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가의 제자들의 눈에 가주 화조정은 이미 자신의 검을 건드리지 않은지 오래였다.
선도가 없어진 뒤, 선문에서 선문에서 가장 비승에 가까워진 몇 명은 인간 세상의 지극히 높은 자가 되어 아무도 적대하지 못했다.
비록 최근 몇 년은 사마가 횡행하여 갈수록 거리낌이 없었으나 매번 토벌할 때는 선문의 힘을 모았고, 정말 화조정이 진지하게 검을 뽑아야 할 상황은 드물고 또 드물었다.
지난번은 아주 오래 전 가명지야葭暝之野에서였다. 화 가와 조야성 사람들이 좁은 길목에서 마주쳤다. 흑보살은 성주 오행설의 무슨 악업을 도왔는지, 화조정의 검에 가로막혔다.
화조정은 검으로 이 길을 걸었고 비록 평소에 말을 할 때에는 예의가 있고 겸손했으나 그것은 가주 자리에 오래 앉아 있으며 문파의 사무를 상대하여 길러낸 기질이었다.
그의 초식을 본 사람은 다들 알고 있다. 그의 검도에는 자연히 서늘한 속도와 하늘을 찌르는 패기가 있었다.
어쩌면 비승에 가까운 몇 명 중 그가 가장 대단한 이는 아닐지 모르나, 분명 건드리기 좋은 이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 때, 금색 검광이 구름을 꿰뚫고 떨어지는 찰나, 화 가의 모든 제자는 금석이 길게 우는 소리가 도화주 전체에 울리는 것을 들었다——
화조정이 검을 뽑았다!
제자들은 순식간에 피가 끓었다.
당시 가명지야에 있던 이들은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가주의 장검은 칼집에서 나온 이후 무척이나 절묘했고 기세가 대단했다.
지금 다시 볼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하여, 화 가의 천 명에 가까운 제자들은 손목을 돌렸고 천만의 비검이 순식간에 방향을 틀었다! 화조정과 함께, 검 끝은 일제히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금빛 거검을 향했다.
비검이 막 나오는 순간, 제자들의 안색이 일제히 바뀌었다!
그들이 화조정의 검을 본 것이었다.
당시 칼날을 감사던 청명한 검기는 종적을 감추었고 그 자리를 거미줄 같은 붉은 실이 자리했다. 검의 칼자루가 아래를 향하자 검 전체를 가득 메웠다. 가까운 이들은 검에서 비릿하고 달콤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가 검을 뽑은 순간 정원 가득한 가죽들과 머리, 사마의 잔재가 소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이 검에 문제가 있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거친 파도가 일었다. 하지만 뒤이어, 그들의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스쳤다——
만약 문제가 있는 것이 검이 아니라면?
만약…… 이 밤 그들을 이끌어 사마를 토벌하던 가주의 본 뜻이 사마를 뒤쫓으려던 것이 아니라 저 참배를 온 사마의 잔해와 의오생 선생과 같았다면?
25년 간, 도화주 안 모든 제자들은 매일 밤낮으로 형당에 가야 했고, 이는 사마가 깃든 누군가가 그 속에 숨어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형당 장로 자신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명령은 가주가 내린 것으로 오직 두 사람만이 한 번도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 하나는 몸이 좋지 않아 종종 폐관하는 의오생이었고, 다른 하나가 바로 가주 화조정 자신이었다.
제자들은 두피가 저릿해졌다! 하지만 이 순간 다시 몸을 움직이려 해도 이미 늦었다. 그들은 고개를 들 틈만 있었을 뿐이었다——
수많은 비검이 금광에 다가가지 못하고 가루가 되는 것이 보였다. 그 이후 순식간에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제자들은 전신을 떨었다. 마치 누군가 두개골을 두드린 듯, 칼자루를 쥔 손가락이 저려왔다.
무수한 "쨍그랑" 하는 소리가 울리며 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법기를 잃었다.
그들은 그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가주 화조정이 혈검을 돌리며 흐릿한 사기를 지닌 검 끝이 위를 향하는 것만을 볼 뿐이었다! 검의는 하늘로 치솟으며 그 금빛과 매섭게 부딪쳤다.
쨍——
금석이 서로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눈부신 빛에 그들은 눈을 감았고 이어 어떤 쨍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어렵사리 눈을 떴고 그 금빛을 지닌 거검이 화조정의 검 끝에 닿은 채 힘있게 내리누르는 것을 보았는데, 관통하는 기세와 힘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화조정은 깜짝 놀랐다!
그는 그가 막을 수 없는 검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여 표정이 순식간에 흉악해졌다.
뒤이어 그는 또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 검을, 어찌 막지 못할 뿐일까.
그 금빛 거검의 날카로움 아래, 그의 검의는 허구와 같았고 장검 역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거검이 아래로 내려오자 그의 검은 산산조각이 났다.
마지막, 화조정은 손을 놓았고 칼자루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돌바닥을 디디며 뒤로 몇 장 물러났고 검은 피를 토했다.
그 자리의 사람들은 아무도 이런 결과를 맞닥뜨릴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은 경악한 얼굴이었고 마음 속에는 더욱이 큰 파도가 일었다.
"서오원에 있는 게 대체 누구지?!"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들은 더욱 이렇게 물어야 했다. "한밤중에 손님방에서 사라진 손님 두 분이 대체 누구인가?"
성 공자와 그의 괴뢰 가운데 반드시 사람의 가죽을 쓴 사마가 있어야만 도화주의 모든 산 사마와 죽은 사마가 참배를 오는 상황이 말이 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당장로 의오생과 가주 화조정조차도 막을 수 없는데, 저 가죽을 쓴 사마가 대체 누구인가?
이렇게 생각하자 결과는 무척 두려웠다.
제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새벽에 도처를 떠돌던 소문을 떠올렸다—— 창랑북역이 무너졌고 그 안에 25년을 갇혀 있던 대마두 오행설이 어쩌면 살아있을 수도 있고, 심지어 이미 나왔다고!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전광석화 사이 머릿속에는 무수한 가능성이 스치며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들은 다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금빛 거검이 화조정의 검을 깨트리고 지면에 난폭하게 부딪치며 돌 깊숙이 박힌 채 웅웅 떨리며 여음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금빛이 흩어지자 거검의 그림자 위의 글자가 선명하게 사람들의 시선 속으로 들어왔다.
그것은 "면免"자였다.
사람들 "……."
사람들 "??????"
***
사람들이 경악에 빠져 있을 때, 화조정의 반격은 성공하지 못하고 검은 안개가 되어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그는 위압감에 혼비백산하여 거의 본능적으로 그가 머무는 곳인 전화당으로 파고들었다. 막 방 안에 나타나자 마자 다시 금빛 검의 그림자가 어깨 뒤를 꿰뚫어 사람 전체를 바닥에 못박았다.
검기는 날카로워 방 안까지 난장판이 되었다. 책상과 의자는 뒤집히고 침상은 무너졌으며 창가의 꽃 항아리 역시 흔들리며 깨졌다.
오행설 등이 방 안으로 쫓아 들어갔을 때 본 것이 바로 이 장면이었다.
"그는——" 의오생은 종이를 쥔 채 큰 걸음으로 화조정의 곁으로 다가갔으며 내민 손가락은 조금 떨리고 있었다.
이마를 건드려 영을 탐사하기 전, 누군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안 죽었소."
그는 고개를 돌렸고 소복훤이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 거대한 검이 갑작스레 내리쳐 왔을 때, 의오생은 멀리 떨어져 있어 그 그림자를 자세히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소복훤 본인의 곁에 있어 막 목이 쉬도록 "절대 아니 되오" 하고 외쳤을 때 소복훤의 검집 위의 면 자를 보았다.
그래서 그의 "오" 자는 음이탈이 났다.
그 이후 그는 자신이 쥐고 있는 종이 위에도 사실 면 자가 쓰여 있는 것을 알아차렸는데, 구석이고 붉은 진흙이 묻은 것 같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아예 보이지가 않았다.
의오생: "……."
그는 당시 종이를 쥐고 깜짝 놀라 검을 뽑은 사람을 보곤 잠시 후에야 한 마디 물었다. "혹시 성함이?"
이 말에 무엇이 즐거운지, 옆에 있던 "성 공자"가 갑자기 웃었다.
면 자 검을 들고 있던 사람은 성 공자를 힐끗 보더니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보며 입술을 움직였다. "소."
의오생 "……."
그래.
어쨌든, 그 "소" 자 이후로 입이 틀어막힌 의오생은 정말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그대로 화조정을 쫓아 전화당에 갔을 때 바닥에 쓰러진 화조정을 보았다.
아무런 느낌이 없다고 하면 분명 가짜였다.
의오생은 열네 살에 화 가에 들어와 열 일곱이던 화조정과 열한 살이던 화조대를 알았고 그 이후 화 가 남매와 함께 공부하고 서로를 사귀어 지금까지 백 년에 이르렀다.
백 년은 평범한 백성들에게 있어 평생 하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당시 화 가 제자당에서 그는 단약을 빻다 늦게 잠들어 선생님이 검심 검도를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며 머리를 받치고 졸았고, 뒷자리의 남매가 깨우곤 했었다.
그 멍하고 놀라운 느낌은 분명 어제와 같았으나, 이미 백 년 전 일이었다.
그 잘 웃던 아가씨는 도화림에 묻힌 지 25년이었다. 다른 이는 소년 시절 규칙을 가장 싫어했으나 화 가의 가장 큰 규칙이 되어 낭패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사마가 혼백을 잡아먹혀 그와 동병상련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 그가 가장 알고 싶은 것은 다른 것이 아닌 눈 앞의 이 잔혼이 남았을지 아닐지 모를 사람이 죽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죽이지 않았소." 소복훤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저 억지로 그 사마가 난동을 부리지 못하도록 억눌렀을 뿐."
"좋, 좋습니다." 의오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목소리로 반복했다.
그는 무척 겁이 났으나 손가락은 그래도 화조정의 이마를 향해 뻗었다. 화조정의 상태는 그보다도 더욱 심하여, 거의 어떤 잔혼의 움직임도 알아볼 수 없었다.
***
오행설은 한쪽에 서서 묵묵히 바라보았다. 화조정의 손가락이 땅을 쥐며, 눈빛은 뚫어져라 어딘가를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다들 말하길, 사람들은 생사가 위급한 순간 무의식적으로 비밀을 누설한다고 한다—— 물건을 숨긴 장소를 바라보고,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다.
사마라 할지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화조정이 지금 바라보고 있는 것도, 매일 서서 지켜보던 꽃 항아리였다.
그 꽃 항아리에 있는 것은 특상품의 작은 복숭아꽃으로, 잘 관리를 하여 한겨울인데도 시들지 않고 여전히 푸르렀다. 가지 하나는 심지어 새로운 꽃봉오리를 맺기도 했다.
이때는 꽃 항아리가 갈라져 작은 꽃나무가 비뚤어지며 쓰러져 젖은 진흙이 뿌리와 함께 바닥으로 흐트러져 진흙 아래의 모래와 자갈이 드러났다.
이런 복숭아 꽃을 어떻게 모래와 돌로 기르겠는가?
오행설은 잠시 생각하다 항아리 곁으로 걸어가 옷자락을 걷고 몸을 웅크리더니 손가락으로 젖은 모래 사이를 몇 번 만지작거렸다.
그의 검지가 도자기 조각을 헤치자 달그락하는 소리가 났다.
"뭘 찾는 거지?" 소복훤의 목소리가 정수리 위에서 들려왔다.
오행설은 고개를 기울여 그를 보다가 다시 모래를 뒤적이며 말했다. "아까 당신이 물건을 찾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무슨…… 누가 가져갔다가 다시 가져온 물건?"
그는 몸을 일으키고 손의 모래를 털곤 다시 나무 선반에서 깨끗한 천을 찾아 손가락을 닦으며 말했다. "그가 계속 여길 바라보고 있기에, 대신 뒤적여 봤어."
의오생은 이 말을 듣고 종이를 쥐고 따라왔다.
그는 한 손으로 모래와 자갈을 뒤적였고, 손가락이 갑자기 멈추더니 뒤이어 다급해졌다.
꽃 항아리 중 하나의 모래 속에 이상한 잡동사니가 묻혀 있는 것이 보였다—— 나무 비녀, 제자 요패, 몸에 지니고 다니는 머리장식 혹은 화 가 전령이 사용하는 비단주머니 같은 것들이었다.
종류는 다양하고 모양은 달라 오래된 것과 새 것이 섞여 있어 한 사람의 물건 같지 않았다. 흡사 화조정이 여러 사람에게서 가져와 이곳에 묻은 것 같았다.
"다 누구 거지?" 오행설은 요패를 쥐고 보았다.
의오생은 전신이 뻣뻣해져 잠시 후에야 말했다. "제자의 것입니다."
다 화 가 제자들이 자주 몸에 지니고 다니는 물건들로 자주 잃어버리고, 없어져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행설은 문득 이전에 접객 제자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들이 매일 아침저녁으로 형당에 가 사마가 몸에 붙는 것을 피하지만, 그래도 매달 목숨을 잃는 제자가 나온다고.
보아하니…… 그 제자들이 대체 어째서 목숨을 잃었는지 지금은 답이 나온 셈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매우 모순적이었다.
그는 또 화 가에 오기 전 춘번성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들은 화 가가 홀로 강과 바다를 지키며 도화주에 자리하나, 어떤 백성도 그곳에 모여 살지는 못하게 했다. 도화주는 지세가 위험하여 사마가 침입하기 쉬워, 백성이 가게 되면 고기와 생선 신세라 생명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는 춘번성에서 가장 큰 문파에 제자가 그리 많으니 백성을 적당한 위치에 둔다면 전혀 지켜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른 문파도 할 수 있는 일인데 유독 화 가만 예외라니, 사실 이상한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흡사 화조정이 매달 참지 못하고 제자들을 삼켜 배를 채우며 다른 한 편으로는 백성들이 그에게 다가갈까 염려하는 것 같았다.
오행설은 오래된 요패를 손에 쥐고 멍하니 넋을 놓았다.
잠시 후 의오생이 낮게 소리를 치는 것이 들렸다.
그가 다른 꽃 항아리에서 변형된 잔을 하나 꺼내는 것이 보였는데, 그 위에는 작은 구멍이 있었다. 그가 잔을 열어 보니 안에는 단약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단약이 꽃 항아리 속에 얼마나 묻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맑은 윤기가 흐르고 있어 잘 보존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의오생의 목덜미가 움직이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무몽단……."
화조정이 매일, 매일 이 꽃 항아리에 물을 주더라니. 이치를 따지자면 그 복숭아 꽃은 이렇게 관리할 수가 없다. 그가 무의식적으로 그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을 관리한 것이 아니었다면.
그것은 무몽단이었다…….
걸리게 되고 한 달 안에 무몽단을 먹게 되면 살아날 수 있다.
그는 사마에 씌인 이후 얼마나 지난 뒤에 알게 되었을까? 그역시 그렇게 무몽단을 허겁지겁 삼킨 적이 있었을까? 발버둥 친 적이 있었을까? 어떤 제자도 전화당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을 때 그는 잠시 깨어있었을까?
그날 밤, 자신이 비틀거리며 그를 찾아갔을 때 그에게 아직 잔혼이 남아 있었을까?
의오생은 생각하면 할수록 한기가 일었다.
그의 손가락은 항아리에 긁혀 상처가 났으나 더는 피가 흐르지 않아 흰 상처만 남아 보기에 조금 무서웠다. 그러나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다시 마지막 항아리를 뒤집었다.
이번에, 그는 상자를 하나 찾아냈다.
상자가 뒤집히던 순간.
소복훤은 고개를 돌렸다. 그가 약간의 선기의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상자의 원형의 구멍을 보았는데, 구멍 안에는 작은 은방울이 꽂혀 있었다. 백옥으로 만든 것으로 가장자리가 가늘게 장식이 되어 있었다.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그는 이 물건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몽령夢鈴이라고 한다.
다른 방향으로 아홉 번 흔들면 한바탕 꿈을 꾸게 만들 수 있다.
'영업용번역 > 불견상선삼백년不见上神三百年 무료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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