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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도액渡厄

제5장 - 음친阴亲 1

 

 

이 황량한 산 속 마을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아서, 한참을 걸어도 청첩장에서 말하는 "이 부"를 찾을 수 없었다. 걷는 내내 고요하여 석판길에는 한 사람도 없어 황량한 산 마을에 그들의 발소리만이 들렸다. 점차 누군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양쪽으로 위치한 집의 창호지에 사기가 가득한 얼굴이 비추며 무표정하게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집 안에 숨은 귀혼으로 눈동자에는 생기가 없어 그들을 바라볼 때면 죽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원 씨 형제는 벌벌 떨며 한 사람이 한 쪽에 서서 백리결명의 팔을 꼭 붙들었다. 강선은 붙들 곳이 없자 백리결명의 옷자락을 쥘 수밖에 없었다. 유부춘은 거의 유청추에게 들러붙어 있었으나 유청추 자신조차도 놀라 숨이 막힐 지경이라 가슴 가득 숨을 참고서야 백리결명에게 기대지 않을 수 있었다.

백리결명은 사심미를 업고 이 겁쟁이들까지 데리고 가야 하니 지칠 대로 지쳤다. 만약 그가 산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온 이마가 땀으로 젖었을 것이다. 사심미 이 계집애는 저울 추라도 먹고 자란 것인가, 어쩌면 이렇게 무거울까? 그는 유 씨 집안을 탓했다. 유 씨 집안이 그녀를 잘 먹인 게 틀림 없다. 이 무게는 팔척 사내만 했다!

"진 오라버니 지치셨어요?" 사심미는 그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

사내가 어떻게 지쳤다고 할 수 있겠는가! 백리결명은 이를 악물고 그녀를 위로 치켜 올렸다. "노자는 소처럼 강건하니 하나도 지치지 않았다!"

또 모퉁이를 돌아도 여전히 이 씨 집을 찾지 못했으나 앞쪽에는 대장장이 깃발이 걸린 점포가 창문을 열고 있었고 희미하게 구부정한 그림자가 창 앞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귀다! 거기다 어르신이야." 원대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저희 돌아가요!"

"뭔 놈의 돌아가야! 어렵사리 하나 잡았는데 얼른 길이나 물어봐!" 백리결명은 성큼성큼 걸어가 허리를 굽혀 물었다. "어르신, 이부가 어디있는지 아십니까?"

노인은 고개를 들었고 망가진 반쪽 얼굴이 그림자 속에서 드러났다. 강선은 너무 가까이 다가가 있어 노인의 망가진 반쪽 얼굴이 그와 마주하여, 그는 썩은 살과 파손된 눈알을 거의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강선은 두 다리가 풀려 창틀을 짚고서야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있었다. 뒤에서는 이 장면을 본 유청추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웩웩 토하기 시작했다.

"젊은이, 뭐라고?" 노인이 물었다.

"그러니까," 백리결명은 강선을 쳐서 밀어내며 노인의 멀쩡한, 귀가 있는 반쪽 얼굴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이부군 집이 어디 있느냐고요?!"

"어, 어." 노인은 멍하니 입을 열었다. "좋은 날이니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뭐요?" 백리결명은 다시 물었다. "어르신, 이부가 어디 있느냐니까!"

"좋은 날에는 울 면 안 돼, 불길해. 진작 말했지, 관짝 속에 울음 소리가 나. 파면 안 돼, 죄를 짓는 일이지……." 노인은 중얼중얼대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뜻이예요?" 유부춘은 놀라 물었다.

"관에서 귀곡성이 들리니 필히 악살일 거예요." 사심미는 고개를 흔들며 씁쓸하게 웃었다. "보아하니 이 마을 사람이 건드려선 안 될 것을 건드려 오늘날의 참극이 있었나 봐요."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한참을 이야기해도 이부가 있는 곳을 알아내지 못했고, 백리결명은 방법이 없었다. 짜증스레 빙빙 돌아다니다 정오가 지날 무렵 그들은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어렵사리 마지막 골목에 이르자 사람들은 지쳐서 숨을 헐떡였다. 나누어서 행동할 것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백리결명과 사심미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다.

문득 누군가 멀리서 높이 올라간 처마를 보았고, 그들의 눈이 밝아졌다. 이 산 속 마을은 이렇게 처참했으니, 부군이라고 한다면 응당 이 곳에서 가장 부유한 집일 것이다. 저기가 분명 이 부일 것이다! 백리결명은 사심미를 업었고 사람들은 뛰어갔다. 역시나 등롱이 높게 걸려 있고 처마 끝에 옻칠을 한 편액이 걸려 있어 기품이 있었다.

안에 들어가 유리영벽을 돌자 맞은편은 연회석과 희당喜堂이었다. 상마다 사람으로 가득했고 언뜻 보아도 새카만 머리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람들은 진짜 손님인 줄 알고 깜짝 놀랐으나, 자세히 살펴보니 전부 딱딱하게 굳은 시체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체는 상에 둘러 앉아 있었고 얼굴은 눈처럼 희었으며 입가는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괴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은 가슴이 떨려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는데, 마치 이 시체들을 놀라게라도 하면 그들이 "살아나기"라도 할 것 같은 태도였다.

오직 백리결명만이 담이 커서 감히 그들을 정면에서 직시했다. 몇몇 얼굴들은 눈에 익었는데, 사심미가 그의 등 위에서 말했다. "방금 저희가 길에서 그들을 봤어요. 그들의 시체는 여기서 죽어 있는데 혼백은 집에 숨어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정당正堂에 이르자 신랑신부가 그들을 등지고 중앙에 뻣뻣하게 서 있었다. 그들은 각자 붉고 아름다운 희복을 입고 있었으며 중간에는 희주喜绸와 붉은 수국绣球이 이어져 있었다. 유부춘은 새신부를 보더니 입술을 덜덜 떨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저 여자야! 저 여자가 여귀야!"

백리결명은 정말로 더는 사심미를 업고 있을 수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의자는 괴이한 미소의 시체로 가득하여 빈 자리가 없었다. 아무렇게나 시체를 하나 걷어차고 사심미를 의자에 앉힌 뒤, 앞을 보려 하는데 원대가 그를 가로막았다. "가지 마십시오, 자세히 보세요! 저들은 시체가 아니라 귀입니다. 그들의 발이 땅에 닿아있지 않아요!"

백리결명은 짜증스레 그를 밀어버리곤 새 부부의 발치로 가 그들의 옷자락을 걷어올렸다.

사람들은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야 그 안에 철 지지대가 받쳐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지지대에 걸쳐 허공에 떠 있는 것이었다.

"보아하니 그 어르신이 말씀하시던 관 속에서 파낸 시체라는 것이 귀낭자인 모양이에요." 사심미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이 신랑의 모습을 보니 약관을 넘지 못하여 이전에 혼인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마도 병으로 일찍 죽어 집안 사람들이 그에게 음친을 맺어주려 이 귀낭자를 찾은 모양입니다."

"맞다." 백리결명은 앞으로 가 신부의 머리 위 천을 거두었다. 이 두 시체의 얼굴은 희었고 볼에는 분홍빛 분이 발려 장례에서 순장한 종이 인형 같았다. 하지만 귀낭자의 얼굴에는 통곡하는 표정이 있었는데, 입술과 눈은 비틀려 있었으며 흰 분가루가 발린 피부와 함께 보면 마치 녹아내리는 떡과 같아서 얼굴 전체가 말할 수 없이 험상궂고 비틀려 보였다.

사심미는 낮게 신음하며 덧붙였다. "분명 관을 팔 때 귀낭자가 귀곡성으로 거부하였으나 산민이 멈추지 않고 강제로 관을 건드린 거에요. 음친이란 귀혼의 예이니, 일반적으로 한밤중에 열리는데 마침 음기가 가장 짙을 시기이죠. 악귀가 소생하고 신부가 일어나 사람들이 모두 죽은 거예요."

"이 사람들도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 원이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관에서 귀곡성이 들리면 우리 같은 제대로 수도하는 사람들도 얼마간 꺼리는 점이 있는데 그들과 같은 평범한 범인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니요!"

백리결명은 신부의 머리천을 그에게 던져주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건 아니야, 머리천에 주사부적을 그렸어."

"민간에서 미혼 여인의 시체를 매매하여 음친을 맺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귀낭자 역시 이 가에게 팔려 온 걸 거예요." 사심미는 추측했다. "사들인 이는 이익에 눈이 멀어 귀곡성을 들었으면서도 부적과 주문으로 눌러 넘어갈 생각만 했을 뿐, 이렇게 큰 일이 될 줄은 몰랐겠죠."

"또 잘난척이지." 유청추가 냉소했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 역시 알아차릴 수 있어."

사심미는 입을 다물고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백리결명을 바라보았다.

백리결명은 즉시 얼굴을 구겼다. "고얀 녀석아, 입 다물어라. 이 애가 개 짖는 소리를 배워도 네 말하는 소리보다 듣기 좋을 테니."

사심미 "……."

유청추 "……."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여기……." 원대는 말을 골랐다. "낭자의 원한을 가라앉힐 수 있을까요?"

"그녀가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 보내면 되지 않을까요?" 유부춘이 물었다.

"땅에 묻히는 것으로 안녕을 취하는 것도 괜찮을지도 몰라요." 사심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늦었어." 백리결명이 말했다. 그는 귀낭자의 얼굴을 가리켰다. "이 여편네 곧 깨겠는데."

사람들이 바라보니 순식간에 안색이 바뀌었다. 귀낭자의 얼굴은 어느 틈엔가 일그러졌고 이목구비는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 다시 하늘빛을 보니 그들이 이 씨 집을 너무 오래 찾는 바람에 시간이 늦어진 것을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해 그림자는 대부분 서산으로 넘어가 약간의 검붉은 끝이 드러났다.

"어떡하지?" 유부춘은 대경실색했다.

"객잔은 너무 멀어요, 여기서 서둘러 간다 해도 적어도 일각은 걸리니 늦었어요." 사심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씨 집이 이렇게 넓은데 어쨌든 곁채는 있겠지!" 백리결명은 빠르게 사심미를 업었다. "빨리, 곁채로 피해!"

입구가 세 개인 대 저택은 굽이굽이 이어져,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채 어느 정원으로 들어간 그들은 곁채 몇 칸이 비어있는 것을 보았다. 백리결명은 아무렇게나 한 칸을 골라 사심미를 업은 채 뛰어 들어갔다.

"너네 스스로 한 칸씩 고르고 문을 닫아, 누가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마라!"

백리결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 씨 집안 오누이와 강선이 얼른 뒤이어 문턱을 넘었다. 원 씨 형제는 함께 문을 닫더니 굳게 맹세했다. "절대 안 열게요!"

곁채는 본래 한 사람이 머무는 곳인데 지금은 일곱 사람이 끼어 있으니, 백리결명은 할 말이 없었다. "너희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냐?"

원대가 말했다. "다들 형제자매이니 자연히 한 곳에 있어야지요. 진 소협, 소협은 비록 한문 출신이지만 능력으로 따지면 저희는 정말로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앞으로 저는 심미 동생처럼 진 형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저희 친형제보다 친해져요."

원이는 선량하게 외쳤다. "형님이 위에 계시니, 동생의 절을 받으세요!"

강선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훌쩍였다. "저는 죽어도 밤새 혼자 있지 않을 거예요!"

유청추는 목을 빳빳하게 세웠다. "진 씨 놈아, 내가 너희 개남녀를 한 방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게 둘 것 같아!"

백리결명 "……."

한참 입씨름을 하는데 앞마당에서 익숙한 귀곡성이 들려와 사람들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 밤은 먹처럼 어두웠고 흐린 붉은 빛 등롱은 피와 같은 빛을 비추었다. 얇은 창호지를 통해 그들은 먼 곳에서 흔들리는 붉은 그림자가 점차 선명해지며 가까워지는 것을 보았다. 다만 오늘 밤의 귀곡성은 조금 달랐는데, 그들은 희미하게 어느 사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백리결명은 창호지에 구멍을 내었고, 여귀가 먼 붉은 복도를 오가며 손에는 둥그런 것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 너무 아파, 너무 아파……."

여귀는 복도에서 내려 이쪽으로 다가왔다.

백리결명은 사람들에게 그림자가 비추지 않도록 문에서 물러나라는 표시를 했다.

달빛은 서리처럼 서늘했고 통곡하는 여귀는 정원으로 들어오더니 청백색 뜰을 거닐었다. 그녀는 문가를 세 번 지나갔고 핏빛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사람들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새카만 창호지를 응시하며 숨을 참았다. 호흡 소리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 여귀가 알아차릴까 두려워 했다.

"나 너무 아파……." 목소리는 점차 멀어졌다. 정원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여귀는 마침내 멀어졌고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바로 이 순간, 방 안에서 "북" 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흡사 평지에 천둥 소리가 난 것 같았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어느 망할 놈이 방귀를 뀌었는가?!

문에서 갑자기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툭툭 하는 소리는 작은 망치처럼 사람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백리결명과 사심미를 제외하고, 사람들은 놀라 혼비백산했다. 피처럼 검붉은 그림자가 문발에 비추었고, 빛 탓인지 그림자는 가느다란 국수처럼 늘어져 기이한 느낌이었다.

"문 열어, 들어가게 해줘!" 여귀는 갑자기 말했다. 아무도 이 여귀가 다른 말을 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방금은 아프다고 했던 것을 보면 어젯밤보다도 영리해진 것 같았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여귀는 점차 마음이 급해져 마지막에는 문 전체가 흔들렸다.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을 본 백리결명은 바로 사심미를 데리고 침상 밑으로 들어갔다. 어쨌든 선문의 사내들이니 악귀는 이기지 못해도 숨는 능력은 있었다. 유 씨 오누이는 빠르게 대들보를 올라 벽호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원 씨 형제는 옷장 속에 숨었고 강선은 벽장에 들어갔다.

"문 열어, 들어가게 해 줘!" 여귀의 외침은 점차 낮은 고함이 되었고 문을 두드리는 것도 문을 부딪치는 것이 되었다. 쿵쿵거리는 소리는 망치로 두드리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사람들의 기대를 거스르지 않고 문짝은 박살이 났고 여귀는 울부짖으며 걸어 들어왔다.

"누구 없어요, 나 너무 아파……."

비참하고 처량한 울음이 지척에서 들려 백리결명은 저도 모르게 사심미를 끌어안았다. 마치 예전에 그가 자신의 어린 제자를 끌어안았던 것과 같았다. 여귀의 시반이 난 두 발이 침상을 지나고 발 뒤에는 새카만 것을 끌고 있었는데, 울먹이는 사람의 머리였다.

신랑이었다.

머리는 여귀에게 끌려 바닥을 쓸었고 움직이는 사이에 데굴데굴 굴러 울먹이는 얼굴이 마침 침상 아래에 몸을 숨긴 두 사람을 마주했다.

신랑의 울음소리가 뚝 그치더니 울다 시커매진 눈동자가 빤히 그들을 응시했다.

백리결명은 차갑게 그를 응시했고 눈동자는 천천히 핏빛이 돌며 이마 위에 검은색 무늬가 떠올랐다. 무형의 살기가 그의 전신에 감돌았고 사심미는 고개를 돌린 채 그의 품에 안겨 있어 머리 위의 사내가 깨끗하던 청년에서 이를 갈고 피를 삼키는 악귀로 변한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신랑은 동시에 어둠 속 그 악귀에게 보호 받던 여인이 그를 향해 미소 지으며 입모양을 하는 것을 보았다.

나지막한 사내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서 들렸다. 무척 온화한 목소리는 마치 가랑비 같았다.

"쉿, 말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다시 한 번 죽게 될 거야."

신랑 "……."

그는 입을 다물고 눈물이 차올라 더욱 크게 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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