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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도액渡厄

제11장 - 야원夜怨(3)


"그게 무슨 말이냐?" 백리결명이 물었다.
사심미는 옅게 미소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저 역시 그저 추측일 뿐입니다. 하인을 시켜 찾아보라고 하세요, 찾아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오늘 밤 그 귀괴를 잡으면 모든 것이 자연히 밝혀질 것입니다."
하인들은 사심미가 말했던 시체를 찾지 못했고 관가는 각 정원에 귀를 쫓는 부적을 뿌렸다. 아환들과 하인들이 모여 받더니 꼼꼼히 집안 곳곳에 붙였다. 유부춘과 유청추는 취미당을 나와 문하생들에게 진을 펼 것을 지시했다. 영검이 하나 둘 꽂혔고, 유부춘은 온 집안 문하생을  전부 데려다다 놓지 못해 안타까워 했다.
저녁이 되자 각 정원 사람들은 모두 문을 잠가 걸고 감히 나오지 못했다. 유부춘 오누이와 백리결명, 사심미는 문하생들을 데리고 정당에 숨었고 창가의 연연라 천에 작은 구멍을 내어 바깥을 내다보았다.  마당 가운데의 청석판에는 산 돼지 한 마리를 두었는데 네 다리를 꽉 묶었고 목에 좁은 상처구멍을 만들어 끈적한 피가 아래로 뚝뚝 흘렀다. 상처는 길지 않아 피가 단번에 다 흘러내리지 않도록 했다. 돼지는 오늘 낮에 시장에 가서 사 온 수퇘지로 온 몸이 희었으며, 원래 선인들에게 제사를 올릴 목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퉁퉁한 두 볼에 연지까지 발랐다. 그것은 짙은 화장을 하고 피 속에 누워 있어 괴이한 농염함이 있었다.
몸을 숨기기 위해 방 안에는 불을 밝히지 않았고 사람들은 조용히 문에 기대어 있었고 고요한 어둠 속에서 서로의 호흡 소리만이 들려왔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바깥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고 백리결명이 기대하던 목 비틀어진 그림자 역시 줄곧 나타나지 않았다. 달빛은 정원을 비추었고 정원은 텅텅 비어 있어 모든 것이 흐리멍덩했다. 사심미는 잠이 와 머리를 가볍게 백리결명의 어깨에 기대었고 밤이 되어 방이 어두워진 탓에 문하생들은 볼 수 없었다.
"왜 아직 안 오지?" 유청추가 중얼거렸다. "귀괴도 잠을 자나, 설마 오늘은 쉬고, 살인할 준비를 안 하겠다는 거야?"
"귀괴가 편식하나?" 유부춘은 불안해하며 말했다. "아니면 돼지 피로는 그를 끌어들일 수 없는 걸까."
백리결명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답은 모르겠고 머리만 아팠다.
긴장된 고요 속 사심미는 갑자기 눈을 뜨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런."
"왜?" 백리결명의 눈꺼풀이 튀었다.
"저희가 아주 중요한 것을 놓쳤어요." 사심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귀신을 쫓는 부적은 따지고 보면 일종의 금제 부적이에요. 그것이 바깥의 귀괴를 쫓을 수 있고 본래 안에 있는 귀괴를 가둘 수도 있어요. 저희가 정원을 다 닫아걸었는데 만약 귀괴가 바깥에 있었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담 안에 숨어 있었다면요?"
"그럴 가능성은 없어." 유부춘이 그녀를 위로했다. "우리는 오늘 각 정원을 모조리 조사했고, 구석까지 놓치지 않았지만 그 사악한 물건의 흔적을 찾지 못했어. 오늘 발견한 그 시체 두 구의 상처에서 증명되었듯, 악귀는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하지 못했어. 그놈은 자기의 늙은 시체로 흉악한 짓을 벌이고 있는 거야."
"맞아." 유청추가 말했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은 그런 상처를 만들 수 없어."
남자의 몸에 여자의 얼굴, 심미가 언급했던 찾아내지 못한 시체……. 모든 단서가 까마귀 깃털처럼 잇달아 스치고, 백리결명은 머릿속에 스치는 것이 있어 단박에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는 찬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그 귀괴가 다른 사람으로 변장할 수 있다면?"

유 부 주방.
달빛이 동전면 창살을 너머 어린 아환의 베갯머리로 떨어졌다. 아환은 요의에 깨어 침상에서 일어났다. 눈을 뜨니 맞은 편 침상이 텅 비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곳은 그녀의 동숙인의 자리였는데 오늘은 몸이 좋지 못하여 이불을 덮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밥도 먹지 않았다.
그녀는 맞은 편 침상의 아환이 어디 갔는지 생각하며, 자수를 놓은 신발을 끌고 볼일을 보러 가려 했다. 막 몸을 일으켰을 때 맞은 편 침상의 아환이 침상가에 엎드려 몸을 부들거리며 무언가 더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거미처럼 바닥에 엎드려 침상에 몸이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아까 어린 아환이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뭐하는 거야? 한밤중에 말이야. 부에 귀신이 나오고 있는데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어서 자." 그녀는 요의를 참고 걸어가 그 아환에게 일깨워 주었다.
아환은 대답을 하지 않았고 입으로는 중얼거렸다. "어디야…… 어디야……."
"뭐가 어디야?" 어린 아환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뭘 찾는 거야?"
아환은 바닥을 더듬거리던 동작을 멈추고 한참동안 가만히 있더니 마침내 뻣뻣하게 얼굴을 돌렸다.
달빛 아래 그녀의 얼굴은 새까맸으며 얼굴은 혈색이 없이 창백하여 죽음의 기운이 만연하여 괴이했다. 그러나 더욱 공포스러웠던 것은 이 사람의 몸이 건장하고 피부는 거칠었으며 그녀의 손바닥만 흰얼굴과 함께 보니 무척이나 이상했던 것이다. 밤은 빛이 너무 어두워 어린 아환은 이 사람의 몸이 사내의 것이었다는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귀괴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나는 내 머리를 찾고 있어, 네 목 위에 있는 그게 …… 내 머리야?"
"아——"

날카로운 비명이 밤 하늘을 찢고 정원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유청추는 몸을 일으키고 큰 소리로 말했다. "주방 방향이야!"
유 가 남매와 문하생들은 즉시 문을 박차고 나가 주방을 향해 미친 듯 뛰어갔다. 백리결명 역시 밖을 향해 뛰었는데, 두어 걸음 뛰다가 사심미가 뒤처진 것을 보고 다시 돌아와 몸을 숙였다. "올라와, 나으리가 업어주마."
이 계집애는 계속 젠 체를 이어갔다. "진 공자를 번거롭게 할 수 있나요, 공자 혼자 가세요. 심미는 뒤따라 가겠습니다."
"됐다, 너하고 떨어지면 일이 생겨. 나는 다시 신부를 고르고 싶지는 않다." 백리결명은 그녀를 재촉했다. "어서 올라와!"
뒤쪽의 사람은 잠시 침묵하더니 목이 깨끗하고 흰 팔에 감싸였다. 고개를 돌리면 휘영청 달빛 아래 그녀의 눈동자 속 옅은 웃음기가 보였다. 백리결명은 멈칫하더니 얼른 고개를 돌렸다. 마음 속 어떤 딱딱한 껍질 같은 것이 깨져 시큰한 물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시간은 실로 빠르게 흘렀다. 팔 년 간 보지 못한 사이 그의 어린 제자는 명실상부한 처녀가 되어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 팔 년 간 그가 그녀의 곁에 머무르며 그녀가 자라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진 공자는 아직도 제가 무겁다고 생각하세요?"
등 뒤의 사람의 그의 귓가에서 물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사람은 컸으나 마음은 클수록 좁아진다. 그가 생각 없이 한 말에 지금까지 원한을 품고 있다니. 백리결명은 심드렁하게 말했다."안 무겁다, 안 무거워. 너는 꼬마 선녀라 깃털보다 가벼워."

주방에 이르자 하인들이 허겁지겁 뛰어온 것이 보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옷을 잘 갖춰 입을 틈이 없어 누군가는 바지를 들고 비틀거렸고 누군가는 양 손으로 신발을 쥐고 있었다. 백리결명은 요문을 넘었고 안에서는 검광이 번뜩였는데 하나하나가 빛 흐르는 은빛 제비처럼 배회했다. 귀괴는 검광 속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고, 바닥에는머리 없는 여인의 시체가 한 구 누워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목이 뜯겨 나가 있었으며 머리는 귀괴의 손에 들려 있었고 눈은 둥그렇게 뜨여 있었다.
이번에는 유청추 역시 전세에 합류하였는데 백리결명은 처음으로 이 계집아이가 검을 뽑는 것을 보았다. 초식은 역시나 그녀의 얼굴처럼 구렸고 참혹하여 볼 수가 없었다. 어쨌든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머리가 똑똑치 못한 귀괴 하나를 붙잡는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무두귀는 삽시간에 곤선삭에 묶여 큰 쫑즈가 되었다. 문하생은 그가 빼앗은 머리를 가져왔고 아랫방에서 낮에 찾지 못했던 여자 시체를 찾아내었다.
정원에는 여자 시체 두 구가 가로놓여 있었고 하인들은 한쪽을 둘러싸고 엉엉 울었다.
유부춘은 멍하니 눈물을 흘렸다. "우리 집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럴까? 어떻게 무두귀을 건드렸지?"
소위 무두귀라고 하는 것은 머리를 잃은 귀괴를 말한다. 이런 귀괴는 보통 머리가 잘린 죄인인데 시체를 온전히 남기지 못하여 마음에 원한이 생겨 악귀가 된 것으로, 무덤에서 기어나와 자신의 머리를 찾아 완벽한 시체로 만들려 한다. 그는 머리를 보게 되면 하나하나 떼어내어 딱 알맞는 머리를 찾을 때까지 자신의 목 위에 올려놓아 비교한다. 어젯밤 그의 비틀린 목을 본 것은 아마 머리를 제대로 올려두지 못한 듯했다.
"대체 어느 집 수사인지……." 유부춘은 진 속의 머리 없는 귀괴를 보며 중얼거렸다. 귀괴는 남루한 옷을 입고 있어 옷으로 신분을 알아볼 수 없었다. 유부춘은 잠시 쳐다보다가 홀린 듯 머리를 두드렸다. "여봐라, 각 집안에 비첩을 보내 실종된 수사가 없었는지 물어봐라." 말하며 그는 머리의 땀을 닦았다. "이제는 배진 선생이 와서 귀괴를 봉인하길 기다리자."

일이 일단락되고, 사심미는 항상 몸이 약하여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방으로 돌아가 쉬고 싶어 했다. 유부춘은 세심하게 살펴 문하생을 시켜 그녀를 정원까지 데려다주려 했다. 유청추는 앞으로 나서서 다짜고짜 사심미의 소매를 끌고 갔다. 정원을 나서자 사심미는 미소지었다. "사촌언니가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유청추는 헛기침을 했고 얼굴에는 부끄러운 기색이 있었다. 그녀는 사심미를 끌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물어보자, 너 그 진 씨 성의 개도둑놈을 좋아하는 거 아니야?"
어쩌면 유청추가 이런 질문을 할 줄 몰랐던 듯, 사심미는 멈칫하더니 미소지었다. "안 좋아해요."
"안 좋아해?" 유청추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어떻게 그래? 그러면 왜 그를 꼬…… 흠, 건드려?"
"왜냐하면 진 오라버니의 곁에는 저만 있을 수 있으니까요." 사심미가 말했다.
"이게 좋아하는 거 아니야?" 유청추는 이 여자를 알 수가 없었다.
사심미는 고개를 기울이고 잠시 그녀를 쳐다보더니 다시 웃었다. "모르겠어요, 그러면 그런 거겠죠."
"됐다, 뭐 하나 물어볼게……." 그녀는 눈빛을 반짝였고, 잠시 멈추었다가 자포자기하며 말했다. "너하고 그 진 씨 성의 개…… 흠, 진추명이 널 알게 된 지 얼마나 됐다고 너를 위해 칼의 산과 불의 바다를 건넜어. 네 생각에, 사내들은 모두 너처럼 연약한 여인을 좋아하는 거야?"
"음? 제 생각은 달라요."
"그러면 뭐야?"
"저는," 사심미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사내들은 모두 저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너!" 유청추는 하마터면 숨이 막혀 피를 토할 뻔했다. 그녀는 발을 구르며 욕을 했다. "사심미,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곤산 여귀 때 너 일부러 잡혀 간 거잖아, 진추명이 널 보고 마음 아프게 하려고! 저 눈 먼 남자들이나 너한테 홀려서 정신을 못 차리는 거지, 나는 빤히 다 알고 있어! 똑똑히 들어, 너한테 진추명이 있으면 아무렇게나 다른 남자에게 꼬리를 치지 마. 배진 오라버니가 오면 네 수법을 거두고 얌전히 네 정원에 머물면서 반 걸음도 나서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말을 마치고 사심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유청추는 고개를 돌려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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