시 살아난 것 같았다!
"소복훤." 오행설은 돌연 목소리를 내었고 심지어 아요라는 외부인이 있는 것도 잊어버렸다. 그는 본래 시선을 내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이미 눈을 들었고 깜빡이지도 않고 의오생을 응시했다. 잠시 후 그는 다시 소복훤을 응시했다.
소복훤은 시야 끝으로 전부 보았으나 눈을 돌리지 않고 "응." 하고 대답했다.
그의 손 동작은 멈추지 않았다. 의오생이 입을 열려 할 때 검은색 긴 천 두 개를 쥐고 그의 코와 입을 막았다.
"그는?" 오행설이 물었다.
소복훤이 말했다. "방금 검은 그의 체내의 사마를 사라지게 하는 거야. 지금 그의 입에 머금고 있는 것은 사마에게 먹히고 난 다음 한 가닥 남은 잔혼이야."
사람이 죽으면 자연히 되살아날 수 없다. 사마가 붙어 잡아먹힌 산 사람은 마지막에 이르러 유일하게 죽음만이 해탈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설에 의하면 선도에서는 상선의 선기를 빌려 약간의 잔혼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 선기가 사라지지만 않으면 한동안 이어갈 수 있다.
이 방법이 있기는 하나 쓰는 경우는 드물었다.
비승하여 신선이 되면 인간지사에 함부로 끼어들 수 없는 탓이었다.
선에는 선의 규칙이 있고 징계와 은상, 생과 사, 구하거나 구하지 않음이 영대의 천도에 따라 이루어졌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은 이것에 신경을 쓰고 저것은 신경을 쓰지 않고, 내일은 저것을 신경 쓰고 이것을 빠트리면 인간 세상이 완전히 혼란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의오생 자신도 무척 망연했다.
그는 사마의 빙의에서 벗어나 그 괴이한 웃음이 없어졌고 다시 따스한 불빛에 비춰지자 그야말로 미목이 온화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전의 무지몽매하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입을 열려 했으나 자신의 코와 입이 검은 천으로 꽉 들어찬 것을 느꼈다.
"읍읍——" 의오생이 오행설을 향해 두어 번 소리쳤다.
그가 손을 뻗어 검은 천을 제거하려는데 오행설이 손바닥으로 때렸다.
때리고 난 뒤에야 그가 소복훤에게 물었다. "이 천 빼내면 안 되는 거지?"
소복훤 "……."
그는 의오생에게 말했다. "움직이면 죽습니다."
의오생은 또 "읍읍" 했다. 비록 무척 괴로워하기는 했으나 결국 손을 내려놓았다.
오행설이 갑자기 물었다. "그러면 그가 지금은 살아난 셈이야?"
소복훤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은 아니었다. 이것은 그저 약간의 잔혼일 뿐, 아무리 선기로 버티고 있다고 하더라도 며칠 견디지 못했다. 그는 이런 방법을 많이 써보지 않았고 참고할 것도 적었다.
"아니야?" 오행설이 또 나지막하게 물었다.
소복훤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억지로 그런 셈이지."
"아." 오행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되자 그의 나른한 기운은 거의 없어진 것 같았다.
의오생이 바닥에서 일어났을 때 오행설은 의오생의 손목을 응시했고 몸 옆에 늘어진 엄지가 무의식중에 움직였으나 그 자신도 깨닫지 못했다.
그는 옷자락을 걷고 일어났다.
정원 밖의 화 가 사람들의 움직임을 살피려던 때 소복훤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렸다. "배우고 싶어?"
오행설은 멈칫하여 고개를 돌렸다. "뭐?"
소복훤은 의오생을 훑어보더니 다시 시선을 돌려 오행설의 손을 바라보았다.
오행설은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 "방금 사람을 구한 방법?"
그는 순간 조용해지더니 웃기 시작했다. "나는 몸에 선법이 하나도 없어 장점이 없으니 못 배워. 당신 이건…… 날 놀리는거야?"
"아니야."
"거기다." 오행설이 말했다. "내가 본 화본에선——"
또 화본…….
오행설은 순간 굳어서 그의 다음 문장을 기다렸으나 그가 입을 딱 다문 것이 보였다.
"뭐래?"
"화본에서 말하기론……."
오행설은 의오생과 아요를 보더니 손가락을 구부렸다.
소복훤 "……."
그는 살짝 고개를 숙여 조금 다가갔다.
오행설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화본에서 말하길, 신선과 범속에는 차이가 있어서 인간 세상의 사람들이 살든 죽든 신선들은 마음대로 간섭할 수 없대. 당신이 방금 의오생을 살려주고 나 같은 범부에게 선법을 가르쳐주려 하는데 이게…… 천규를 범한 셈 아니야?"
그는 마지막까지 말하고 눈을 들어 소복훤을 바라보았다.
소복훤은 키가 크고 얼굴의 옆선은 마르고 날카로웠다. 이렇게 고개를 숙이면 그 선이 더욱 선명해졌다. 말을 할 때는 몇 번 가볍게 움직이기도 했다.
소복훤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다 듣더니 "응." 했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아니야, 선도는 이미 없어졌어. 나는 지금 무슨 천숙상선이 아니야."
그는 오행설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나는 신식이 이 몸에 들어갔을 뿐이야. 네가 날 괴뢰로 만든 거 아니야?"
오행설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괴뢰가 어찌 영대의 천규를 범하겠어."
그는 말을 마치고 금빛이 흐르는 종이를 쥐더니 의오생에게 건넸다. "그대에게 물을 게 있으니, 대답하도록 하시오. 이 종이를 쥐고 있으면 내가 들을 수 있으니."
의오생은 멈칫하더니 종이를 받았다.
가장 묻고 싶었던 한 마디가 전해졌다. "왜 절 구하셨습니까?"
"귀찮게 할 일이 있소." 소복훤이 말했다.
그는 오행설을 가리켰다. "그 상태로 아직 혼몽지술을 할 수 있나?"
의오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복훤 "이후에 번거롭겠지만 그의 상황을 봐 주시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오행설에게 말했다. "그는 혼몽지술에 능한데, 지금은 네가 이해하지 못할 수있어. 그가 손을 뻗어 알아본다면 네가 어디에서 온 생혼이며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는 거다."
오행설 "……."
의오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행설 "……."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었으나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소복훤은 그를 힐끗 보더니 방문을 열고 의오생에게 말했다. "지금 또 다른 중요한 일이 더 있는데, 그대의 집안 사람에게 명백하게 설명하는 것이오. 가령 당시의 소문에 관한 것 말이오."
의오생이 정원 밖의 새카만 사람들을 보고 이렇게 말할 줄 어찌 알았겠는가. "가주가 있으니, 아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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