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산은 고소에서 멀지 않았는데 오봉선을 타고 물길을 따라 내려가면 나흘이면 도착하는 곳이었다. 마침 한여름으로 날이 좋았고, 수많은 집들이 강가를 마주하고 있으며 작은 배는 수로를 들어갔다 나왔다. 이웃의 소낭자는 난간에 쪼그리고 앉아 옷을 빨았고 손목이 물빛으로 물들어 서리보다도 더욱 깨끗했다. 백리결명은 뱃머리에 서 있었는데 오는 길 내내 세탁을 하던 여인들이 그를 향해 연방을 던지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후에 사심미 역시 선실을 나와 백리결명의 발치에 앉고 나서야 연방 비는 그쳤다.
저녁 무렵 유 부에 도착하였고 고개를 들어 보니 기와는 푸르고 담장은 희었으며 기와 높은 곳에 유 씨 집안의 편액이 걸려 있어 기개 있고 위엄이 드높았다. 맞이하러 나온 관가가 유부춘에게 몇 마디 귓속말을 하자 유부춘은 단박에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는 백리결명을 서쪽 사랑방으로 안내했는데 얼굴은 수심으로 가득했다. "저희 어머니께서 병이 나셔서 진 소협을 맞이하는 것이 늦어지셨습니다. 진 소협께서 탓하지 마십시오." 그는 주저하더니 말했다. "파혼하는 일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머니께서 좋아지시면 반드시 어머니께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이 녀석이 눈치가 빠르다고 할 수 있었다. 백리결명은 손을 흔들어 그를 보냈다. 그러고 보니 이상했는데, 오는 내내 그들이 부인이 이렇고 저렇고 하는 것만 들었지 어째서인지 유 가 주군을 언급하는 것은 듣지 못했다.
백리결명은 유 가 주군 유연해喻连海를 본 적이 없었다. 일찍이 유 씨와 사 씨 두 집안이 연합하여 황천귀국을 탐사했고 유연해는 선발대로 비경에 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유 가는 줄곧 유 부인이 대국을 관장했고 뜻밖에도 강좌에 우뚝 서서 흔들리지 않았다. 팔 년 전 포진산을 포위하여 토벌할 때 첫 번째로 산 정상에 이르렀던 비검 선봉은 유 부인이 보냈던 유 가의 자제였다.
거울을 마주하고 옷을 벗으니 구리 거울 속에 그의 늘씬한 그림자가 비췄다. 원신은 몸이 아주 좋았는데 근육이 잘 잡혀 있고 자세히 살피면 섬세한 결이 보였으며 조여졌을 때는 살기가 드러나 마치 칼집에 싸인 차가운 칼날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는데 썩은 부위가 오른손 손바닥부터 시작하여 팔뚝으로 이어지고 있었고 복부 역시 보랏빛이 돌아 언뜻 보았을 때 두려운 모양새였다.
그는 귀이고, 악귀는 시체에 기대어야지만 인간 세상을 걸을 수 있다. 귀혼은 도처를 떠돌아야 한다. 귀혼의 이목 속 그림자와 목소리는 사람의 이목이 보고 듣는 것과는 다르다. 그들은 교류할 수 없고 말을 할 수 없어 버려진 굴뚝 속의 외딴 연기처럼 극소수의 상황 하에서만 세상에 나타나 가위에 눌리거나 눈앞을 가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거의 모든 귀혼은 본능적으로 육신을 찾아 인간 세상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
백리결명은 달랐다. 고혼야귀가 되어도 좋고 봉인이 되어도 그는 다 상관 없었다. 그가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심미를 위해서였다. 그는 영력을 운전하여 가장 작은 영력으로 몸을 유지하고 보통 사람의 온도와 호흡을 모방하기 위해 노력했다. 술법을 쓰는 것은 육신에 피해가 너무 컸기 때문에 다시는 가벼이 술법을 쓸 수 없었다. 그는 더욱 오래 심미와 함께 있고 싶었고 방법을 찾아 심미가 돌아갈 곳을 찾고 싶었다. 이 며칠 알게 된 선문 중 나이가 적령기에 있는 소년들은 뚱뚱한 이들은 뚱뚱하고 못생긴 이들은 못생겨 눈에 차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다시 옷을 걸치고 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밤이 되자 초승달이 처마 끝으로 기어 올랐다. 백리결명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회화나무 밑에 기대어 한가로이 구경을 하고 있었다. 회랑에서 하녀 몇 명이 지나가며 서로 귓말을 하고 있었다.
"부인이 왜 그러실까, 왜 갑자기 깨어나질 못하실까?" 어느 하녀가 물었다.
"누가 알겠어? 그저께 선 주군의 제삿날 때 부인께서 성 밖에 도장을 설치하시고 법사를 하셨는데 돌아오시곤 드러누우셨어. 대공자가 아까 하는 말을 듣기로는 어떤 사악한 물건에 부딪힌 것 간다던데?" 다른 키가 작은 하녀가 말했다.
어쩐지 유연해에 대한 언급이 없더라니, 그 놈팡이는 진작에 염라대왕을 만나러 갔구나. 백리결명은 나른하게 생각했다.
"그럴 리 없어, 대공자가 분명 잘못 보신 거야. 부인의 도행이 그리 높은데 어떤 요사한 물건이 부인의 앞에서 날뛰겠어? 내가 보기엔 부인께서 법사로 너무 지치신 거야." 키가 큰 하녀가 말했다.
두 하녀는 안으로 들어오다 백리결명을 보곤 각자 허리를 숙였다. 두 계집아이의 얼굴을 본 백리결명은 눈썹을 찌푸렸다.
멀리 가자마자 그녀들은 또 귓속말을 했다. "저게 바로 회좌의 그 가난뱅이인가? 듣자하니 저 사람이 우리 심미 낭자를 원한다 하던데."
그들은 백리결명이 듣지 못한다 생각했고, 말은 갈수록 방자해졌다.
키가 큰 하녀기 비웃었다. "꿈이 크기도 하지. 대공자는 물론이고 선문백가의 사내 중 누가 우리 낭자를 위해 머리가 터지게 싸우지 않았겠어? 저번엔 소 가의 큰 공자는 가슴에 낭자의 이름을 새기고 집에서 목을 매달아 제 어머니에게 혼담을 넣으라고 강요했지. 부인이 대공자와 낭자를 약혼시키고 나서야 그만뒀잖아. 흥, 낭자가 어떻게 저런 가난뱅이에게 시집을 가겠어?"
"맞아, 저런 집안이 우리 유 씨 부의 대문을 넘게 해준 것만으로도 하늘과 땅에 감사해야 할 일이지." 키가 작은 하녀는 팔을 쓸어내렸다. "얘, 너 추운 것 같지 않니?"
키가 큰 하녀는 "쯧" 혀를 찼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나도 그런 것 같네."
백리결명은 눈을 흘기고 흩날리는 회화나무 잎을 받아 눈꺼풀을 닦았다. 회화나무 잎으로 눈을 닦으면 귀를 볼 수 있다. 눈앞의 세계는 순식간에 변하여 야색은 짙어지고 작은 정원은 음습한 큰 물항아리와 같아지며 달빛은 푸르고 흰 물결과 같았다. 그는 천천히 멀어지는 두 하녀를 바라보았는데 두 사람의 뒤에는 흐느적거리는 검은 그림자가 뒤따르고 있었지만 그녀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검은 그림자는 갑자기 고개를 뒤틀더니 백리결명을 향해 기이하게 웃곤 단박에 사라졌다.
두 사람이 말을 하고 잇는데 눈앞에 갑자기 한 사람이 보였다. 고개를 들어 보니 방금 지나간 백리결명이었다. 사내는 키가 커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모양이 자못 거만스러웠다.
이 사람이 언제 달려왔지? 그들은 막 그의 험담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지 못하게 눈앞에 나타나자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난 그들은 간담이 서늘해져 허리를 숙였다. "진 공자."
"날이 어두워졌으니 어서 방으로 돌아가라. 가는 중에 만약 누군가 뒤에서 너희 이름을 불러도 절대 뒤돌아 보지 말고."
눈앞의 사람은 차갑게 말했고 그들이 다시 눈을 들었을 때 그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백리결명은 길 위에서 적지 않은 유 씨 집안의 하인들을 만났고 그제야 이 집안 사람들의 생김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곧 자시(23시~01시)가 다 되어가고 음기는 갈수록 짙어졌고 백리결명은 하인 몇 명을 가로막고 주인에게 문을 닫을 것을 알리라 말했다. 연속으로 몇 명이 괴물이라도 보는 듯 그를 보았고 그는 부에 귀괴가 있다고 말했으나 하인들은 그를 비웃었다. "우리 유 가는 선문대호인데 어떻게 귀괴가 몸을 숨길 수 있겠습니까?"
백리결명은 차갑게 웃었다. "어쨌든 나는 이미 말했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말을 뱉고 그는 사심미를 찾으러 갔다.
밤은 이미 깊어져 커다란 쇠로 만든 새장이 머리 위에 드리워져 있는 듯했다. 팔각 홍등이 처마 위에 걸려 있어 돌계단 위에 선혈과 같은 불길한 빛을 비추었다. 사심미는 등을 끄고 신을 벗고 침상에서 눈을 감고 앉았다. 그의 정원은 조용하여 산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그 역시 숨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그는 무언가가 그의 정원에 들어와 천천히 그의 창살에 다가오는 것을 알았다. 그 물건은 걸을 때 소리가 나지 않아 마치 다리가 없는 귀혼 같았다.
만약 촛불이 꺼진 것이 아니었다면 사심미의 그림자가 확대되고 변형되어 마치 몸을 숙인 맹수가 천천히 등을 펴는 것과 같은 모습을 비추었을 것이다. 지금 그의 그림자는 어둠과 하나가 되어 이를 갈고 피를 빨고 있었다.
그 물건은 천천히 창문을 열고 안으로 넘어 살금살금 들어오며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다. 사심미는 눈살을 찌푸렸다. 악귀는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귀가 아닌 것인가? 어둠 속의 그림자는 점차 커지더니 침상 전체를 뒤덮었다.
"심미?"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고 그림자는 그 순간 움츠러들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진 오라버니?" 사심미는 몸을 일으키고 놀라 말했다.
"나야." 백리결명은 그의 침상 곁에 쪼그리고 앉았다. "네가 있는 곳에 이상한 일 없었느냐?"
"아니요, 왜요?" 사심미는 연보라색 침상의 천을 걷어 올렸고 드러난 틈으로 백리결명의 찌푸린 눈썹을 보았다.
"유 가가 이상해, 여기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긴 거 알아차렸어?" 백리결명이 말했다.
"이상하다니요?" 그는 모르는 체 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씁쓰레하게 웃었다. "그들이 못생겼다는 말이세요?"
"못생긴 것도 맞지." 백리결명은 쪼그려 앉는 것이 지쳐 아예 디딤판 위에 앉았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건 그게 아니야. 그들 얼굴에 흉상이 있고 미간은 모여들고 볼은 붉은 걸 봤어. 이건 대흉의 징조야. 듣자 하니 유 가 부인이 며칠 전에 교외에서 법사를 하고 돌아오곤 인사불성이라던데 아마 그 법사와 관련이 있는 걸 거야."
"어?" 사심미가 물었다. "법사는 복을 빌고 재앙을 피하길 기원하는 것 아닌가요?"
"꼭 그렇지는 않아." 백리결명이 말했다. "법사에는 음사와 양사가 있는데 유 가는 선 주군에게 제사를 지낸 것이니 분명 음사를 한 거야. 음사에는 규칙이 있는데, '섭소摄召'라고 해서 망자를 도장으로 불러 도화하는 거야. 이 의식에서 만약 문제가 생기면, 불러오는 게 망자가 아니라 다른 악귀가 돼."
"진 오라버니의 말 뜻은 유 부인이 악귀를 불렀다는 거예요?"
백리결명이 말했다. "맞아, 방금 내가 악귀가 야행하는 것을 보았는데 빙의할 사람을 찾고 있었어. 이 놈이 매우 기민하고 재빨라서 잡지 못했지."
사심미는 고개를 흔들었다. "유 가는 선문의 으뜸이고 부인 역시 도행이 꽤 높아요. 도장 법사는 선문 제자들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이라 아무리 시골 도사라 해도 아주 익숙한 일일 텐데 어떻게 귀를 잘못 부르겠어요?"
"누가 알겠어. 노망이 들었겠지." 백리결명은 어깨를 으쓱였다.
말을 하고 있는데 밖에서 한바탕 소리가 들렸다. 마치 무언가가 화분을 깨트린 것 같았다. 백리결명은 눈살을 찌푸렸고 사심미 역시 침상을 내려왔다. 두 사람은 몸을 굽혀 문에 바짝 붙어선 색실에 구멍을 내어 몰래 밖을 내다보았다. 구석에 그림자가 머리를 내밀고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보였다.
"누구야? 한밤중에 오다니 변태 아니냐?" 감히 그의 제자의 규방을 몰래 들여다보다니, 백리결명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망할 놈 같으니, 노자가 가만 두나 보자!"
사심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이 사람은 자기도 한밤중에 왔으면서 어째서 자기는 변태가 아니라고 하는가? 사심미는 그를 붙잡았다. "이상해요, 그의 목을 자세히 보세요."
백리결명이 다시 보니 순식간에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 그 사람은 문 뒤쪽에서 고개를 비틀어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목이 비틀어진 각도가 너무 커서, 거의 어깨에 떨어질 것 같았다. 만약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진작 떨어졌을 것이다. 그 사람은 문 밖에서 잠시 머물더니 참새처럼 튀어나왔는데 목이 비틀어진 마른 그림자였다. 그는 청백색의 정원에 뛰어들어 조용히 그 가운데 서 있었다.
사심미가 사는 작은 정원은 정원静园이라고 불리는데, 여덟아홉 개의 방과 땔감방이 하나 있었다. 사심미는 본채에 살고 정원은 조용하고 쓸쓸했다. 청백색 달빛은 길게 이끼가 낀 석판 위에 드리웠고 조금의 활기도 없었다. 그 목이 비틀어진 이는 남쪽부터 하나씩 방문을 열기 시작했는데 나무문은 삐걱거려 조용한 어두운 밤 속 귀를 자극했다. 그는 안으로 뛰어들어갔다가 잠시 머물곤 다시 나왔다.
"저 방에는 사람이 살지 않아요." 사심미는 입모양으로 백리결명에게 말했다.
백리결명은 눈살을 찌푸렸고 이상하다 생각했다. 유 가는 어째서 그녀에게 하인도 붙여주지 않았을까? 보통 주인들의 방 밖에는 하인들이 밤을 지새우는데 사심미가 있는 곳에는 한 명도 없었다.
목이 비틀어진 이는 여전히 문을 열고 있었다. 그는 방마다 뛰어들어 한 바퀴 돌았고 백리결명과 사심미는 그가 삐걱거리며 뛰는 소리를 들었다. 이 사람의 시체는 이미 무척이나 굳어 정상인처럼 움직일 수 없어 뛸 수밖에 없었다. 아직 방이 세 칸 남아 있었고 그는 곧 본채에 이를 것이다.
백리결명은 그녀에게 방 안으로 들어가라는 표시를 했고 그는 문을 걸고 허리를 굽혀 뒤를 따라가 두 사람은 함께 침상에 올랐다. 목이 비틀어진 이의 발걸음 소리는 갈수록 가까워져 문가에 이르렀다. 그는 문을 밀었고 문은 밀리지 않았다. 바깥은 잠시 고요해졌고 발걸음 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백리결명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고 갑자기 빗장이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깜짝 놀라 천을 걷어올려 보니, 문 틈에서 다섯 개의 아주 긴 손톱이 밀고 들어와 빗장을 흔들더니 천천히 그것을 옮기고 있었다.
손톱이 이렇게 길다니! 사람이 죽고 난 뒤에는 머리카락과 손톱만이 계속 자라니, 이 강시는 분명 죽은 지 꽤 되었을 것이다. 보아 하니 빙의에 성공하지 못하고 자신의 시체로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빗장은 열렸고 마르고 가느다란 목덜미의 그림자가 방 바닥에 비추어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공포감이 있었다. 묵직한 소리를 내며 그는 본채의 문턱을 뛰어 넘었다. 그것은 마르고 큰 음인으로, 두 손은 평평하게 들어 올렸고 열 손가락의 손톱은 날카로워 팔꿈치 정도의 길이였다. 백리결명은 빠르게 천을 내렸다. 비틀어진 목은 방 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하더니 몇 차례 탁자와 의자에 부딪혔다. 천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비틀어진 목이 점차 가까워지고 침상의 천에 비추는 그림자가 점차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틀어진 목은 움찔거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침상은…… 침상은……."
백리결명과 사심미는 눈을 마주쳤다. 그는 침상을 찾고 있었다!
도행이 높지 않은 귀혼은 정신과 지혜가 부족하여 신발의 방향을 보고 침상을 구분했다. 신발 끝이 침상을 향하고 있으면 귀는 침상에 오를 수 있다. 시골의 노인들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자기 전에 신발을 하나는 바르게 하나는 거꾸로 놓으라고 가르치는데, 이렇게 하면 귀혼이 침상을 찾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백리결명이 고개를 숙여보니 사심미의 신발 끝은 침상을 향하고 있었다. 비틀어진 목이 점차 다가오는 것이 보였고 펄쩍 뛰는 소리는 무겁고 다급하여 명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무언가 떠올라 백리결명은 사심미의 손 위의 은팔찌를 떼어내 천을 걷어 올리고 맞은편으로 던졌다. 은팔지는 짤랑 벽에 부딪히더니 땅으로 떨어져 빙그르르 돌았다. 비틀어진 목은 얼른 몸을 틀어 뛰어 가 벽에 부딪혔다.
이 틈을 타 백리결명은 얼른 천을 걷고 몸을 내밀어 사심미의 신발을 가져왔다. 집어들고 나서야 알아차렸는데, 사심미의 신발은 무척 커서 그의 발 크기와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아 보였다. 백리결명은 말을 잃고 말았다. 무슨 처녀가 발이 이렇게 크단 말인가?
목이 비틀어진 이는 벽에 여러 차례 부딪히더니 앞에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 다시 방 안으로 돌아와 다시 돌기 시작했다. 그는 침상에 가까워졌고 높게 든 팔이 천을 스치자 천이 북 찢어지며 열 개의 날카로운 손톱이 뚫고 들어와 하마터면 백리결명의 눈을 찌를 뻔했다. 두 사람은 조심스레 말도 안 되게 긴 손톱을 피해 구석에 모여 앉았다.
사심미는 백리결명에게 바짝 붙었고 백리결명은 그녀에게 눌려 벽에 바짝 끼었다. 비좁아서 정말 견딜수가 없어진 백리결명은 그녀를 밀었다. 어둠 속에서 사심미가 눈을 깜빡이는 것이, 무고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손톱은 그들의 머리 위를 스쳤고 비틀어진 목은 아무 것도 찾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침대는……." 하고 중얼거렸다. 그는 발을 돌리더니 메뚜기처럼 튀어 나갔다.
백리결명은 이불을 젖히고 살금살금 침상을 내려 소리 없이 귀를 뒤쫓았다. 문가에 이르러 멈춰 선 그는 비틀어진 목이 펄쩍펄쩍 뛰며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비틀어진 목이 정원을 나가는 것을 확인한 백리결명은 문을 닫고 돌아왔고 사심미는 베개에 기대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 오라버니는 어떻게 귀괴가 이곳으로 온다는 것을 아셨어요?"
"추측한 거야." 백리결명이 말했다. "너는 순음의 몸을 하고 있으니 귀를 불러 모으기 좋아. 부에 귀가 있으면 분명 너를 찾아 올 거다. 내가 왔으니 다행이지, 만약 오늘 밤 내가 오지 않았으면 네가 잠에 푹 들었을 때 저 놈이 오면 넌 죽은 목숨이야."
"진 오라버니, 오라버니가 절 제일 잘 대해주세요." 사심미의 미소가 화사했다.
"그럼 당연하지." 백리결명이 코웃음쳤다.
이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겸손을 모른다. 사심미는 입술을 가리고 나지막하게 웃었다. 남실거리는 달빛이 그녀의 미목을 덧그렸고 눈꼬리의 연홍빛은 노을보다도 더욱 부드러웠다. 키가 이렇게 크고 무게도 묵직하니, 백리결명은 그녀가 사내인 것이 더욱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사내였다면 분명 아주 아름다운 사내일 테지.
"진 오라버니, 오늘 저와 함께 있어주실 수 있나요?" 사심미는 가볍게 그의 팔목을 잡아당겼다. "부에 귀신이 나오니 무서워요."
그녀의 간청하는 모습은 처량하여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가 정인에게 자신을 버리지 말라 애원하는 것으로 알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녀에게 열심히 수련하면 이후에 문을 나서면 신귀도 다 그녀를 피해 갈 것이라 가르쳤던 백리결명은 마음이 답답했다. 다 커서 이렇게 겁쟁이가 될 줄은 몰랐다. 됐다, 그녀는 계집아이이니 사내 녀석을 대하듯 짚신으로 때리면 안 된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네 침상가에 앉아 아무 데도 안 가마." 그는 말을 이었다. "저 비틀어진 목이 이상해보이지 않더냐?"
사심미는 눈살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 "네, 목이요? 어쩌면 목 매달아 죽은 귀신인지도 몰라요. 밧줄에 목이 부러져 저렇게 비틀어진 게 아닐까요."
"아니야, 방금 저 놈이 문 안으로 들어왔을 때 얼굴을 봤어." 백리결명이 말했다.
"네?" 사심미가 물었다. "혹시 진 오라버니가 아는 사람인가요?"
백리결명은 잠시 침묵했고 눈빛은 어두워졌다.
그가 말했다. "내 생각에…… 그가 널 좀 닮은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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