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오라버니, 그게 무슨 뜻이세요?" 사심미의 미소가 굳어졌고 침상의 천이 그녀의 얼굴을 덮어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진 오라버니는 제가 귀괴 같으세요?"
"그런 말이 아니야." 백리결명은 그 음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 생김새를 봤을 때 사내 같으냐, 여인 같으냐?"
"……사내요?" 사심미는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주저하며 말했다.
"그래, 저렇게 크고 건장한데 여인일 턱이 없지. 그러나 방금 여자 얼굴을 하고 연지분까지 바른 걸 봤어." 백리결명은 역겹다는 표정을 드러내었다. "소름이 끼치더라."
사심미는 미소를 유지한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저와 닮았다는 건 무슨 뜻이예요?"
백리결명은 평생 남의 눈치를 살필 줄을 몰라, 사심미의 미소 속 위험한 뜻을 깨닫지 못한 채 솔직하게 말했다. "너희는 다 사내의 몸에 여인의 용모를 하고 있잖으냐. 너도 키가 크고 발도 이렇게 크지. 하지만 너는 달라, 저 음인은 못생겨서 너처럼 예쁘지 않아. 너는 보면 눈에 보약이 되고 저 놈은 소름이 끼치잖아. 그런데 너도 먹는 걸 좀 줄여야겠다, 계집아이가 너무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안 돼." 그는 사심미의 가슴을 훑어보곤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아니면 너 황기나 대추 같은 걸 좀 먹지 그러냐?"
"왜 그런 걸 먹어요?" 사심미가 물었다.
백리결명이 말했다. "살이 오를 데 살이 오르게 하는 거지, 너희 여인들은 그런 것을 무척 신경쓰지 않느냐? 내가 의술을 좀 아는데 마침 딱 좋은 처방이 있어. 내 말대로 차를 끓여서 매일 한 잔 씩 마시고, 한 달을 쭉 마시면 효과가 있을 거다."
어째서인지 백리결명은 방 안의 그늘이 더욱 짙어진 것 같다고 느꼈다. 흡사 철로 만든 천이 머리를 내리 누르는 듯 조금 숨쉬기가 불편했다. 어둠 속에서는 사심미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으나, 다만 그녀가 침묵하며 누워 얇은 이불을 덮고 백리결명에게 등을 돌리는 것만 보였다.
"진 공자, 다른 일이 더 있으신가요? 심미는 쉬어야겠습니다, 진 공자도 어서 방에 돌아가 쉬세요."
"응?" 백리결명은 의문스레 물었다. "방금 같이 있어달라고 하지 않았어?"
그녀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심미는 갑자기 과년한 남녀가 한 곳에 함께 있는 것이 얼마나 말이 되지 않으며 심미의 명성에 손해가 가는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그러니 진 공자께서 방으로 돌아가시지요."
어째 호칭도 변했는가? 이전에는 간드러지게 진 오라버니라 하던 것이 지금은 왜 싸늘하게 진 공자라고 부를까? 백리결명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기는 안전하지 않아, 만약 귀괴가 돌아오면 어떻게 해? 아니면 내가 널 데리고 다른 정원에 가서 쉴까?"
사심미는 조용히 말했다. "그럴 필요 있겠나요? 심미는 사내의 몸에 여인의 얼굴을 하고 있고 발도 크고 가슴은 납작한데, 세상에 지금껏 살아도 재미 하나 없으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요. 후에 다시 태어나면 진 공자의 눈에 들 수 있는 낭자가 될 수 있게요."
백리결명 "……."
그는 뒤늦게 깨달았다. 이 아이는 화가 난 것이다.
왜 화가 났는가? 그가 한 말은 분명 사실이고, 그녀를 대신하여 가슴을 키울 방법도 생각해 냈다. 그런데도 기뻐하지는 않고 도리어 화를 내다니?
백리결명은 그녀의 등을 찔렀다. "야, 심미. 왜 화를 내?"
사심미는 손을 흔들었고 침상의 천이 저절로 내려와 안팎을 가로막았다.
백리결명 "……."
이건 그를 무시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됐다, 무시하려면 무시하라지. 어떻게 되어 먹은 성질머리기에 남의 좋은 마음을 나귀 허파(가치가 없는 것)로 여긴단 말인가? 시중을 안 들고 말지. 백리결명은 바깥에 앉아 방 안의 배치를 살폈는데 대추색 탁자와 백자 한 병이 있었으나 꽃은 꽂혀 있지 않았다. 찻잔은 차가웠고 주전자에는 찻물이 없었다. 달빛이 만자격자창을 넘어 들어와 인동화 바닥돌에 내려 마치 새하얀 물결이 가벼이 흔들리는 것 같았으며 그 가지마다 얽힌 인동화가 물 속에서 피어난 꽃이 되었다.
분명 한여름이라 열기가 후덥지근할 때인데 방 안은 서늘하여 활기가 없었다. 이 아이는 어째 이렇게 지내왔을까? 한창 시절을 보내고 있는 다 큰 처녀가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다. 백리결명은 미간을 찌푸렸고 눈빛이 천사창을 넘어 텅 빈 정원을 향했다. 이 고요한 작은 정원은 이토록 큰 유 부에서도 세상과 동떨어져 외로운 무덤 같았다.
날이 막 밝았을 때 백리결명은 서쪽 사랑채로 돌아왔고, 오기 전에 머리를 내밀어 천 안을 살펴 보았는데 사심미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귀를 기울여 호흡을 들어보니 이미 잠에서 깼는데 잠이 든 척 한 것이었다. 아마도 여전히 그를 무시하려 하는 것이다. 이 응석받이의 성질머리 같으니, 그는 달래주기 귀찮아 천 옆에 기대어 바깥을 향해 말했다. "어젯밤 분명 누군가 죽었을 거다. 심미, 우리가 목이 비틀어진 사람을 보았다고 말하지 마라."
그에게 왜 귀괴를 봉인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하면 귀찮으니까.
안에 있는 사람은 대답이 없었고 백리결명은 대들보를 두드렸다. "계집애야, 들었느냐? 이유는 상관 말고, 말하지 않으면 돼."
그녀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고 백리결명은 그녀가 들었다치고 휘적휘적 방으로 돌아갔다.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하인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와 큰 소리로 외쳤다. "진 공자, 큰일 났습니다! 사람이 죽었어요! 대공자가 오시랍니다!"
정원에 가보니 사람이 세 바퀴는 돌아서 있었고 가운데에 시체 두 구가 누워 있었으며 각자 흰 천으로 덮여 있었다. 유청추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그 시체 두 구를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었다. 유부춘은 처량하게 계단에 서 있으면서 끊임없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다가, 백리결명이 오는 것을 보고 구원이라도 얻은 듯 맞이했다.
"진 소협, 드디어 오셨군요!" 유부춘은 엉엉 울었다. "어머니께서는 의식을 잃으셨고 집에는 죽은 사람이 나왔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사심미도 왔는데 단아하게 백리결명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진 공자, 어젯밤에는 잘 주무셨나요?"
그녀의 이런 괴상한 모습은 정말이지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여인은 대체 얼마나 오래 화를 내는 것인가? 백리결명은 우울해졌다.
흰 천을 젖혀보자 첫 번째는 남자의 시체였는데 몸은 너덜너덜하게 찢기고 목은 센 힘으로 부러졌으며 두 눈은 구리 방울보다도 더 크게 부릅뜨여 있어 분명 죽기 전에 크게 놀란 것이었다. 보아하니 그 비뚤어진 목은 다른 사람들도 저처럼 목이 비틀리길 바라는 것 같았다. 백리결명은 고개를 흔들고 두 번째 시체를 보았는데 역시 사내의 시체였고 죽은 모습 또한 같았는데 목은 비틀려 끊어져 흰 뼈가 드러났으며 무척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의 몸의 상처를 보니 그 음인의 철강 같은 긴 손톱으로 인한 것이었다.
하인이 시체의 옆에 무릎을 꿇고 울었다. "다 내 탓이야! 어제 진 공자가 집안에 귀괴가 숨어 있다 했는데 믿지 않고 대공자에게 알리지 않았어, 그래서 유재와 유덕이 해를 당한 거야!"
유부춘이 놀라 말했다. "뭐라고?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제 여귀가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 백리결명의 시선이 사람들 사이를 스쳤고 마침 어젯밤 그의 뒷말을 하던 계집종을 보곤 그녀를 향해 입술을 삐죽였다. "돌아가던 길에 누가 부르지 않았느냐?"
두 계집종은 몸을 움츠리고 일어났고 키가 큰 이가 대답했다. "분명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어느 사내가 저희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어요. 목소리가 익숙하여 부의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요. 본래 대답하려 했었으나 진 공자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 참고 고개를 돌리지 않았습니다."
키가 작은 이가 놀라서 말을 받았다. "그가 계속 저희의 이름을 불렀고 저희는 방으로 돌아가 문을 닫고 난 뒤에야 창사를 너머 밖을 보았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그녀는 가슴을 쥐고 흐느꼈다. "진 공자가 알려주셔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여기 누워있는 사람이 저희였을 거예요!"
하룻밤에 두 명을 죽이다니 이놈이 좀 흉험하긴 하다.백리결명은 까다롭다고 생각하며유부춘에게 유 부인에게 데려가 줄 수 있느냐 물었고 유부춘은 그를 데리고 들어갔다. 그녀는 사오십 세의 부인으로 발보상에서 잠들어 있었는데 얼굴은 초췌하여 얼굴의 돌출된 부위가 무덤 같았다. 백리결명은 그녀를 진맥했으나 음살이 몸에 들었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부인의 입술이 살짝 움직였다. 무언가 읊는 것 같아 가까이 다가가 들어보니 남편의 이름 같았다.
"네 부모님의 사이가 좋으냐?" 백리결명은 디딤돌에서 내려왔다.
"그럼, 서로 존경하시고 깍듯하시지." 유청추는 차갑게 말했다. "어머니는 매년 한산도장에 단을 세워 도혼하시어 아버지께서 하루빨리 귀천하도록 하셔."
"맞습니다, 한산도창은 고즈넉하여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곳으로 음사한 것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심미 동생도 그곳에서 몇 년 간 수행했었는데요." 유부춘이 말했다.
백리결명은 여전히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하여 다시 물었다. "그 악귀가 무슨 내력이 있는지 모르겠군, 너희 중에서 괴이한 일을 겪은 적이 있는 사람은 없나?"
유부춘은 잠시 주저하더니 말했다. "하나 있기는 한데, 이런 것도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젯밤 어머니 곁에 있는데 잠에 들락말락 할 무렵 방 안에서 이를 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쥐가 이를 가는 것 같은 '득득득' 하는 소리요."
그는 아래턱을 마찰하여 괴이한 소리를 모방했고 유청추는 전신에 소름이 돋아 급히 말했다. "따라하지 마, 듣기만 해도 힘들어. 이게 무슨 이상한 일이라고 그래, 어쩌면 어머니가 이를 가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오라버니가 이를 가는 걸 수도 있잖아."
"이상한 건 그것 뿐만이 아니에요. 제가 밖에서 자고 있는 하인에게 물어보니 다들 아무 것도 못 들었고 어젯밤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이 가는 소리는 저만 들은 거예요." 유부춘이 억울한 듯 말했다.
"그러면 오라버니가 꿈을 꾼 거야!" 유청추가 단정했다.
이를 간다고? 백리결명은 그 목이 비틀어진 귀신을 떠올렸다. 그는 귀신이 침상을 찾아야 한다고 하는 것만 들었지 이를 가는 것은 듣지 못했다. 이 돼지가 겁먹은 모습을 보니 그의 말은 반 정도만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보아하니 오늘 밤 악귀가 다시 나타나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목 비틀어진 귀신을 찾는다 하더라도 그는 그를 봉인할 수가 없었다. 유 가의 오누이 이 두 겁쟁이에게 기대하느니 차라리 온 집안이 함께 제 목을 분지르는 편이 나을 것이다.
"고소에 또 다른 선문 있어? 너희, 사람을 보내서 도와달라고 해라." 백리결명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유부춘이 고개를 흔들었다. "가장 가까운 곳이 금릉인데 그곳까지 마차로 삼 일은 걸립니다."
"진 씨야, 네가 우리를 도와서 이틀만 버티면 돼. 어머니께서 병으로 쓰러지시고 우리는 이미 종문에 의원을 청했고 마침 배진裴真 오라버니가 주변 마을에서 의술을 베풀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내일 모레면 도착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어." 유청추가 말했다. "배진 오라버니는 종문에서 가장 젊은 의원이고 도법이 고명하여 그의 시침은 피부와 뼈에 스며들 뿐 아니라 혼백에도 닿으니, 분명 흉살을 몰아낼 수 있을 거야."
"혼백에 닿는다고?" 백리결명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선문에 이런 대단한 인물이 있다고?
"맞아. 배진 오라버니의 도액팔침渡厄八针은 악귀의 흉성을 잃게 할 수 있어. 그는 호족 출신이 아니라 도법 하나만으로 이십 대 초반의 나이에 종문에 올랐는데, 역대 선문 백가 중 배진 오라버니가 첫째야." 유청추는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뭘 자랑스러워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백리결명은 흥이 일었다. "재미있네, 이 배 의원을 좀 만나보고 싶은걸."
"그럼…… 오늘 밤은 어떡하죠?" 유부춘이 황급하게 물었다.
백리결명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너희 지금 가서 문과 창문마다 귀신을 쫓는 부적을 붙이고, 정원을 하나 청소한 뒤 검진을 미리 배치하고 진 가운데에 생고기를 쌓아라. 죽은 지 얼마 안 된 걸로 해야 해, 신선하면 신선할수록 좋다."
유부춘의 눈빛이 밝아졌다. "알겠습니다, 귀괴는 피를 좋아하니, 생고기로 귀괴를 이끌어 내고 검진으로 묶어버리면 잡을 수 있다는 거죠!"
유부춘과 유청추는 급히 일을 처리하러 갔고, 백리결명은 밖으로 나가 사심미가 처마 아래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시선을 숙이고 있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멀리서 살펴보니, 그녀는 홀로 머물고 있을 때는 고독한 평온함이 감돌았다.
이 계집애가 여기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겠지? 백리결명은 생각했다. 득의양양해진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그녀의 앞에서 어슬렁거리며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소매가 쥐여졌고 백리결명은 입매를 끌어올리며 교만스레 고개를 돌렸다. "이제 아는 척 할 마음이 들었느냐?"
"시신 한 구가 부족해요." 사심미가 말했다.
"뭐?"
사심미는 고개를 돌려 백리결명을 흘겨보았다. 여전히 미소를 띄고 있었지만 눈동자에는 은은한 야유가 담겨 있었다.
"진 공자는 정말 멍청시네요. 저 하인 두 명 말고 부에서 한 명이 더 죽었는데 저들이 찾아내지 못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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