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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도액渡厄

제2장 - 초혼招魂 1

귓가가 웅웅거렸고 얼굴은 간지러워 흡사 벌레가 얼굴 위를 기어다니는 듯했다. 태양빛이 얼굴을 내리쬐며 벌처럼 가볍게 떨렸다. 백리결명은 눈꺼풀을 떨다 눈을 떴다. 막 깨어나자 눈앞은 뿌옇게 흐려 눈이 아플 정도였다. 백리결명은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 얼굴 위의 파리를 쫓아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눈앞이 마침내 깨끗해졌고 그는 오목관의 뚜껑이 반 정도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바깥은 황폐한 풀밭이었는데 드문드문하게 뼈와 빽빽한 무덤가가 모여 있었다.
여기가 어디야……. 그는 관에 앉아 있었고 머리는 멍했다.
기억은 까마귀의 깃털처럼 후드득 새장 속으로 돌아왔고 포진산의 불바다가 머릿속에서 번쩍였다. 그는 악귀이고 악귀는 죽일 수 없으니 제도되거나 봉인되어야 하는데 어째서 이곳에 있는 것인가? 고개를 숙여 자신을 살피니 육신은 멀쩡했는데, 다만 조금 굳어 있을 뿐이었다. 손목을 돌려보니 관절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더니 점차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시선을 아래로 옮기자 곁에 있는 매장품이 보였다—— 은봉거울 하나와 푸른색 표지의 서책 몇 권이었다.
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거울을 만져 보니 안에서 하얗고 깨끗한 낯선 얼굴이 비추었다. 눈동자는 까맣고 눈꼬리가 조금 날카로워 얼마간 거친 느낌이 있었다. 그가 입술을 삐죽이며 웃자 작은 송곳니가 드러났다. 생김새는 젊어 보이는데, 이전의 육신과 조금 닮은 구석이 있었다. 백리결명은 거울을 내리고 서책을 뒤적였다. 가보였는데 몇 장 펼쳐보다 백리결명은 흥미를 잃고 다음 권을 펼쳤다. 이번 것은 전기였다. 기록한 것은 진추명秦秋明이라는 사람으로, 아마도 이 육신의 주인일 것이다.
이 사람은 제법 능력이 좋았는데, 회좌의 오래된 촌락 출신이라 집안은 좋지 못했으나 선천화법火法에 의지하여 종문대비에서 서른 명의 귀한 집 자제들을 꺾고 선문에 이름을 날렸다. 선문 백가 개돼지들은 항상 가문으로 인물을 평가하며 문벌은 도법 절기를 독점하여 대대로 선류로 자리했다. 이 가난한 집안 출신의 사내가 이름을 날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백리결명은 속으로 약간의 칭찬을 하곤 뒤를 넘겨 보았는데, 뒤에 쓰인 것은 그가 도처를 돌아다니며 귀와 사를 토벌하여 뜻하는 바를 이루었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이 녀석은 성격이 거만하여 사람을 업신여겨 자제들과 교류하면 대부분은 그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적을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입세하고 2, 3년 간 홀로 다니며 벗 하나 없었다.
이 성격도 그와 닮았다. 백리결명은 웃었다. 그의 악귀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았을 때 의관사족들의 절반은 그를 고까워 했다. 어쩔 수가 없다, 그는 본래 눈이 높았고 선문의 그 겁쟁이들 중 그의 눈에 차는 놈은 하나도 없었다. 이전에 그들은 헐레벌떡 포진산에 달려와 제자를 받아달라 했는데, 데려온 아이들이 근골이 기이한 상품이니 어쩌니 소란을 떨었다. 백리결명은 슬쩍 보고 나른하게 말했다. "너무 못생겼다, 필요 없어." 후에 그들은 강좌의 잘생겼다고 소문난 소년을 데려왔는데 문을 나설 때마다 남이 과일을 가득 실어준 수레를 밀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백리결명은 이를 닦으며 말했다. "사내잖아, 필요 없어." 마지막으로 그들은 아가씨를 한 명 보내왔는데 생김새는 나쁘지 않았으나 안타깝게도 눈에 문제가 있어 그를 향해 깜빡깜빡거렸다. 그러면서 제자로 받을 수 없다면 아내로 삼아도 된다고 했다. 그는 험악한 얼굴로 그를 쫓아냈다.
그 이후에 선문은 다시는 그에게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
진추명 이 녀석이 어떻게 죽었는지 보고 싶어 뒷장으로 넘기니 내용이 없었다. 관 속을 이리저리 찾아봐도 다른 책의 흔적은 없었다. 천기는 이 한 권 뿐이고, 절반만 써 놓고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이상한데. 백리결명의 눈동자가 굳었다. 거울, 가보, 전기… 이것들은 다 죽은 자의 신분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 그와 판에 박은 듯 비슷한 성격을 보니 그야말로 백리결명더러 들어가 이 사람의 신분을 이어받으라고 준비한 것 같았다.
백리결명이 깃을 펼치고 고개를 숙여 보니 역시나 왼쪽 쇄골 위에 붉은색의 주문이 마치 낙인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 역시 도행이 깊은 악귀라 첫눈에 알 수 있었다. 이 물건은 "주계咒契"라고 하여 "구귀소령拘鬼召灵" 술의 계약이었다. 그의 부활은 전혀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 그의 봉인을 깨고 그의 혼백을 이 껍데기에 넣고 자신의 선혈로 그의 쇄골 위에 주계를 그린 것이다. 그 이후로 그는 상대의 하인이 되어 상대의 부림을 받는다. 이것은 산문 금술 중의 금술인데 악귀가 주인을 현혹시켜 사도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살이 몸에 스며들면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 술법은 백 년 전에 금지되었다.
이런 망할 놈이. 백리결명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느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온 넘이 그를 자신의 하인으로 만든단 말인가? 죽은 지 이렇게 오래 되었어도 백리결명은 한 번도 이런 치욕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백리결명은 관을 나와 그를 찾으려 했는데, 주변에는 황폐한 무덤과 해골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이 망할 놈은 어딘가? 그를 불러놓고 자기는 어디로 갔나? 백리결명은 화가 나서 이가 근질근질했다. 만나기만 하면 설령 저주가 반서된다 하더라도 그는 그 개자식을 산채로 삼켜버릴 것이다.
제 자리에 한참을 서 있고 나서야 지금의 상황을 자세히 생각해 볼 시간이 생겼다. 그는 죽은 지 오래 되었고 항상 깊은 산 속에 은거하여 지냈으므로 세월을 기억한 적이 없다. 때문에 전기가 있다 하더라도 그는 지금이 그가 토벌 당한 이후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고, 그의 어린 제자가 아직 살아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 계집아이를 생각하니 백리결명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손을 뻗어 가슴을 만져보니, 역시나 심박이 없었다.
악귀가 시체에 붙으면 귀괴가 된다. 육판연심이 없으니 이 육신은 금방 썩어버릴 것이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에서 살아난 그의 공력은 전성기의 십 분의 일도 되지 못했다. 이만한 영력에 기대어 열흘 보름을 버틴다면 그것만 해도 운이 좋은 셈이었다. 육신이 끝장나기 전에 그는 심미의 소식을 알아봐야 했다.
만약 그녀가 살아있다면 멀리서 살짝 볼 것이다. 만약 진작 세상을 떴다면 무덤 앞에 가 보는 것도 괜찮다.
그는 세상을 떠돈지 이렇게 오래 되었어도 제자로 받은 것은 한 명 뿐이었고 그녀를 친딸처럼 아꼈다.
결정을 내리자 백리결명은 난장강을 내려왔다. 오솔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오다 보니 그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주변이 너무 조용했던 것인데, 새 소리조차도 없었다. 안개가 피어 올라 눈을 들어 보면 주변은 희뿌얘서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반 주향 정도 걷자 멀리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따라 걸어가보니 앞쪽의 오래된 집과 드문드문한 초목이 보였는데 작은 산촌인 듯싶었다. 마을의 패방 아래에는 네 명의 사내와 여인 두 명이 서 있었는데 각각 흰 옷에 검을 메고 있어 척 보아도 선문 자제였다.
그가 느릿느릿 걸어가자 그 사람들은 그를 보곤 잇달아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소리쳤다. "누구야? 사람이야, 귀신이야?"
제일 앞의 뚱뚱이의 눈이 밝아지더니 소리를 높였다. "진 소협이네!"
다른 사람 역시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진추명 공자네, 그 역시 왔을 줄은 몰랐어. 이제 살았다."
그 뚱뚱이가 앞으로 나오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진 소협 역시 곤산에 귀신을 소탕하러 오셨습니까? 종문대비에서 헤어지고 오래도록 보지 못했는데 이곳에서 다시 만나다니 정말 인연이 있네요!"
"오." 백리결명이 나른하게 눈을 들었다. "너 누구야?"
뚱뚱이 "……."
곁에 있던 소녀가 눈을 부라렸다. "오라버니, 왜 자꾸 나서서 박대를 당해! 저번에 그가 예의 없이 굴었는데 뭐하러 다가가요?"
아니나다를까, 진추명의 성격은 백리결명과 다르지 않았다. 꾸며낼 필요가 없으니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백리결명은 사람들을 살펴보았는데 그들은 머리카락이 산발이고 옷자락은 너덜너덜하여 몇몇은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어 무언가를 마주쳤음을 알 수 있었다. 백리결명은 남 일에 상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지독한 길치였다. 이러한 황폐한 산림에 홀로 알아서 길을 찾아 가려면 내년에나 산을 나갈 것이다. 그는 그들을 향해 턱을 들었다. "나는 방금 산에 들어왔는데 다들 무슨 일이야?"
뚱뚱이는 백리결명을 향해 공수하며 말했다. "진 소협은 귀인으로 바쁘시니 잊으시는 것도 당연하지요. 저는 유 씨 집안의 장자로 유부춘喻凫春입니다. 저번 종문대비에서 소협이 한 방에 저를 무대 아래로 몰아내셨죠." 그는 고개를 돌려 낡은 산촌을 바라보더니 울상을 지었다. "어머니께서 분명 선배들이 저희를 위해 다 정리를 해두셨다고, 별 볼일 없는 소귀들만 남아있으니 연습이나 하라고 하셨거든요. 하지만 귀는 보이지 않고 길을 잃었지 뭔가요."
"유 씨 집안 둘째 딸, 유청추喻听秋." 방금 말하던 소녀는 백리결명을 향해 턱을 들었다. "진 씨야, 너도 우리하고 같지, 그렇지?"
백리결명은 별 말 없이 눈썹을 치켜떴다.
유부춘은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저희도 반나절을 돌았는데 아무리 해도 나갈 수가 없어요."
누군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정말 재수가 없어. 우연히 들어오기는 했는데 나가지를 못하다니. 다행히 사람들을 만났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혼자 놀라 죽었을 거야."
역시 그가 이전에 생각했던 대로다. 백리결명은 판단을 내리고 기지개를 켜더니 소매를 걷고 마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못 가면 안 가지 뭐."
누군가 물었다. "진 소협, 그게 무슨 뜻입니까?"
이 아무 것도 모르는 멍텅구리들 같으니. 왜 이렇게 아는 게 없어? 백리결명은 머리가 아프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말했다. "귀타장鬼打墙이라고 들어봤어?"
"그거야 들어봤지요."
"그건 가장 간단한 귀역이야. 악귀가 지형을 바꾸어 입구와 출구를 연결하여 안에 들어온 사람이 방향을 잃게 만드는 거지."
"그 말은…… 우리가 귀타장에 걸렸다고!" 유청추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래." 백리결명은 어깨를 들썩였다. "재수 없는 놈들아, 우리는 악귀의 귀역에 들어온 거야. 만약 악귀를 거미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 그물 속에 걸린 거지. 귀역을 깨트리려면 하나의 방법은 결계를 강제로 부수는 거야." 그들은 잇달아 그를 바라보았고 백리결명은 입을 삐죽였다. "쳐다보지 마, 너희는 안 돼. 내 도행도 부족하고.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악귀를 찾아 《청정경清静经》을 읊어서 그놈이 깨달음을 얻고 환생할 수 있는지 보는 거지."
그들의 얼굴에 절망적인 표정이 떠올랐다.
백리결명은 고개를 흔들었다. "너희는 정말 매 세대가 그 전보다 못하군. 이 많은 사람들 중에 귀타장을 만든 소귀 하나 잡을 수 있는 놈이 없어? 됐다, 너희에게 뭘 기대해. 귀는 집념에서 생겨나니 만약 그의 집념의 근원을 찾아 그의 화를 풀어줄 수 있으면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을지 몰라."
유부춘은 기뻐하며 말했다. "이 방법은 할 수 있겠어요."
"되면 빨리 가." 백리결명은 걸음을 떼었다.
"우리 밖에서 머물면 안 돼?" 유청추는 겁을 먹은 채 안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안개가 자욱하고 퇴락한 기와와 이끼로 어두컴컴했다. "안에 좀 무서운데."
"곧 하늘이 어두워질 텐데 밤은 음기가 짙으니 분명 여귀가 다닐 거다. 밖에 남고 싶다면 그렇게 해. 귀와 함께 천구패라도 치던지." 백리결명의 목소리가 아득히 들려왔다.
이 말이 나오자 모든 사람들이 곧장 따라왔다. 백리결명이 무심결에 되돌아보니 줄곧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여인이 발을 절뚝거리며 가장 뒤에서 힘겹게 쫓아오고 있었다. 백리결명은 사실 처음부터 그녀의 존재를 깨달았는데, 그녀는 피부가 희고 깨끗하며 그곳에 우뚝 솟아 있으며 봄날 죽순처럼 수려했다. 키가 훌쩍 커서 분명 계집아이인데도 사내만 했다. 어째서인지, 그녀를 보고 있으면 백리결명은 이상하게 심미 생각이 났다. 오래 전 그 아이 역시 이렇게 눈에 눈물을 머금고 고집스레 그의 뒤를 쫓으며 제자로 삼아달라고 했었다.
유부춘과 사내 몇 명이 조심스레 그녀를 둘러싸며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고 미안한 듯 미소지었다. "다들 감사해요. 혼자 갈 수 있어요."
"쳇." 유청추는 입을 삐죽거렸다. "불쌍한 척 할 줄은 알지."
아이, 산을 타면서도 발을 삐다니, 토끼처럼 연약한 게 절대 심미는 아니다. 백리결명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제자가 그렇게 총명하고 영리하니, 만약 살아있다면 팔방미인에 비바람을 부르고 못하는 게 없을 것이다. 지금의 선문은 정말이지, 세대를 거듭할수록 별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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