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조정과 화 가 제자들은 그 눈보라의 장벽에 가로막혔다.
소복훤이 막 장벽을 치우려다 그 말을 듣고 손을 멈추었다. "아니 된다고?"
의오생은 얼굴을 굳혔다. "그가 듣게 해선 안 됩니다."
"그대의 가주에게도 문제가 있소?"
"그와 저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일이 이미 오래되어 뿌리가 깊으니 놀라게 해선 안 됩니다."
오행설은 그의 잔혼만 남은 모습을 바라보았다. "시일이 오래되었다는 건 얼마나 오래되었다는 겁니까?"
의오생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십 여 년이 되었습니다."
그가 처음으로 자신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벌써 이십 여 년 전이었다.
***
그날, 의오생은 애도爱徒 아요를 데리고 청심당에서 새로운 약을 달이고 있었다.
선문 사람들이 즐겨 쓰는 단약은 종류가 많고 복잡하나, 사람들이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은 몇 종류에 지나지 않았다—— 수행을 증가시키고, 수명을 늘리며 상처를 치료하고 목숨을 구하며, 목숨을 거두는 것도 있다. 남은 것은 희귀하고 기이한 것들인데 대부분은 이름도 완전하지 않은 단약으로 각 문파에서 스스로 사용하는 것이라 문파마다 특색이 있었다.
의오생이 만든 무몽단無夢丹이 바로 도화주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이러한 약을 만든 것은 그 해에 어양성 밖 요지인 대비곡大悲谷에서 빈번하게 사고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곳을 지나는 백성이나 선가 제자들이 골짜기를 나설 때는 약간의 이상함도 보이지 않으나 삼 일이 지나기 전에 기이한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들의 뒷목에 갑자기 괴뢰인 같은 흔적이 나타나고 종종 몸이 가렵다고 느끼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디가 가려운지 알 수가 없어 참지 못하고 온몸을 긁게 됐다. 어떤 사람은 결국 가슴에 병이 도진 것처럼 전신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또 다른 문제는 몽유병이었다. 그들이 밤에 잠에 들면 꿈 속에서 자신이 무척 배가 고파 도처로 음식을 찾아다니는 꿈을 꾸었다. 얼마나 찾았을까, 마침내 노점을 찾아낸 그들은 자리에 앉아 우적우적 신선한 고기를 씹었다.
갑자기 꿈에서 깨어나면 자신이 정말로 손에 무언가 들고 있고, 정말로 밤새 먹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이들은 과일과 채소를 들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날생선과 날고기를 들었으며 또 어떤 이들은…… 사람을 들고 있었다.
이 상태는 사마가 깃든 것과 거의 다를 바가 없어 각 선문은 자연히 방임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잇달아 사람을 보내 조심스레 조사하여 이유를 알아내려 했다. 하지만 조심해도 소용이 없었는데, 간 사람의 대부분은 이에 걸렸고 다행히 무탈한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당시 가장 손실이 큰 것은 봉 가였다.
봉 가와 도화주는 줄곧 사이가 좋았던 탓에 봉 가 가주 봉거연과 형장 봉비시가 직접 와 문하의 제자들을 대신하여 약을 구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도화주의 의오생이 혼몽지술에 가장 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대비곡에서 당한 사람들은 모두 꿈 속에서 사람을 먹고 고기를 씹었다.
때문에 한동안 도화주의 문턱은 닳아 없어질 것 같았다.
의오생은 7일 간 문을 닫고 물과 쌀도 들이지 않으며 자지도 쉬지도 않고 나서야 약 하나를 만들어 냈는데, 무몽단이라 했다.
대비곡에서 당한 이들이 한 달 내 무몽단을 복용하고 칠칠사십구일 봉혼하고 나면 다시 깨어났을 때 평소와 같이 회복할 수 있었다. 유일한 위험은 봉혼이 너무 길기 때문에 오감 중 하나를 잃는 것이었다.
만약 한 달이 넘었다면…… 무몽단을 한 단지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것은 신선이 온다 해도 구하기 어려웠다!
그는 한 해를 모두 무몽단을 만드는 데 썼고 때때로 잠도 자지 않고 쉬지도 않아 한 무리의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다. 가주 화조정은 그가 지칠까 염려하여 문하 제자들에게 어떠한 잡일이든 의오생을 번거롭게 하지 말 것을 분부했고, 제자 몇 명을 골라 그를 도와 청심당을 꾸려나가도록 했다.
그 해 말, 겨울 무렵 대비곡이 봉인된 지 한 달 여가 지나 더는 새로이 당하는 이들이 없어졌다.
의오생은 드디어 약간의 틈을 얻었다.
그날, 꽃독에 묻힌 것이 마지막 무몽단이었다.
"이 무몽단은 보통 단약과 달라서 불에 닿아선 안 되고 단로에 들어가지 않는다. 깨끗한 모래로 삼 척 아래에 잘 묻고, 매일 모래 위에 샘물을 뿌려야 한다, 으——"
의오생이 아요에게 당부하고 있을 때 문득 목 뒤가 조금 간지러움을 느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긁었다.
"물은 얼었던 적이 있던 것이 가장 좋다, 절대——" 그는 말하며 또 조금 가렵다고 느껴져 아예 손 안의 단약 시루 받침을 아요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한쪽으로 몸을 피했다.
그는 잠시 긁다가 뒷목이 따가워져 방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막 몸을 돌리자, 아요가 가볍게 "아." 하며 말하는 것이 들렸다. "사부님, 목에서 피가 나십니다. 제가 지혈제를 발라 드리겠습니다."
몇 번 긁었다고 피가 나는가?
의오생은 가슴이 답답해져 손을 흔들었다. "괜찮다, 넌 계속 무몽단을 묻거라. 난 방에 들어가마."
방 안에는 어린 청소 제자가 약장과 침상을 정리하고 있었다.
의오생은 급히 안으로 들어왔고 그의 손가락에 아직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자 제자는 급히 지혈제를 꺼내들었다. "선생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의오생은 모래와 피가 묻은 자신의 손가락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않으며 탁자 옆에 앉아 제자가 약을 바르기를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렸으나 제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러느냐?"
"선생님, 그게……." 제자의 목소리에는 조금 힘이 없었다.
의오생이 고개를 돌리자 약사발을 들고 있는 그의 얼굴이 창백한 것이 보였다.
"왜 얼굴이 이렇게 창백하지? 살이 벗겨지는 걸 적게 본 것도 아니면서 긁은 자국을 좀 봤다고 이렇게 놀라다니." 의오생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여 천을 들어 손을 닦았고 약사발을 받아들어 스스로 바르려 했다. 그때 제자가 손을 떨며 약사발을 바닥으로 떨어트리자 지혈제가 온 바닥으로 쏟아졌다.
의오생은 멈칫하여 옷자락을 들고 급히 안으로 들어가 구리 거울 두 개를 꺼내들어 비추어 보았다.
그는 구리 거울 속 자신의 긁은 자국이 선명한 뒷목에서 피가 얼마나 떨어지고 있는지 보았는데, 그것은 보통 사람이 긁어서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되려 날카로운 발톱으로 긁은 것 같았다.
그 몇 개의 흔적 아래 약간의 먹 자국이 남아 있어 대비곡에서 당했던 사람들과 무척이나 비슷했다.
순간 의오생의 전신에 오한이 일었다.
그는 구리 거울을 내려놓고 상자를 뒤져 지난번 남은 무몽단을 찾아냈다.
보통 사람들은 무몽단 하나면 충분하다.
그는 하나를 통째로 삼키고 옷을 갈아입을 겨를도 없이 침대에 누웠다.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눈을 뜨고 누워 있었어도 조금도 봉혼할 기색이 없었다.
그는 다시 침상에서 일어나 손가락을 떨며 병을 집어 들었고 무몽단을 쏟아내어 전부 삼켰다…….
이번에 그는 잠이 들었으나 봉혼된 것은 아니었다.
무몽단은 그가 직접 만들어 낸 것이니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그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당한지 한 달이 넘으면 아무리 많이 먹더라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그 이후의 일들을, 그는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설령 기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있었다—— 몸에 실린 사마는 놀라 빠르게 혼과 살을 먹어치우고 이 몸을 차지하여 새로운 주인이 된다. "그"는 여전히 평소에 하는 일들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이상함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며, 기아감이 찾아오기를 기다릴 것이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사마에게 찾아오는 기아감은 견디기 어려우며 산 사람의 영과 살을 먹이로 삼는다.
이따금 의오생은 약간의 의식을 되찾았다. 마치 일말의 잔혼이 차마 떠나지 못하고 주권을 차지하려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잠시 깨어났을 때 그는 약을 발라주던 제자가 책장 옆에서 청소를 하며 그를 향해 허리를 굽혀 "선생님" 하고 부르는 것을 보았다. 그는 상대의 뒤통수를 두드려 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텅 빈 목탁 소리가 났다.
두번째로 잠시 깨어났을 때는 바로 이십 오 년 전의 그 추운 밤이었다. 아요는 미친 것처럼 당 앞에서 울며 소리를 질렀고 그의 형장 의오서는 웃으며 피바다에 누워 있었다. 그의 처와 딸 그리고 아버지는 다른 사람에게 몸을 맞아 제자와 같은 헛음을 내었다.
그는 선문 출신으로 일찍이 그 재능이 뛰어났다. 그날 밤 갑자기 온갖 풍파를 겪게 되었다.
그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깊은 밤, 그는 영신을 소모하며 약간의 의식을 붙잡기 위해 발버둥치며 가주가 머무는 전화당으로 달려갔다. 그는 화조정에게 알려 사당 장로의 자리를 내놓고 자신의 손 안의 모든 일을 맡기며 화조정이 자신을 죽이게 하려 했다.
몸에 깃든 사마는 그가 자살하도록 두지 않기 때문에, 그는 반드시 그를 억제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그를 죽이도록 해야 했다.
의오생은 비틀거리며 전화당에 도착했고 예의를 차릴 틈도 없이 문을 열어 젖혔다.
화조정은 주둥이가 긴 주전자를 들고 허리를 굽힌 채 벽 옆의 꽃항아리에 물을 주고 있었다.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그의 얼굴은 피로해 보였다. 그는 의오생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생 이 녀석, 만약 문하 제자가 내가 금지령을 내린 이후에도 허락 없이 전화당으로 뛰어들었다면 분명 엄히 벌을 주었을 거다."
의오생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의식이 곧 사라질 것을 직감했고, 반드시 그 전에 모든 일들을 끝내야 했다.
그래서 그는 "퍽"하고 탁자 앞에 부딪치며 화조정의 팔을 붙잡았다. "가주……."
그 순간 그는 힘이 무척 세어 화조정 역시 탁자에 부딪치며 몸을 숙였다.
그래서, 의오생은 그의 뒷목을 보았다.
화조정의 뒷목 위에도 반 쯤 아문 긁은 흔적이 있었는데, 그 흔적 아래에 약간의 먹 자국이 있었다.
순식간에 의오생의 눈동자가 움츠러들었고 찬 기운이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쏟아졌다.
"왜 그러지?" 화조정이 그에게 물었다.
의오생은 혀 끝에서 말을 바꾸었다. "제…… 제가 한동안 폐관해야겠습니다."
***
의오생의 안색은 창백했고 표정은 고요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멍하니 아요를 바라보았다. "아요는 평소 성격이 열정적이며 진중하여 큰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며 선문 제자입니다. 누가 살해당하는 것을 보았다 해서 저리 놀라지 않을 겁니다. 누군가 그에게 금술을 걸어 말을 하지 못하게 한 겁니다."
"제가 이후에 청심당으로 돌아왔을 때 한 가지 일을 할 시간 밖에 없었습니다." 의오생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바로 그에게 금술을 하나 더 건 것입니다. 금술을 중복하여 건 이상, 적어도 도화주에서는 아무도 풀 수 없지요. 금술이 지속되는 한 그는 미쳐 있을 겁니다."
"전 그가 만약 깨어났을 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할까 두렵습니다. 이 도화주에서 아무도 그를 도와줄 수 없지요."
어쨌든 아요는 어려서부터 의오생을 따랐으며 의오서가 죽은 모든 과정을 목도했으니 깨어난 뒤에는 반드시 의오생에게 분명히 말해야 한다. 만약 의오생의 뒷목의 흔적을 다시 보게 된다면 십중팔구 그 청소 제자와 같은 결말을 맡게 될 것이다.
"그 이후에 저는 다시는 깨어난 적이 없습니다, 오늘까지는요." 의오생은 정원의 짙은 어둠을 넘어 눈보라의 장막 밖 그림자들을 바라보았다. "사마가 놀라 흥분하는 일이 없다면 이십 오 년 역시 이렇게 지나가게 됩니다. 가주는 검으로 길에 오른 사람으로, 백 년 간 비승하여 신선이 되는 것에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하나이니 그의 몸에 깃든 사마가 일단 놀란다면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희 도화주의 천여 제자는 아마 모두——"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 곁에서 검의 그림자가 이미 검집에서 나온 것이 보였다.
의오생 "?"
"당신—— 절대, 절대 아니 됩니다!" 의오생은 종이를 찢지도 못하고 점잔을 떨지도 못하며 소리쳤다.
"아이, 늦었네. 쉬고 있어요." 오행설이 그를 잡아당겼고 몸을 돌려 소복훤이 서리처럼 서늘한 한기를 띈 검의를 품은 채 고개를 기울여 의오생에게 묻는 것을 보았다. "그의 수행이 어찌하다고?"
"거의 비승했다고요!" 의오생은 힘을 주어 말했다.
소복훤은 담담하게 반복했다. "아, 거의."
말이 떨어진 그 순간, 그 검의 그림자는 이미 하늘을 가로질러 만 줄기 금광이 되었다. 그것은 구천의 천둥소리와 함께 눈을 가리는 눈보라의 장막 너머 화조정을 정확히 향하여 내리쳐 왔다!
'영업용번역 > 불견상선삼백년不见上神三百年 무료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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