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춘과 원 씨 형제는 마른 우물을 탐색하고 난 뒤 길가에서 만났는데, 시간이 아직 이른 것을 보고 바로 이 부로 돌아가지 않고 마을 입구에서 백리결명을 찾아왔다. 백리결명은 갈고리로 우물 바닥의 시체를 건져 올리고 있었는데 그는 운이 괜찮은 편이어서 사정을 찾을 수 있었다. 안에는 전부 어린 아이의 시체였는데 흰 뼛조각과 둥근 두개골은 대부분이 파손되었고 뱀의 뼈가 많이 섞여 있었다.
사정蛇井은 말 그대로 뱀蛇을 사육하는 마른 우물이다. 다만 그들이 먹는 고기가 죽은 아이의 고기일 뿐이다.
유부춘 일행 세 명은 그를 도와 모든 해골을 건져 올려 바닥에 늘어놓았다. 온통 산산조각이 나 있어 두개골만 해도 열 개는 있었고 남은 가슴뼈나 갈비뼈는 물론이고, 영아의 뼈는 더욱 많아 맞출 수가 없었다. 원대는 곤란해져 말했다. "대체 누가 그 낭자의 아이일까요? 그 여인의 뱃속에 이걸 전부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백리결명은 골이 아파 머리카락을 쥐었다. 정말이지 귀찮아 죽겠다, 이래저래 애를 먹으니 차라리 그 여귀를 붙잡아 두들겨 팬 다음에 귀역을 열게 만드는 편이 빠르겠다. 만약 지금 이 육신이 그의 영력에 의지해야만 썩지 않고 그의 선진화법이 포악하고 강렬하여 육신에 손해가 갈 것이 분명한 것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그 여편네를 붙잡아 제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게 두들겨 팼을 것이었다.
짜증이 나던 차에 문득 먼 곳에서 안개가 피어 오르더니 머리 위로 솥뚜껑을 덮은 것처럼 순식간에 어둑해졌다. 고개를 들어 보니 하늘의 붉은 태양은 안개로 꽁꽁 가려져 있고 푸른 빛이 돌던 하늘은 하얗게 음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한낮에 안개가 끼다니." 원대는 손으로 차양을 만들고 중얼거렸다.
"이런, 이건 귀가 불러낸 안개야! 이 부의 시체가 일어날 거다!"
백리결명은 안색이 변하여 급히 이 부로 돌아갔다. 서둘러 그곳으로 돌아갔으나 보인 것은 온 사방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고 시체 한 구가 가운데 누워 얼굴에 흰 천을 덮고 있는 것이었다. 유청추는 옆에 앉아 있었고 안색은 흙빛이었다. 백리결명은 그 시체를 보자 심신이 촛불처럼 흔들렸고 다가가는 것도 비틀거렸다. 눈을 감고 걸음에 힘을 주곤 흰 천을 걷어내고 그 아래에 괴이하게 웃는 강선이 있는 것을 보고 순간 한시름 놓았다.
"심미는?" 그는 몸을 돌려 물었다.
"귀가 데려갔어. 너더러 찾으러 오래." 유청추가 말했다.
"그 여자가 그렇게 말했다면 심미 낭자는 당분간 별 일 없을 것 같으니 진 형님께서도 안심하세요." 원대는 백리결명을 위로했다.
유부춘이 의뭉스레 물었다. "왜 하필 진 소협더러 가라고 하지?"
유청추는 안색이 굳어져 전후 원인과 결과를 그들에게 말했다. "진 가 놈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그 귀낭자를 마주했을 때 나도 간담이 서늘해졌는데 사심미는 아무 일 없는 사람 같았어. 그 애가 말하는 걸 보면 이미 생각하는 게 있는 것 같았어. 그 애는 계산이 빠른 아이니 그 애에게 속지 마."
"속아?" 백리결명은 차갑게 웃었다. "심미는 원래가 총명했다. 그 여귀가 방금 정신을 차려 머리 도는 게 빠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나를 그 아이의 낭군이라고 속여 버려졌던 기억을 불러 일으켜서 간신히 네 목숨을 건진 거다. 심미는 순진하고 선량하며 온 힘을 다해 널 구하려고 했는데 너는 되려 여기서 매정한 말을 하는군."
"너!" 유청추는 속에서 열이 나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무슨 매정한 말을 했어? 난 너를 위로한 건데 내 좋은 마음을 못된 심보로 여기고 들으려 하질 않다니!"
유부춘이 급히 나와 두 사람을 말렸다. "급한 건 심미 동생을 찾는 거야, 귀낭자가 심미 동생을 어디로 데려가겠다고 말한 적 있어?"
"없어!" 유청추가 고개를 돌렸다.
백리결명은 관자놀이를 눌렀고 마음 속은 타는 듯 초조했다. 그가 너무 방심한 것이다. 어떻게 심미를 이런 괴상한 곳에 남겨둘 수 있었을까? 그는 어딜 가든 그 아이를 데려갔어야 했다! 그 여귀가 그렇게 공포스럽고 그 아이는 겁이 많으니 얼마나 울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는 차가운 얼굴로 밖으로 나갔고 사람들은 그의 살기등등한 모습에 앞으로 나가지 못하여 조심스레 뒤를 쫓으며 어디로 가는지 물었다.
백리결명은 음산하게 이를 갈았다. "우리는 그 귀 계집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만 자연히 아는 사람이 있을 거다."
그는 거리로 나왔고 양쪽 집 창호지에 무표정한 귀신의 얼굴이 비추었다. 백리결명은 마음대로 가게를 골라 문짝을 힘껏 걷어찼다. 남자가 힘을 쓰자 이 발길질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듯 집 전체를 흔들었다.
"그 여귀가 어디로 갔어, 튀어 나와 대답해라!"
사람들은 창호지 위의 무표정한 귀신의 얼굴이 점차 험상궂어지는 것을 보았다.
유부춘은 화들짝 놀랐다. "진…… 진 소협, 이렇게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뭐가 그렇지 않아?" 백리결명은 잔뜩 열이 받아 계속 문을 걷어 찼다. "당장 튀어 나와!"
사람들 "……."
안에서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창호지 위의 귀신의 얼굴은 점차 일그러졌다. 괴이한 얼굴이 차갑게 그들을 응시하여 다음 순간 그들을 산 채로 삼킬 듯했다.
원대는 그 귀신의 얼굴을 훔쳐보곤 뒤로 몇 걸음 물러나 침을 삼켰다. "그들이 여전히 말을 안 하려 하는데, 제가 보기엔 그만 두는 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리결명의 손바닥에서 새빨간 불꽃이 훅 일었다. 흔들리는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고 그것은 귀신의 얼굴보다도 더욱 무서웠다.
"말 안 하겠다 이거지, 그러면 너희 집을 다 태울 테다. 칼 산과 불바다라고 알지? 불바다의 불, 그게 바로 내 손바닥의 삼미진화다. 영혼을 태우는 맛을 너희들이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사방은 고요해지고 분노한 귀신의 얼굴은 증발하는 물처럼 옅어지고 문짝 뒤에서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리, 살려주세요. 그 여자가 나리의 애처를 난장강으로 데려갔습니다."
사람들 "……."
원래 귀 역시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법이구나.
백리결명은 고개를 돌려 말했다. "너희는 여기 남아 있어, 나 혼자 갈 테니. 내게 폐 끼치지 마라."
원대는 단박에 다리가 풀렸다. "그러지 마세요, 진 형님. 저희를 데려가세요. 형님과 헤어지면 반드시 일이 터질 겁니다, 심미 동생도 잡혀갔고 강선 동생도 죽었는데 저희가 어떻게 감히 여기 있겠습니까?"
유청추는 차갑게 콧방귀꼈다. "말하자면 사심미도 날 구하려다 잡힌 거니 자연히 내가 가서 그 애를 구해야지. 진 씨 놈아, 잘난 척 하지 마. 우리 유 씨 집안의 비검은 천하에 명성이 자자하니 만약 네가 패배한다면 우리가 구해줄 수도 있어."
원대와 원이 두 사람이 다리를 한 짝 씩 끌어안았다. "맞아요, 맞아! 우리 원 씨의 금법 역시 대단합니다! 진 형님, 심미는 형님의 동생이고 저희도 형님의 동생이니 우리를 버리시면 안 됩니다!"
백리결명 "……."
원 씨 절학은 금법이 아니라 뻔뻔함 아닌가?
이 겁쟁이들을 말릴 수가 없어 함께 난장강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곳은 마침 백리결명이 깨어났던 곳으로 상황을 보니 귀신부도 어쩌면 난장강에 묻힌 것인지도 모른다. 산을 오르니 온통 황폐한 풀이 무성하며 나무는 시들었으며 회백색 나뭇가지는 비틀려 얽혀 있어 마치 노인의 고통스레 비틀거리는 몸과 같았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심미의 그림자는 찾을 수 없었고 그 여귀가 말라 죽은 나무 아래에 서서 그들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희 중 누가 그 여자 아이의 낭군인가?"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유부춘은 백리결명을 보고 슬프게 고개를 숙였다.
백리결명은 앞으로 나왔고 하늘의 빛이 그의 얼굴로 향하며 오직 그만의 오만함을 비추었다. 때때로 사람들은 이 녀석이 이렇게 세상 천하 무서울 것이 없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곁에 있기만 하면 아무 것도 두렵지 않은 듯했다.
그는 여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 "두 개의 선택권을 주마. 첫째, 심미를 놓아주고 무릎을 꿇고 날 아버지라고 부른다. 둘째, 내가 널 두들겨 패서 심미를 놓아주라고 협박한 뒤에 무릎을 꿇고 날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는 악랄한 미소를 지었다. "하나 골라."
사람들 "……."
여귀는 아무 말 없이 소매를 흔들었고 난장강의 관이 차례차례 비틀려 열리며 관 안의 신부들이 하나씩 철판처럼 튕겨나와 앉았다. 그들은 모두 두 손을 뻗어 들고 붉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며 창백한 턱 끝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기에는 모두 오십 명이 있고 네 낭자를 제외하곤 모두 강시다." 여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만약 네가 정말 그녀를 사랑한다면 찾아낼 수 있겠지. 네게 반 주향의 시간과 한 번의 선택 기회를 주겠다. 만약 네가 틀린다면 너희는 모두 죽어. 만약 네가 맞춘다면……."
유부춘은 기뻐하며 물었다. "우리가 떠날 수 있을까요?"
여귀가 말했다. "관에 누워서 네 아내와 함께 죽을 수 있어."
백리결명 "……."
사람들은 겁에 질려 서로 얼굴을 마주했다. 눈을 돌려 그 신부들을 바라보면, 그녀들은 똑같아 보였고 굳어있는 모습마저도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너 머리에 병이 나서 병사한 건가?" 백리결명이 물었다.
"아니." 여귀가 말했다. "난산으로 죽었어."
"……." 백리결명은 경멸적으로 코웃음치더니 세 번째 손가락을 세웠다. "그래, 본 나리가 선택권을 하나 더해주마. 내가 심미를 찾아내면 네가 무릎 꿇고 날 아버지라고 부른 뒤 얌전히 환생하러 꺼진다."
그가 손가락을 울리자 49명의 신부의 몸에 동시에 49개의 진화가 피어 올랐고 뜨거운 불빛은 순식간에 산 전체를 비추었으며 마른 뼈와 오래된 나무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유부춘은 황급히 소리쳤다. "미쳤습니까! 만약 잘못 태운 거면 어쩌려고요!"
백리결명은 상대하지 않고 불길에 발을 들여 놓았다. 유부춘은 얼른 입을 다물고 그가 천천히 앞쪽, 유일하게 허리를 곧게 세우고 관 속에 앉아 움직이지 않는 신부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백리결명은 그녀의 머리천을 거두었고 사람들은 숨을 삼켰다. 그 아래에는 무서운 얼굴을 강시가 있었다. 그가 잘못 고른 것이다. 진정한 사심미는 49명의 신부 사이에서 까맣게 타올라 다시는 살아날 가능성이 없었다.
"진추명!" 유부춘이 노호했다. "심미 동생이 너 때문에 타 죽었어!"
"체." 백리결명이 웃었다.
그는 허리를 굽혀 그 못생긴 강시를 안아올리곤 사람들을 향해 걸어왓다. 그가 걸을수록 그의 품속의 얼굴은 변했고 환술이 벗겨지며 사람들은 그녀가 조금씩 그들에게 익숙한 아름다운 낭자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고 백리결명이 사람들 사이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이미 완전하게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백리결명은 사심미를 내려놓았고, 그녀는 그의 품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녀를 구속하던 술법은 그가 그녀를 끌어안던 순간에 풀려 사심미는 부드럽게 백리결명의 품 속으로 쓰러졌고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빗물에 떨어지는 배꽃 같았다. "진 오라버니, 절 찾아내실 줄 알았어요!"
"정말 그 여인을 사랑하는구나……." 여귀는 조용히 말했다.
유부춘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졌다. "죄송합니다, 진 소협. 제가 잘못 탓했습니다."
원 씨 형제는 감동하여 콧물을 흘렸다. "역시 두 분은 정이 깊으셔서 통하시는 게 있으시군요!"
백리결명 "……."
다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멀쩡한 사제의 정이 어떻게 부부의 정이 되었지?
"다들 입 닥쳐!" 그는 화가 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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