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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도액渡厄

제4장 - 초혼招魂 3

 

다시 울음소리가 일더니 점차 멀어지며 끄는 소리와 함께 점차 작아졌다.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었고 잇달아 몸을 숨긴 곳에서 기어 나왔다. 유청추가 부적을 한 장 꺼내자 부적은 불 없이 자연발화하여 파란 불길이 일었다. 수행하는 사람들은 다 이것이 어떤 부적인지 알았다. 시괴부试鬼符라고 하여 원기를 마주하는 순간 불에 타올라 주변에 귀가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유청추는 좋지 않은 낯빛으로 말했다. "봐, 불꽃은 푸른 색이야. 이 여귀의 원기가 상당해."

"상당하지 않을 수 있나?" 백리결명은 차갑게 웃었다. "마을 사람 전체가 다 이 여자에게 죽었는데."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진 소협,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봤을 때 그 백성들이 나오려 하지 않는 이유는 절반은 빛을 두려워하고 절반은 이 여귀를 두려워하는 걸 거야." 백리결명이 말했다. "됐다, 너희들도 이렇게 놀라지 마라. 이 여귀는 비록 원기가 상당하지만 여전히 햇빛을 두려워하여 밤에만 돌아다닐 수 있어."

유부춘은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그래요, 적어도 낮에는 우린 안전해요. 우리 오늘 밤은 잘 쉬고 내일 아침에 어떻게 나갈 수 있을지 밖에서 단서를 찾아봅시다."

백리결명은 몸을 돌려 잠을 자려고 하는데, 문득 사심미 이 계집아이가 아직도 그의 옷소매를 쥐고 있는 것을 보았다. 깨끗한 손끝이 그의 소매를 쥐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 백리결명은 소매를 흔들었다. "왜 아직도 붙잡고 있어?"

사심미는 눈을 내리깔았다. 겁을 먹은 모습이었다. "무서워요."

백리결명 "……."

그 자리의 남자들은 질투와 부러움의 눈빛을 보냈다.

유청추는 순식간에 가슴에 화가 치밀어 눈을 부릅떴다. "사심미, 뻔뻔하게 굴지 마! 내 오라버니가 네 정혼자인데 네가 그의 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꼬리를 치다니!"

백리결명은 미간을 찌푸리고 한 마디 한 마디 되짚었다. "정혼자?"

남자의 표정이 무섭게 변하여 유부춘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으나 여전히 억지 웃음을 지으며 유청추에게 말했다. "둘째야, 심미 동생을 탓하지 마라. 이곳이 이리 위험하니 나도 진 소협의 소매를 잡고 싶구나." 그는 불안한 듯 백리결명을 바라보았다. "진 소협, 어머니의 명을 받아 저와 심미는 어릴 적 혼인을 약속했습니다. 후에 저와 심미 동생의 혼인날에 오셔서 축하주를 드세요."

이 뚱뚱이가 이렇게 배짱이 좋을 줄은 몰랐구나. 어색함을 푸는 동시에 주도권을 표시한다. 백리결명은 화가 나 웃었다. 이 개돼지가 감히 우리 심미를 탐내? 그, 백리결명의 제자가 어떻게 이런 뚱돼지가 더럽히게 둘 수 있단 말인가! 백리결명은 앞으로 걸어가 유부춘의 앞에 서서 차갑게 말했다. "이 혼사는 이 몸께서 동의하지 않으신다. 네가 눈치가 있으면 빨리 취소하도록 해."

남자는 키가 크고 기세가 좋았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자 유부춘은 그의 눈동자 속의 은은한 핏빛을 볼 수 있는 듯했다. 그곳은 고요했고 각 집안의 자제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심미가 어떤 자태인가. 꽃 중의 일류라 그녀를 넘보는 사람이 강을 건너는 붕어처럼 많은데 망할 뚱뚱이가 이득을 보고 있으니 진작부터 남몰래 분노하는 이들이 있었으나 유 씨 집안의 기세에 억눌려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 아무도 진추명이라는 별볼일 없는 집안의 사내가 감히 분노로 얼굴을 붉히리라 생각하지 못하여, 그 자리의 사내들은 잇달아 마음 속으로 맞장구를 쳤다.

유부춘은 다들 생각했던 것보다 고집스러웠다. 그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말했다. "진 소협, 심미 동생은 제 정혼녀입니다. 무슨 말씀을 하셔도 파혼하지 않을 겁니다."

사심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눈가를 닦았다. "진 큰오라버니, 그만하세요. 부모님의 명과 중매쟁이의 말이 있었답니다. 외숙모께서 저를 키워주셨으니 제가 사촌 오라버니에게 시집 가 은혜를 갚는 것도 응당한 일이지요." 그녀는 말하며 또 눈물을 또르르 흘렸다.

이렇듯 애처롭고 가련한 모습으로 입으로는 전부 어른들의 안배에 따른다고 해도 한눈에 유 씨 집안의 협박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 사심미가 안으로는 기댈 수 있는 부모가 없고 밖으로는 지켜주는 스승이 없음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유 씨 집안의 부인은 또 대단한 인물이니 그녀가 그 울타리에 기대어 있는 이상 어떻게 순순히 명에 따르지 않을 수 있을까?

만약 그, 백리결명이 세상에 있었다면 설령 제자가 형편 없는 물건이었더라도 어떻게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겠는가?

백리결명은 화가 나서 눈앞이 캄캄해져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파혼 안 하겠다 이거지?"

그는 갑자기 손을 내밀어 유부춘의 뒷목을 잡고 그를 나무 문짝 앞으로 끌고가 유부춘의 머리를 방금 여괴가 부딪혀 낸 구멍에 쑤셔넣었다. 유부춘은 깜짝 놀라 넋을 놓았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머리가 이미 밖으로 나가 있었다. 어둑한 밤 아래, 안개는 자욱했고 문을 지키는 강시는 바닥으로 쓰러져 잔해는 손상이 되었고 검은 피가 계단 위에 응고되어 있었다. 그는 몸을 벌벌 떨더니 천천히 눈을 돌렸고 흐릿하게 먼 거리에서 붉은 귀의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그 여귀는 막 길목에 도착하자 무슨 움직임을 들은 듯이 허무한 발자국을 멈추었다.

유부춘은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양 손으로 문을 받치고 힘을 주어 머리를 움츠렸다. "돌아가게 해줘! 돌아갈래!"

안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잇달아 앞으로 와 가로막으려 했다. 그러나 백리결명의 손은 철 집게와 같아 아무리 해도 떼어낼 수가 없었다.

유청추는 백리결명의 목덜미에 검을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진추명, 손을 놓지 않으면 죽여 버릴 거야!"

사심미 역시 백리결명의 팔을 잡고 서글프게 그를 불렀다. "진 오라버니, 사촌 오라버니를 놓아주세요!"

백리결명은 들은 체 만 체 하며 냉소했다. "유 가 놈아, 네 어미가 무슨 생각인지 이 몸이 모를 것 같으냐? 필히 너 같은 아무런 재능도 없는 폐물에게 그 더러운 방법으로 심미의 피와 살을 밟으며 하룻밤에 천 리를 달려 영광을 얻으라는 것이겠지. 이 몸이 말해주마, 내가 두 눈을 뜨고 있는 한 절대 너희들이 손가락 하나 건드리게 두지 않아!"

밤바람은 서늘했고 거리의 여귀는 조금씩 몸을 돌렸다. 유부춘은 그녀의 창백하고 공포스러운 옆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안 할 겁니다! 놔줘요!" 유부춘은 눈물로 얼굴을 적시며 벌벌 떨었다.

"네가 안 그래도 네 어미가 그리 하도록 시킬 거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묻는다, 파혼 해 안 해?" 백리결명의 사나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

"해요, 해요!" 유부춘은 울며 말했다.

여귀는 완전히 몸을 돌렸고 거뭇한 긴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렸다. 이와 동시에 유부춘은 다시 객잔으로 끌려 들어와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사람들은 유부춘을 둘러 쌌고, 놀라워 하는 동시에 겁을 먹기도 했다. 진추명은 정말로 미친놈이었다. 그가 방금 약간이라도 늦었다면 유부춘의 머리통은 바깥에 남아 있게 됐을 것이다!

되려 사내는 이미 스스로 계산대로 돌아가 한쪽 다리를 늘어뜨리고 한쪽 다리는 탁자 위에 걸쳐 앉았다. 그는 늙은이처럼 사심미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였다. "이리 와라, 왜 그러고 서 있어?"

사심미는 작게 대답하더니 얌전하게 백리결명의 발치에 앉았다. 눈을 내리 깐 모습이 새색시 같다.

"개 남녀 같으니." 유청추는 이를 갈았다.

멀쩡한 아내가 이렇게 날아갔다. 유부춘은 유청추의 어깨에 엎드려 엉엉 울기 시작했다.

밤새 잠들지 못하고 둘째 날 아침 사람들은 일찌감치 일어났다. 문짝을 밀어 열자 계단 아래는 전부 쓰러진 강시였다. 백리결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시체 두 구를 뒤집어 그들의 몸의 상처를 보았다. 다들 날카로운 손톱으로 긁혀 있었는데, 시신이 파손된 정도를 보니 여귀의 손톱이 늑대 못지 않은 모양이었다. 술법을 쓰지 않은 것을 보면 여귀의 도행은 기껏해야 일이 년 정도일 것이고, 어쩌면 정신이 맑지 않을 지도 모른다. 죽은지 얼마 되지 않은 혼백은 대부분 기억이 온전치 못하여 멍청하거나 둔했고, 도행이 있어야 정신이 맑았다. 백리결명 자신조차도 막 죽었을 때의 기억은 잘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만약 도행이 없다면 보통 사람이 악귀가 되고 적어도 십 년은 지나야 귀역을 형성할 수 있는데 이 여귀는 어떻게 한 것일까?

"이거 보십시오, 이게 다 뭐죠?" 원대가 소리쳤다.

사람들은 고개를 돌렸고 그의 손에 붉은 것이 들려 있는 것을 보았다.

"청첩장 같아요." 원이가 받아서 보았다. "어, '경자의 해가 되어 마침 이십구 일을 맞이하여 원앙이 맹세를 나누고 난새와 봉황이 되어 날아갑니다. 좋은 날 기쁜 발걸음 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경자년은 이 년 전인데. 아내가 죽은지 이 년 남짓 되었겠어요." 사심미는 눈살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

백리결명은 그녀를 힐끗 보았다. 보아하니 그의 바보 제자도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니 듯했다.

"어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인데, 어디서 나왔지?" 강선이 말을 얹었다.

"그러게요." 원대 역시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설마……." 유부춘이 더듬거렸다. "여귀가 보낸 건 아니겠지요? 어제 그녀가 붉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설마 신부였을까요."

백리결명은 턱을 들고 말했다. "자, 봐라."

모두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는데, 집집마다 계단에 청첩장이 놓여 있었다.

"그 귀 부인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더니, 청첩장을 뿌리는 거였나?" 원대가 의아한 듯 말했다.

"보아하니 그런 것 같네요." 사심미는 미소지었다. "가서 볼까요? 신부가 횡사하여 원기가 흩어지지 않았으니 분명 혼사와 떼어낼 수 없는 관계가 있을 거예요. 오늘은 해가 높이 떠 있고 양기가 충분하니 위험하지 않을 거예요."

"초대까지 했는데 가 보지 뭐. 어디서 잔치를 한다고?" 백리결명이 물었다.

 "이부군부요." 원이가 대답했다.

백리결명은 소매를 털고 걸음을 내딛었다. 그가 어젯밤에 난리를 피우기는 했으나 어쨌든 일행 중 가장 실력이 있는 자였으니 그를 쫓아가는 편이 홀로 분투하는 것보다는 더욱 안전했다. 유 씨 집안 오누이만 멀리서 따라가는 것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바짝 따라붙어 한 걸음도 떨어지지 않았다.

몇 걸음 걷다가 백리결명은 갑자기 무언가 부족해진 느낌에 고개를 돌리니, 사심미가 제 자리에 멈춰서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 보였다.

"왜 안 가?" 그가 그녀에게 물었다.

사심미는 눈살을 찌푸렸다. "진 오라버니, 발이 너무 아파서 못 걷겠어요."

"어젯밤엔 잘 걷지 않았어?" 백리결명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 천천히 가자."

그리고, 그가 언제부터 그녀의 오라버니가 되었나?

사심미는 희망에 가득 차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심미는 정말로 못 걷겠어요. 진 오라버니, 절 업어주실 수 있을까요?"

"……." 이 아이가,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나약한가. 백리결명은 어쩔 수 없이 몸을 숙였다. "올라 와."

사심미는 웃으며 그의 등에 올랐고 턱을 어깨 위에 대었다. 얼굴을 돌리면 이 남자의 옆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눈썹 끝은 칼 한 자루처럼 날카로웠고 웃을 때는 뾰족한 송곳니가 드러나 거만하고 야만스러운 느낌이 있다. 황홀함 사이에 그는 마치 오랜 세월 전으로 되돌아 간 것 같았다. 어렸던 그는 사부의 등에 엎드려 흔들흔들 흔들리며 노을처럼 찬란한 야생화를 보았다.

"왜 쳐다봐?" 백리결명은 험악하게 말했다.

"진 오라버니는 제가 아는 사람을 닮았어요. 미목도 닮고 성격도 닮았어요." 사심미는 잠시 멈추었다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진 오라버니는 왜 제게 이렇게 잘해주시나요?"

아는 사람……. 백리결명은 알고 있었다. 심미는 그의 몸에서 사부의 그림자를 본 것이다. 눈 앞의 "진 오라버니"가 바로 그녀의 사부인 것을 이 바보가 어떻게 알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사람과 귀로 가는 곳이 다르고 만약 선문이 그의 신분을 알게 된다면 심미는 더 이상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 육신은 조만간 썩어 문드러질 것이니 그는 언제고 떠나야 했다. 만약 그녀에게 사부가 돌아왔다고 알린다면 그녀는 다시 헤어짐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는 팔 년 전 그 때의 결별을 떠올렸다. 활활 타오르는 불빛 속 어린 소녀의 두 눈동자에는 비통함이 어려 있었다.

아이. 그녀가 훌쩍이게 해선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떠나기 아쉬워 질 것이다…….

"네가 예뻐서 그러지, 됐느냐." 백리결명은 얼버무렸다. "그리고 무슨 오라버니냐, 이 몸은 어르신이니 진 어르신이라고 불러라."

"그래요." 사심미는 부드럽게 웃었다. "진 오라버니."

백리결명 "……."

그는 대화하는 것에만 신경을 써서 자신과 사심미의 모습이 지나치게 친밀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유청추는 옆에서 한참을 보더니 한스러워하며 말했다. "개 남녀!"

유부춘은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다시 엉엉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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