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가 춘번성을 지날 때 바깥에는 눈송이가 흩날려 분분히 마차 안으로 날아들었다.
소복훤이 칼자루를 흔들자 천이 미끄러지며 떨어졌다.
창 위에는 두꺼운 모전이 붙어 있어 마차 밖의 하늘빛을 완전히 가리자 안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화 가의 마차 안에는 무엇이든 다 있었는데, 담요는 가지런하게 개어져 있었고 탕파 안은 영약으로 훈향한 것 같은 냄새가 났다.
오행설은 소매 속에 배에서 가져온 손난로를 넣고 차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그는 이렇게 따뜻하고 어둑한 곳을 좋아했는데, 혼곤히 잠이 오고 편안해서였다.
그는 손난로를 끼고 있었고 곧 잠에 들 것 같았다. 그러나 눈동자는 반 정도만 감겨 있었고 시선은 긴 눈매 사이에서 마차 문가의 큰 그림자로 향했다.
***
사실 의오생은 틀리지 않았다. 오행설은 분명 알고 있었다.
그가 처음으로 자신이 이상하다고 깨달은 것은 도화주에서였다. 아묘가 소란을 떨며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와 그를 붙잡으려 했다가 소복훤에게 가로막혔다. 그 순간 그는 아묘의 눈을 보았다.
미치광이의 눈은 혼탁하며 초점이 맞지 않는다. 하지만 오행설의 머릿속에 순간 그 눈동자가 경악으로 휘둥그레 커진 모습이 스쳤는데, 창틀을 사이에 두고 그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마치 그가 이전에 어딘가에서 본 듯했다.
그래서 그는 접객 제자에게 물었다, 저게 누구지?
접객 제자는 말했다. "그는 아요이며, 오행설 때문에 미쳤습니다."
그 찰나 그가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정확히 말하기 어려웠다. 그는 다만 자신이 순간 조용해졌고, 무의식적으로 소복훤을 바라보았던 것만 기억이 났다.
그는 마찬가지로 자신이 왜 소복훤을 바라보았는지 말하기 어려웠다.
어쩌면 누군가 그에게 "넌 그 마두가 아니고, 방금은 원 주인의 영신이 남아있던 거야"라고 말해주길 바랐던 것일 수 있었다. 그게 아니면…… 그는 그저 만약 자신이 오행설이라면 소복훤이 어떤 반응을 할지 알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었다.
작도의 어느 어른인가가 그에게 그는 어렸을 적 기민하여 한 번도 으스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되려 자신이 어떤 순간에는 약간 어리석기 바랐다.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었다.
화 가의 손님방에서 접객 제자가 탐혼부를 보고 그를 시험하려 할 때.
그의 머릿속에는 여러 추측이 오갔고, 무심코 손을 바꾸었다.
그는 사실 왜 손을 바꾸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고, 손을 바꾸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당연하게 일어났는데 그가 줄곧 이렇게 행동해 온 것 같았다.
그는 이유를 분명히 말할 수 없어 그 제자를 몇 마디 놀릴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그는 줄곧 정신을 팔고 있었다.
그는 마음 속으로 "어쩌면 아직 원 주인이 남아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도 입으로는 소복훤에게 "오행설은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사실 그 말을 한 순간 그의 마음 속에는 대부분 짐작 가는 바가 있었으나 아직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의오생을 만날 때까지는.
의오생이 그의 옷자락을 쥐고, 당시의 의오서처럼 그에게 자신을 죽여달라 애원할 때까지는.
그가 상자 속의 몽령을 보기 전까지는.
……
그는 마침내 인정했다. 세상에는 "작도"라는 곳이 없다.
그가 기운을 움직여 허공을 사이에 두고 아요를 떼어내고 아요의 손을 빌려 의오생을의 검을 뽑은 뒤, 상대의 심장에 꽂은 그 순간부터…….
그는 여전히 그 오행설이었다.
작도의 끝없이 이어지는 마차, 넓은 관도에 울리는 말발굽 소리, 시끄럽게 왔다 떠나는 백성들, 곡수에 술잔을 띄우던 연회, 한겨울의 사냥, 그리고 부에 있던 참새 호화령까지…… 모든 것이 생생한 꿈일 뿐이었다.
그는 그 꿈 속에서 25년 간 게으름을 피우다 마침내 눈을 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자신이 방울 소리를 들었던 것만 어렴풋하게 기억이 났다. 누가 방울을 흔들었고, 왜 25년을 잠들어 있었으며, 방울을 흔들기 전 무슨 일이 일어났었고 깨어난 뒤 그가 어디에 가서 무얼 해야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아마 몽령이 풀리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을 듯했다.
그래서 그는 의오생의 마차에 탔다.
그가 왜 마차에 탔는지, 자신의 마음 속에서는 명백했다. 그러나 소복훤이 왜 탔는지는, 그도 조금 궁금했다.
소복훤의 이전의 일거일동과 반응은 오행설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그때 그는 입만 열면 그가 생혼이 몸에 들어갔다고 말했고 자기 자신조차도 속여넘겼으니 설령 천숙상선이라 할지라도, 설령 입으로는 아무리 단정한다 해도 마음 속으로는 어느 정도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기왕 확신하지 못한다면, 억지를 부릴 수 없으니 마두를 대하는 방식으로 일개 범인을 대한다. 그러니 태도가 분명치 못하더라도 이 이상 정상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오행설은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방금 의오생의 반응을 보니 소복훤도 팔 할은 알고 있었다.
기왕 알았다면, 왜 의오생이 사실을 밝히게 두지 않는가?
의오생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마두가 놀라 더는 잡을 수 없어질까 염려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
오행설은 손난로를 끌어안고 어둠을 빌려 조용히 소복훤을 응시했다.
그는 손난로의 가장자리를 만지작거렸고, 열기가 묻은 손가락을 가볍게 비비며 몸 속의 흩어진 기운을 운행했다.
거의 빛이 없는 것에 가까웠던 탓에 넓은 마차 안은 좁게 느껴졌고 아주 작은 움직임도 선명하게 들렸다. 그 탓에 그가 손가락을 구부렸을 때 마차 안에서는 아주 작게 짤랑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지?" 맞은편의 의오생이 긴장하며 순간 몸을 일으키더니 종이를 쥐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행설은 속으로 "오." 하더니 입을 열었다. "소복훤."
문가의 큰 그림자가 움직였다.
잠시 후 소복훤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렸다. "말해."
오행설 "내 몸의 사슬을 풀 수 있겠어?"
맞은편의 의오생은 갑자기 굳어지더니 다시 천천히 식어갔다.
소복훤 "……."
내가 죽는 게 낫겠다.
이 때의 의오생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는 방금 하마터면 입을 열 뻔했다. 사슬이요? 사슬 못 봤는데?
다행히 제때에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창랑북역에서 마두를 묶어두는 데 쓰는 천쇄로, 하늘을 대신하여 죄를 묻는 것이다.
듣기로 그것들 하나하나는 마두의 몸에 박혀 지은 죄의 수만큼 사슬이 박히며, 보통 사람들은 볼 수 없으며 그 소리만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마두가 피와 살, 목숨과 혼으로 속죄하면 하나씩 갚을 때마다 사슬이 떨어져 나간다고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못박힌 마두들은 아무도 사슬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혼백이 흩어졌다.
오행설이 아마 처음으로 감히 "사슬을 풀 수 있느냐"고 물은 이일 것이었는데, 어조는 "나 배고픈데 먹을 게 있느냐"고 묻는 것처럼 평범했다.
이런 말은 보통 반드시 바로 기각 될 것이다.
하지만 오행설은 오래도록 소복훤의 대답을 듣지 못했고, 참지 못하고 한쪽 눈을 가늘게 뜨고 창랑북역을 장악하고 있는 천숙상선을 몰래 쳐다봤다.
그는 마음 속으로 이걸 감히 풀 수가 있겠나??? 하고 생각했다.
마차 안에는 별다른 빛이 없어 소복훤의 윤곽은 어둑했다.
오행설은 그가 눈을 들고 눈빛이 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들 말하길 그 사슬은 아무도 볼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순간, 오행설은 소복훤이 그것들을 볼 수 있는 게 아닐지 의심했는데 그 눈빛이 그의 사슬이 묶인 곳을 하나하나 훑는 것 같았던 것이다.
다만 차 안이 너무 어두워서 그는 소복훤의 표정을 똑똑히 볼 수 없었다.
상대는 오래도록 침묵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 "못 풀어."
그의 목소리는 무척 낮았으나 그렇게 차갑지는 않았다.
오행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세를 바꾸었다. 사슬이 다시 달그락 울렸다. 잠시 후 그는 희미하게 대답했다. "아…… 그렇구나."
"그럼 됐어."
그는 여전히 손난로를 만지고 있었고 체내의 기운이 원활하게 돌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아주 오래도록 움직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한참 뒤 그는 다시 조금 움직였다.
"아파?" 갑자기 소복훤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렸다.
오행설은 멈칫하더니 대답했다. "아니야."
"그런데 너 계속 움직이고 있어."
오행설은 그 사람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이전에는 사슬 소리가 나서 내가 움직였는지 알았다고 해. 지금은 사슬 소리가 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
"……."
소복훤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울리고 있어."
오행설 "아."
……
옆에 있는 의오생은 이미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마음 속으로 이게 무슨 마두와 상선 사이의 기이한 대화냐고 생각했다.
그가 끝까지 죽은 체 하려던 때, 문득 마두가 질문하는 것이 들렸다. "대비곡까지는 얼마나 가야 합니까?"
의오생은 소복훤의 검에 찔려 죽은 체도 하지 못하고 운명을 받아들이며 눈을 떴다.
그래, 상선들이 인간 세상에서 이런 방식으로 이동하는 일은 적었으니 이런 문제는 정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멀어요." 의오생은 종이를 쥐고 말했다. "그리고 당시 대비곡에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난 뒤에는 선문이 길에 금제를 걸었지요. 백성의 평범한 마차로는 한 달은 가야 합니다. 화 가의 영마는 영통하여 금제를 좀 피할 수는 있으니, 삼 일이겠지요."
그는 이런 어둠 속 마두와 상선의 눈빛이 동시에 꽂히는 것을 참을 수 없어서 손을 들어 차 벽의 금장식을 만지작거렸다.
다음 순간, 마차 안에 등불이 하나 켜졌다.
화 가 마차 안의 등불은 모두 특별히 제작한 것으로, 등유에 영단과 약가루를 녹여 바람에 강할 뿐 아니라 약간의 사마도 막을 수 있었다.
세상에는 만 가지 생령이 있어 일반 백성이 겁내며 꺼리는 것 역시 많았다.
현재 가장 흉험하게 날뛰고 있는 사마도 제일 처음에는 누군가 사마도邪魔道를 수행하던 것에서 파생된 것으로, "산 사람으로 인하여 일어난" 일이었다.
"망혼으로 인해 일어난" 것들은 모두 음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마는 조야성에 모여 산다. 음물은 아니었는데, 황폐하여 인적이 끊긴 곳일수록, 무덤이 흩어져 있는 곳일수록 더욱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대비곡으로 가는 길에서는 자주 음물과 마주할 수 있었는데, 어떤 것은 얼마나 굶었는지 알 수 없어 수십 리가 떨어진 곳에서도 산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것들은 신선함을 맛보기 위해 때때로 행인들의 등 뒤나 마차 지붕, 바닥 아래를 살금살금 기어다녔다.
예전에 대비곡은 큰 도시 사이의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경로였는데, 선문 제자들이 때때로 무단해에 가서 채령하려 할 때도 반드시 이곳을 지나야 했다.
가는 길에 이러한 음물들이 들러붙어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선문에서는 마차마다 이렇게 특수하게 만든 구예등驱秽灯을 놓았다.
의오생이 불을 밝힌 것은 습관이었다.
막 불을 밝히자마자, 맞은편의 오행설이 얼굴을 돌리고 눈을 가늘게 뜨는 것이, 이런 불빛을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것이 보였다.
"……."
아, 맞다. 이 등불은 사마를 막는다.
그의 맞은편에는 그 사마의 두목이 앉아 있다.
의오생은 손가락이 뻣뻣해졌고, 먼저 살려달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멀거니 천숙상선을 바라보았다.
천숙상선이 눈썹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려 마차 벽의 유리 등갓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등갓 위에는 "구예驱秽" 두 자가 쓰여 있었고, 그의 눈동자는 그 두 자 위를 스치더니 그는 다시 별 표정 없이 시선을 거두었다. 1
다음 순간 등불은 "픽" 하면서 꺼졌다.
아이고.
마차 안은 다시 어둠으로 되돌아갔다.
의오생은 그 낡은 종이를 움켜쥔 채, 검은 천 아래로 봉해진 입술을 움직였으나 결국에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이며 몸을 움츠렸다. 그는 생각했다. : 됐다, 끄려면 끄자.
맞은편의 마두는 어째서인지 별 말이 없었다.
마차 안은 한동안 고요했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의오생은 오행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따 교외를 지날 때 번거로우시겠지만 선생님이 두 명을 태워주시겠습니까?"
의오생은 번거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딜 감히 번거롭다 꺼리겠는가.
"누구십니까?" 그는 한 마디 물었다.
오행설이 말했다. "이전에 동행했던 사람인데, 집안의 수하라고 할까요?"
의오생 "……."
집안의…….
수하…….
오행설의 집안 수하가 무엇이겠는가?
그러니까 내가 소마두 두 명을 더 태워야 한다는 것이로구나.
****
의오생이 마음 속으로 한숨을 쉴 때, 춘번성 교외 산길가에서 녕회삼과 외팔이 두 명은 팔짱을 끼고 산돌 위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들은 멀지 않은 곳, 성의 출구 쪽에서 화 가의 검을 멘 제자가 분주하게 신상 두 개에 무언가를 붙이는 것을 보았다. 멀리서 보기에는 고시를 붙인 것 같았다.
녕회삼은 신상을 보면 토가 나와서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정말 궁금하여 외팔이를 끌고 신상에서 8장 떨어진 곳에서 고시의 내용을 보았다.
고시에는 형식적인 말들로 가득했다. 결론을 내리자면 기껏해야 두 마디였다——
정의로운 협객 두 분이 나를 도와 도화주의 큰 골칫거리를 해결했다.
지금 이 두 분과 우리 문파의 사당장로 의오생이 대비곡으로 가려 하니, 성을 오가는 것을 막아선 안 된다.
고시에는 두 장의 초상화도 붙어 있었다.
화 가 사람은 그림을 그리는 기술도 뛰어난데, 그 집안의 선조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리하여 이 두 장의 초상화도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 보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녕회삼은 기이한 눈빛으로 초상화 위의 사람을 응시하더니 외팔이에게 말했다. "눈에 익어, 이 옷?"
외팔이는 무표정으로 잠시 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익어, 우리 성주와 그의 괴뢰잖아."
녕회삼은 또 기이한 눈빛으로 "정의로운 협객"이라는 글자를 응시했더. "화 가가 미친 거야, 아니면 우리가 눈이 먼 거야?"
외팔이 "모르겠네."
두 사람은 한참 얼굴을 마주보았고 외팔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전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너 성주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녕회삼은 입을 열지 않았다.
또 한참 뒤, 외팔이가 말했다. "난 생각할수록 이상한 것 같아. 너는?"
녕회삼은 잠시 뒤 말했다. "그래서?"
외팔이가 말했다. "만약 정말로 사칭한 거라면 내가 절대 그냥 둘 수는 없지. 내 한쪽 팔은 누구한테 가서 달라고 해야 되나?"
녕회삼은 생각하더니 이빨 끝을 핥으며 손을 흔들었다. "기다리자!"
"그가 성을 나서면 우리가 그를 겁주자."
"만약 우리를 가지고 논 거라면, 그가 울면서 살려달라 빌게 만들자고."
- 더러운 것을 쫓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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