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장막이 서서히 내리고 날이 어두컴컴해지며 강 가 저택의 모든 것이 그늘에 덮였다. 달빛은 있는 듯 없는 듯하고 별빛은 부서지듯 연못의 잔잔한 물결 위에 내려 앉았다. 말라 죽은 수초는 먼 곳에 서 있고 온통 어두웠으며 드문드문한 그림자는 이빨을 벌리고 발톱을 휘두르는 것처럼 흉악했다.
강 가에 머무르는 것은 위험했고, 밤에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아 소여회는 신속하게 판단을 내렸다. 강 가를 나가면 극락방을 마주해야 하고, 강 가에 머무르면 범인을 마주해야 한다. 한야는 적어도 그 밑바닥까지 알고 있었는데 그 범인은 비술이 기괴하며 사람을 죽이는 데 흔적이 없어 대처하기 어려울 듯했다. 소여회는 당장 결단을 내리고 집을 떠나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 옷을 입고 가려던 참에 발치에 단단한 물건이 밟혔다.고개를 숙이고 보니 묘안석 귀걸이였는데 귀걸이의 금고리에 약간의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이렇게 귀중한 귀걸이는 백채빈의 것일 텐데, 어떻게 핏자국이 있을까?
소여회는 눈살을 찌푸리고 쪼그리고 앉아 사방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침구가 덮인 침상 모서리, 파사波斯(페르시아) 양탄자의 무늬와 붉은 나무 발판의 가장자리에 드문드문한 핏자국이 있었고 모든 핏자국이 침상를 둘러싸고 있었다.
어젯밤 강 대공자와 백채빈이 한 일이 삼백 회합 외에 또 무엇이 있겠는가?
소여회는 엎드려 침대 밑을 들여다보았다. 보자마자, 그는 동그랗게 부릅뜬 눈과 마주했다.
백채빈이 얼굴이 새파랗고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표정은 꽤 험상궂고 공포스러워 소여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참 후에야 소여회는 비로소 이것이 시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시신을 끌어내 검사한 결과 이마와 뒤통수에 부딪힌 흔적이 있었고, 귀에는 귀걸이가 하나 뿐이었으며 입안에는 빙선옥冰蝉玉을 넣어 방부 처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망한지 하루가 지난 백채빈 획득X1.]
소여회는 깜짝 놀랐다. 백채빈이 어젯밤 죽었다면 오늘 낮에 그가 보았던 백채빈은 무엇인가?
소여회는 낮에 시스템에 그 살아있는 백채빈을 소개하던 것을 떠올렸는데, '용모로 판단해보면'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망할 놈의 개 같은 시스템, 그와 말장난을 하다니. 그 살아있는 백채빈은 가짜였다. 어쩐지 그녀가 강각사가 가짜인 줄 몰라 보더라니.
강 가에는 머무를 수 없으니, 당장 떠나야 한다. 소여회는 짐을 싸서 바로 문을 나서는데 도중에 하인을 보지 못했다. 이렇게 큰 집인데 죽은 것처럼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소여회는 은근히 한탄했다. 귀찮은 일은 정말 어디든 있는 법이다. 강 가가 이상함은 이미 드러난 일이었고 오늘 밤을 벗어나기 어려울까 염려될 뿐이었다. 아래로 내려가 대청에 이르자 '백채빈'이 칠목 병풍 뒤에 앉아 있고 그 그림자가 종이 위에 비추는 것이 보였다.
이 녀석은 소여회가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을 가로막고 있으니 매우 까다로웠다. 소여회는 허리를 굽혀 신발에서 비수를 꺼내 뒤에 숨기고, 천천히 병풍을 돌아갔다. 그는 백채빈의 옆모습을 보았고 여자는 부드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낮과 마찬가지로 온화하고 아름다운 얼굴이었는데 지금 보니 다소 경직되어 소름이 끼쳤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고 "백채빈"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가 손을 내밀어 백채평 앞에서 흔들었으나 그녀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이상한데. 소여회는 다가가 가느다란 눈썹에서 눈, 입술까지 백채빈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소여회는 깨달았다, 이것은 괴뢰였다. 소여회는 비수를 뽑아 그녀의 뒷목을 베었고 피는 보이지 않고 피부를 가르니 녹이 슬어 얼룩덜룩한 운철 골격이 드러났으며 골격 아래에는 소가죽으로 싸인 인조 경락이 있었다. 머리 안쪽에는 영석 한 조를 놓여 소여회가 만든 팔괘영감성진八卦灵感星阵을 구성하고 있었다. 이 성진은 영력류의 중추로 괴뢰가 인류처럼 행동하게 할 수 있었다.
이 꼭두각시는 외형이 정교한데 안타깝게도 너무 쓴 시간이 너무 오래 되어 경락이 노화되고 영력의 흐름이 막혀 괴뢰가 멈춘 것이었다.
[정보 해제 : 낡은 미인 괴뢰, 숙주가 극락방 방주를 맡았을 때 생산한 갑자 제1차 가무 괴뢰로, 현재 다른 사람에게 개조되어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각사의 어머니로 위장하기 등.]
소여회가 백채빈의 표피를 벗기자 눈썹 중앙에 소여회의 눈꽃 표지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것은 이 꼭두각시가 소여회의 손에서 나왔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좀 재미있네. 비종은 이미 나의 신기귀장을 장악하지 않았어? 강 가는 왜 아직도 내가 만든 꼭두각시를 쓰지?" 소여회가 물었다.
[물론 신기귀장은 이미 비종이 장악했습니다. 그들은 괴뢰의 핵심 밀약密钥을 풀지 못했기 때문에 2품 및 그 이상의 기관괴뢰를 만들 수 없습니다. 시중에 있는 2품류의 쌍수괴뢰는 대부분이 가짜이고, 세상 사람들이 공인하는 위대한 천재 소 사장님이야말로 진정한 쌍수괴뢰 제조의 대가이십니다. 오직 당신만이 완벽한 방사 체험을 만들 수 있지요!]
소여회 : "……."
이 명성은 버려도 좋다.
3품과 4품 괴뢰는 주인의 간단한 명령만 이행할 수 있고, 2품 괴뢰는 사람의 말을 배울 수 있으며, 1품 괴뢰는 사람의 사고를 배울 수 있다. 이른바 초일품류의 괴뢰는 살아있는 사람과 다름없고 심지어 살아있는 사람보다 더 강했다. 괴뢰는 사람의 행동을 배울 수 있지만 결국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주인의 명령에 따르고 자신을 주인의 도구로 여겼다. 소여회는 한동안 미친 듯이 괴뢰를 만들며 진정한 지혜를 지닌 괴뢰를 만드리라 굳게 결심했었다. 물론 그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디선가 소문이 새어 나갔다. 소여회 본인도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데, 천하 사람들은 오히려 그에 대해 믿음이 충만하여 그가 초일품 괴뢰를 만들었다고 굳게 믿었다.
됐다, 지난 일은 연기와 같으니 이런 쓸데없는 일은 그와 상관 없는 일이었다.
소여회는 문을 나섰고, 몸을 돌리자 복도 끝에 검은 그림자가 서 있는 것을 보였다. 그가 걸음을 멈추자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왔다. 하얀 얼굴이 그늘에서 드러났고 그는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강설아였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가는 눈썹을 초승달처럼 구부리고 소리를 내었다. "동생, 드디어 돌아왔구나."
소여회가 곤륜에 갇혔을 때 강설아는 몇 번인가 그를 보러 왔었다. 그때는 상황이 좋지 못해 그들이 이야기를 할 때면 누군가 감시를 했고, 매번 얼굴을 보아도 별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후에는 그는 큰 병이 들어 의식을 차렸다 잃었다 했고, 마지막으로 강설아를 만났을 때 병든 몸을 억지로 버티며 말했다. "사저, 주소속은 사저에게 맡길게. 그 아이의 남편은 심술心术이 바르지 않아서 나는 정말 마음이 놓이지 않아."
강설아는 그의 어깨를 누르고 침통하게 말했다. "안심해. 소속은 내가 돌볼 거야. 그 개 남자가 감히 그녀를 업신여기면 나는 철기를 이끌어 유주幽州를 밟아버릴 거야. 넌 걱정 말고 병으로 죽도록 해."
아, 소여회는 한숨을 쉬었다, 이 녀석 정말 말을 못하네.
소여회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다시 말했다. "너와 상지옥……."
강설아의 표정은 더욱 침통해졌다. "다 내 탓이야, 그 일을 일찍 깨닫지 못했어."
"무슨 일?" 소여회는 의혹에 잠겼다.
"자연히 너희 두 사람이 모두 나를 좋아하는 일이지." 강설아는 길게 탄식했다. "내 탓이야, 너희 형제가 반목하여 원수가 되게 했어."
그가 그녀를 좋아해? 무슨 소리야? 소여회는 놀라 말했다. "아니……."
강설아는 그를 가로막았다. "긴 말 안 해도 다 알아. 비록 내가 너랑 상지옥 둘 다에게 그런 마음은 없지만, 몇 년 간 사귀어왔던 걸 봐서 내가 너희 둘을 같이 승급시킬 수 있어. 너희가 내 사내 친구들과 잘 지내기만 하면 돼. 다만 너는…… 아이, 몸이 좋지 못하니 그날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소여회는 발버둥치며 말했다. "내 설명 좀 들어봐……."
"설명할 필요 없어." 강설아가 그를 눌렀다.
"반드시 설명해야 돼……."
강설아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 할 말이 있으면 해. 고백은 필요 없어, 미안해. 우리 둘이 이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난 정말 민망스럽구나."
"난……."
소여회가 입을 열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마침 약독이 발발하여 눈앞이 캄캄해져 기절했다. 그래서 그의 설명은 죽을 때까지 말하지 못했다. 하늘이 그를 불쌍히 여겨 다시 태어나게 하였으니, 그는 반드시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는 강설아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것은 오해다, 정말 큰 오해다!
그런데 그는 지금 지금 강각사인데, 어떻게 강설야에게 소여회가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인가? 눈빛이 강설아 얼굴로 옮겨가자 강설아는 빙그레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촛불이 그녀의 눈썹에 쌓이고 두 눈은 마치 사람을 홀리는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아니야.
소여회는 그가 분명히 강설아를 보았는데도 시스템이 임무 완성 알림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설아를 찾으라"는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사람은 애당초 강설아가 아니었다.
[졸렬한 모방자. 숙주의 연기가 금상상金像奖을 받을 수 있다면 그녀는 금빗자루상金扫帚奖만 받을 만합니다.]
시스템이 말하는 금상상과 금빗자루상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소여회는 대충 이 사람이 가짜라는 걸 알 것 같았다. 강설아는 어린 나이에 스승을 따라 무술을 익혀 도술이 탁월하고 특히 격투도법에 능해 상정옥에 비해도 뒤처지지 않았다. 그녀마저도 음모로 대체당했다니, 소여회의 마음 속에는 거친 파도가 일었으나 얼굴은 여전히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그는 공손히 허리를 굽혀 예를 표시했다. "각사가 누님을 뵙습니다."
"강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내가 너를 데리고 아버지를 뵈러 가마."
솥이 가슴에 걸린 것 것처럼 그의 손가락이 살짝 조였다. 진짜 강설아는 어디인가? 아직 살아있는가? "강설아를 찾아라"에서 찾는 것은 산 사람인가, 아니면 시체인가? 소여회의 눈 밑에 고요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아버지"는 강회창이 맞는가?
강 가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소여회는 고개를 들어 순식간에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누님, 잠시만요. 뒷간에 다녀올게요."
"그래, 기다릴게."강설아는 상냥하게 웃었다.
역시 "졸렬한 모방자"다. 소여회는 생각했다. 강설아는 애당초 이렇게 미소짓지 않는다.
그는 뒷간에 들어가 문을 닫고 뒤돌아서서 변기를 마주하며 통신 나침반을 꺼내려던 참이었다. 무심코 발치의 변기를 힐끗 쳐다보니 이 더러운 물건은 얼마나 동안 씻지 않은 건지 안에 많은 사람들의 유물이 남아 있었다. 이렇게 한 번 보니 나침반을 끄집어내는 손이 멈췄다. 그는 노랗고 맑은 금즙을 통해 자신의 뒤를 볼 수 있었는데, 뒷간 나무문 위쪽에서 슬며시 "강설아"의 머리가 드러난 것이다. 그녀의 동그란 눈이 그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고 소여회는 마음이 매우 복잡했다.
빈틈이 드러났나? 그녀는 나를 의심하는 건가? 소여회는 마음이 조여들었다.
그는 또 금즙을 보았고 "강설아" 는 흥미진진한지 전혀 떠날 뜻이 없었다. 이 훔쳐보는 자세는 비할 바 없이 익숙하다. 이전에 작은 건물의 창 밖에서 훔쳐본 사람도 틀림없이 그녀일 것이다.
의심이 아니라 흥미가 있는 것 같다. 이 괴짜는 훔쳐보는 습관이 있는 듯했다.
그리고 소여회가 만약 뒷간을 쓰지 않으면 의심 받을 것이다.
소여회는 이를 악물고 허리띠를 풀고 바지를 벗었다. 그는 두피가 느슨해지는 것을 느꼈고, 등 뒤의 화끈거리는 눈빛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돌렸고 사람이 이미 보이지 않자 조심스럽게 문틈에 붙어 밖을 살펴보니 그녀는 오솔길 끝에 서서 더 이상 붙어 있지 않고 기다리는 상태였다.
그는 몸을 웅크리고 서둘러 통신 나침반을 꺼냈다.
나침반의 영력이 이어지자 푸른 빛이 나침반에 떠올랐다. 그는 상지옥의 소리를 들었다. "무슨 일이야?"
"집이야?" 소여회가 물었다.
"응."
"네가 나에게 쓴 이혼서, 마지막 말은 뭐야?"
상대는 잠시 침묵하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했다. "낭군이 몸 건강하시어 천추만세하기를 바랍니다."
상지옥 본인이었다. 소여회 안심하고 말했다. "그 말 그대로 내가 돌려줄게, 비록 나는 네가 누구에게 미안한지, 무슨 미안할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매일 반 죽은 상태로 있는 건 소용없다는 건 알아. 몸이 나아야 네가 미안한 사람에게 보상해 줄 수가 있어." 소여회가 재빨리 말했다. "주방에 고기찐빵이 몇 개 더 있으니 대충 저녁으로 먹어. 내일 아침에 내가 돌아가서 아침 해 줄게."
말이 끝나자 소여회 나침판을 덮었다. 상지옥은 진흙으로 만든 보살이 강을 건너는것과 같아 제 몸 간수도 힘들었고 그에게 지금의 위험을 알리는 것은 괜한 걱정을 하게 만드는 일이라 그는 강 가의 상황을 알리지 않았다. 강설아는 반드시 찾아야 했다. 살았든 죽었든 그는 그녀를 만나야 했다. 또한, 강 가의 상황은 분명치 않고 위험이 많으니 장기적으로 보는 편이 나았다. 삼십육계 줄행랑이 바로 상책이었다.
소여회는 바지를 들어 올리고 숨을 깊이 들이쉰 뒤 문을 밀어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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