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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미언靡言

제10장 - 신의 깃털

 

 

부두는 작아서 조금 연식이 된 나무 배 한 척만 정박해 있었다. 사람들은 배를 둘러싸고 무엇을 상의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모추안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마침 나를 보았고, 멈칫한 뒤 빠른 걸음으로 나를 향해 걸어왔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는 눈썹을 찌푸렸고 어조에서는 나의 출현을 배척하는 것 같은 짜증이 드러났다.

"그냥 돌아다니는 거야." 나는 그의 등 뒤를 바라보았다.

그는 바로 나를 가로막더니 간단명료하게 세 자를 뱉어냈다. "돌아가."

나는 화가 나서 웃음이 다 나왔다. "너 사람하고 개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어? 나는 사람이지 네 개가 아니야. 네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는다고."

시선은 공중에서 교차하고 마치 부딪치는 격렬한 불꽃이 보일 것 같았다. 이 일촉즉발의 순간에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동생!"

나는 힐끗 쳐다보았다. 니에펑이었다.

그는 나와 모추안의 곁으로 다가오곤, 우리 둘의 분위기에 어딘가 이상한 점이 있음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내게 인사하고 모추안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준비 끝났습니다."

나는 그들이 무얼 준비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모추안이 상당히 중시하고 있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는 본래 나를 쫓아내려다 니에펑의 말을 듣곤 한 마디 뱉어냈다. "여기 머물지 마." 그리곤 몸을 돌려 가버렸다.

 

사람들은 물가에 모여 있었다. 뱃사공을 제외하고는 모추안만이 홀로 작은 배에 올랐다.

뱃사공은 노를 저었고 작은 배는 천천히 호수의 중앙으로 나아갔다. 모추안은 뱃머리에 섰고 옷소매가 바람에 펄럭였다. 해안에서는 사내가 여인을 부축하고 있었고 눈가는 점점 붉어졌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곧 엉엉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 상황이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모추안이 날 쫓아내려던 것은 어쩌면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어떠한 밖에 알리기 어려운 의식에 저도 모르게 끼어들까봐 염려한 것일 수도 있었다.

내가 막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을 때 니에펑은 사람들을 헤치고 다시 내게 다가왔다.

그는 담뱃갑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내더니 내게 위로 가서 말하자는 표시를 했다.

우리 둘은 각자 한 개비 씩 담배를 물었다. 그는 먼저 내게 불을 붙여주더니 다시 자신에게 불을 붙였고, 한 모금 들이마신 뒤 호수를 향해 천천히 내뱉었다.

"저번에 인터넷 수리하러 데려갔던 곳 기억 나? 옆집에 병이 난 여자가 있었는데 오늘은 그 여자를 수장하는 날이야."

나는 멈칫했다. "기억이 날 것 같아. 무슨 병?"

"암. 발견했을 때는 말기였는데 겨우 사십 몇 살이었어." 니에펑은 한숨을 쉬었다. "여자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윈둬라고 해. 몇 년 전에 남자하고 도망갔는데 그 뒤로 돌아오지 않았어. 그 애 엄마는 죽기 직전까지도 그 애를 생각했는데 그 애는 외지인을 위해 가족조차 버렸어."

"못 찾은 거야, 아니면 연락이 됐는데 상대가 돌아오려고 하지 않은 거야?"

단순히 집에 돌아오려 하지 않는 것이라면 낫다. 전자는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 정도이고 잘못 되면 인신매매일 수도 있다.

"연락은 됐어, 안 돌아오는 거야." 니에펑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말투에는 약간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 남자들은 여자들이 예쁘니까 건드리려고 하는 거지 어떻게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겠어. 일이 년 지나서 예쁘지 않게 되면 십중팔구는 버려질 거야."

"동생, 우리는 다 남자잖아. 남자는 남자가 제일 잘 알지, 안 그래? 아무렇게나 남의 집 딸을 데리고 도망가는 남자를 믿을 수 있다면 내가 우리 집 말한테 절하고 아버지 삼는다!"

말은 거칠지만 이치는 거칠지 않다. 당시에 바이치펑은 엄마를 부추겨 그와 멋대로 평생을 같이 살도록 하여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그라는 사위를 억지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훗날에 그가 정말 제대로 된 물건이 아니라는 게 증명되었다.

그리고 모추안의 그 속세의 누나도 그렇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아이를 낳고 돌아오지 않을 남자를 평생을 기다리다 우울하게 죽어 미성년의 아이를 남겼다.

먼 곳의 흰 그림자를 주시하며 말했다. "맞아, 남자는 분명 믿음직스럽지 못해."

다행히도 나는 앞으로 아이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남자아이를 낳던 여자아이를 낳던 마음이 쓰일 것이다.

니에펑은 자기 자신조차 욕의 범위에 들어갔을 만큼 말이 조금 셌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급하게 말을 고쳤다. "다 그런 건 아니야, 좋은 남자도 있지. 나하고 너는 다 좋지, 빈가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분은 남자 중의 모범이야!"

드넓은 호수 위, 뱃사공이 어떤 방법을 쓴 것인지 배는 호수 중앙에 천천히 멈췄고 그 후 무거운 물건을 물속으로 넣었다.

모추안은 뱃머리에 서서 소뿔 호각을 입가에 대었다. 다음 순간 우렁차고 웅장한 호각 소리가 바즈해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는 관통력이 있고 아득한 옛날의 야성을 띠고 있어 신비하기 이를 데 없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 2분 간 바람은 기이하게 멈추었고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푸른빛의 하늘 아래, 맑은 호수 위에 그 흰 그림자 하나만이 그곳에 서 있었다. 그것은 눈보다 희었고 바람보다 가벼웠다.

그것은 정결한 천지에서만 잉태할 수 있는 무구한 신조神鳥이며 그 눈에 모래 한 톨도 용납할 수 없는 층록 신관이며 평범한 사람은 어떻게 해도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망자의 혈육과 뼈는 물결에 의해 각지로 향하고 물속의 생령을 자양하여 결국 이 대지로 되돌아 온다."

나는 얼른 정신을 차렸다.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호각 소리는 아직 귓가에서 메아리쳤다. 방금의 생각은 바즈해의 표면처럼 흩어졌다.

호수 가운데, 모추안은 손을 내리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새까만 머리카락과 넓은 소매는 바람에 말려 올라가 마치 언제고 바람을 타고 떠오를 것 같았다. 

그러나 모두 헛수고일 뿐이다. 나도 알고 있고, 그 자신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미 날개를 잘려 도저히 날아갈 수가 없다.

 

작은 배가 되돌아올 때 가족들은 모두 해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니에펑 역시 그 가운데 있었는데 모추안이 물가에 오르자마자 급히 빈가를 향해 감사를 표했다.

모추안은 손을 흔들며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지만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곁눈질로 나를 보았으나 이번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에워싼 채 떠났고 나는 뒤를 따르다 갑자기 무언가 발에 채였다. 고개를 숙여 보니 태슬이었다. 배운 태슬.(*등 뒤로 늘어뜨리는 노리개? 같이 생긴 장신구인듯 합니다.)

오늘은 상황이 특수한 탓인지 모추안은 장중함이 드러나는 박달나무 구슬을 끼고 있었다. 뒤쪽 배운 역시 평소보다 짧고 술도 팔 하나 정도의 길이였다.

구슬과 배운 태슬은 사실 두 주체로 평소에는 분해할 수 있다. 나는 배운 태슬을 살펴보니 고정용 갈고리가 부러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멀어진 모추안 쪽 사람들을 바라보고 나는 쫓아가는 대신 태슬을 자신의 주머니에 쑤셔 넣는 것을 선택했다.

 

더 이상 풍경을 감상할 마음이 들지 않아 나는 연구원으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태슬을 꺼내 탁자 위에 놓고 패드를 꺼내 며칠 전 고생하여 그린 디자인을 지웠다.

황푸러우가 두어 달 전 내게 일을 주었는데 의뢰인은 동아시아 선박 회사 대부호의 딸이었다. 상대는 내년에 오래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는데 내게 결혼식 날 착용할 "완벽한" 목걸이를 디자인하기를 요청했다.

완벽. 요구는 두 글자가 전부였다. 말하기는 쉽지만 해내기는 어렵다.

나는 수정하고 또 수정하기를 두 달을 반복했으나 줄곧 만족하지 못했다. 마침내 제출할 수 있을 것 같아 어제는 빛을 본 느낌이었으나, 바즈해에서 돌아와 보니 전부 쓰레기였다.

펜 끝이 스크린에 떨어졌다. 머릿속에는 신부의 흰 드레스가 아닌 고요한 수면 위 그 고독한 그림자였다.

아름다운 날개 한 쌍이 천천히 흰 캔버스에 나타났다. 이 세상 모든 새의 날개였으나 이 세상 어느 새의 날개도 아니었다.

영감이 솟구쳤다. 나는 손 안의 디자인을 보완하며 식사도 잊고 수면도 잊고 하룻밤을 새워 마침내 다음날 새벽에 펜을 내려놓곤 하늘을 바라보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것은 나의 상상력으로 그려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날개였다.

모든 깃털은 바람이 부는 찰나에 고정된 것처럼 구부러지는 형상으로 디자인되었다.

Bib Necklace식의 목걸이로 특징은 부피가 크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깃털은 패모와 다이아몬드를 박아넣고 중앙에는…….

졸음이 밀려왔고 나는 아직 두 날개의 중앙에 어떤 보석을 박을지 결정하지 못한 채 의자에 기대어 기절했다.

그렇게 나는 오후까지 잤고 도중에 한 번 목이 아파서 깼고 장소를 바꾸어 다시 잤다가 완전히 깬 다음에는 배가 고파 밥을 한 대야 먹고 난 다음에야 진정으로 살아났다고 할 수 있었다.

추구하는 바가 있는 어떤 디자이너든 자신이 만족할 만한 작품을 디자인해내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기쁨은 다른 감각기관을 움직여 내가 공기가 달콤하고 음식이 맛있다고 느끼게 했다. 심지어는 엉덩이에 똥이 묻은 이전도 꽤 귀엽다고 보였다.

심지어…… 모추안의 그 배운 태슬까지 고칠 정도로.

 

기왕 고쳤으니 당연히 돌려줘야 했다.

다음날, 전날 낮에 너무 많이 잔 탓에 저녁에는 별로 자지 못하여 나는 일찍 일어나 태슬을 가지고 신전에 가 모추안에게 돌려줄 생각이었다. 뜻밖에도 문가에 이르렀을 때 나는 광주리를 짊어진 리양과 마주치게 되었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일찍 어딜 가느냐고 물었고 그는 최근 며칠 빈가의 입맛이 좋지 못해 숲에 가서 버섯을 캐오려고 한다고 했다.

"이렇게 추운데 버섯이 있어?" 벌써 12월 말이라 온 사방에 눈이 쌓여 얼어붙었는데 무슨 버섯의 생명력이 이렇게 강한가?

"있어요, 그 까맣고, 모여 자라고 당신 하인들이 좋아하는 건데. 옌 선생님이 밖에서 팔면 비싸다고 했어요." 그는 양 손을 말아 탁구공 정도의 원을 만들어 보였다.

"송로?" 나는 그의 묘사에 근거하여 추측했다.

"맞아요, 맞아요. 그런 이름이었어요."

나는 이런 아이 혼자서 숲에 가는 것이 안심이 되지 않았고 그가 어떻게 송로를 파낼지가 궁금해서 같이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곤 애매하게 말했다. "당신이요? 되겠어요?"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털도 다 자라지 않은 꼬마 녀석에게 질문을 받아 그 순간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모르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다는데 고작 어린애가 뭘 알겠는가?

내가 스위스에서 평균 해발고도 삼천 미터를 매일 이십 킬로미터를 연속 열흘 걸었을 때 그는 아직 빈가에게 안겨 우유를 먹고 있었을 것이다.

"괜찮아, 아주 괜찮아. 내가 너보다 더 많이 캘 수 있다고 하면 믿을래?"

리양은 코를 찡긋하더니 나를 넘어 앞으로 나아갔다. "큰소리치기는요."

나는 걸음을 돌려 그를 따라갔다.

"내기할래?"

 

걷기와 원숭이처럼 산림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송로를 파는 것, 이 두 가지 운동은 애초에 비교할 바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리양은 숲에 들어가자마자 손오공이 화과산으로 되돌아 간 것 같았다. 그 익숙한 모습에 나는 내가 그의 몸에 위치추적기를 달았다 해도 쫓아가지 못했을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멈춰서서 날 기다려달라고 할 수가 없어서 이를 악물고 쫓아갔다가 실수로 산비탈에서 미끄러졌다. 다행히 산비탈에는 식물이 많아 나의 속도를 늦추었고, 넘어졌을 때 나무에 걸려서 몸에 진흙이 많이 묻고 손에 찰과상을 입은 것 외에 심한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아저씨, 괜찮아요?" 리양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버섯을 파다 말고 서둘러 내 상태를 보러 왔다.

나는 바닥에 대자로 뻗어 온몸이 만신창이였는데 어떻게 자신이 호언장담 했던 것을 떠올릴 수 있었겠는가. 나는 그를 보자마자 그에게 손을 뻗었다. "미안한데 좀 잡아줘……."

 

우리가 신전으로 돌아왔을 때 옌추원은 마침 모추안과 바둑을 두러 와 있었다. 그는 내 온몸이 진흙투성이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너 왜 이래?"

그는 앞으로 걸어와 나를 둘러싸고 살펴보더니, 내가 팔다리가 부러지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했다.

"실수로 발을 헛디뎠어." 나는 어색하게 미간을 긁었고 먼지가 한줌 긁혀나왔다.

신전에 왜 처음 오게 되었는지는 생각할 여력도 없었다. 나는 그저 날개를 달고 얼른 돌아가 따뜻한 물로 씻고 더러운 옷을 갈아입고 싶을 뿐이었다.

원래는 리양에게 한 마디 인사를 하고 가려고 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 먼저 돌아가……."

막 가려던 찰나 모추안과 리양이 앞다투어 주전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모추안의 안색은 분명 좋지 못했지만 상태는 괜찮아 보였다. 아마 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걸음을 멈추었고 조금 놀라 보였다. "……너 괜찮아?" 말하는 사이 그는 위아래로 나를 훑었다.

리양은 광주리를 메고 달려와 헐떡였다. "빈가, 제 말이 다 안 끝났어요. 넘어져서 산비탈 아래로 굴러갔는데, 다행히 별 일 없었어요."

모추안은 그를 바라보더니 눈썹을 찌푸렸고 한참을 말이 없었다.

리양은 그의 시선에 몸을 떨곤 원래 그의 곁에 붙어 있다가 조용히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모추안은 이것으로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앞으로 이런, 한 번에 다 말할 수 있는 것은 두 번으로 나누지 마라."

그의 말투는 결코 엄하지 않았으나 리양은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예."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참지 못하고 편을 들었다. "네가 다 안 들은 거면서 왜 다른 사람 탓을 해?"

모추안이 눈살을 확 찌푸렸다.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니야. 내 제자이고 앞으로 언관이 될 사람이야. 이 아이를 가르치는 게 내 책임이고."

이 말 뜻은 그가 그의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니 나와는 상관 없다는 거다.

나는 "허." 하고 숨을 뱉었다. 참지 못하고 한 마디 하려다 옆에 있던 옌추원이 세게 소매를 잡아당겼다.

"싸우지 마. 가장 중요한 건 큰일이 없었다는 거지. 별 일 아니었으니 다행이다."

누가 그와 싸우려고 한다고? 내가 배불러 할 일이 없나.

"간다." 나는 손을 흔들고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

옌추원은 뒤에서 말했다. "맞다, 오늘 우리한테 밥 해주시는 여사님이 집에 일이 있으셔. 궈주도 나갔고. 점심에 배고프면 국수나 끓여 먹어."

연구원 세 명 중에 궈주의 요리 솜씨가 제일 좋다. 평소에 간식 같은 것도 만들 줄 안다. 옌추원이 그 다음으로, 억지로 먹을 만은 하다. 내가 제일 처참했는데, 가까스로 먹어도 죽지 않을 정도였다.

혼자 국수를 끓여먹으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머리가 아파 고개를 돌려 옌추원에게 물었다. "그럼 넌 점심에 뭐 먹어?"

"나?" 옌추원은 태연자약하게 조금도 숨기는 기색 없이 등 뒤를 가리켰다. "난 여기서 먹을 거야."

"……."

그는 그제야 깨달은 것처럼 급히 옆에 있는 모추안에게 상의했다. "봐봐, 바이인이 어쨌든 네 버섯을 따다가 넘어진 거잖아. 점심은……."

그는 말을 마치지 않았으나 모추안은 이미 깨달았다.

상대는 무감정하게 나를 힐끗 쳐다보았고 시선이 다시 옌추원에게 향했다. "그럼 남아서 같이 밥 먹어."

남들 앞에서 그는 항상 완벽하게 행동하여 다른 사람이 약간의 잘못도 지적할 수 없게 한다. 심지어 입술의 웃음기마저도 정성껏 계산한 것 같았다.

"제가 준비할게요!" 리양은 광주리를 메고 주방으로 들어갔고 옌추원도 그를 따라갔다.

나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바지의 덩어리진 진흙을 보고 모추안에게 물었다. "너한테 내가 입을 수 있는 옷이 있을까?"

그는 주방 옆을 가리켰다. "먼저 가서 씻어, 내가 이따가 가져다 줄게."

나는 원래 더러운 옷을 갈아입고 밥을 다 먹고 돌아가 씻을 생각이었는데 그는 뜻밖에도 여기서 씻고 난 다음에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 쯧쯧, 역시 우리의 얼음처럼 맑고 옥처럼 깨끗한 설산의 신자라니까.

 

욕실은 나중에 지었기 때문인지 물줄기는 세지 않았지만 온풍기는 괜찮아서 씻을 때 춥지는 않았다.

반 정도 씻었을 무렵,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안 잠갔어!"

바깥은 조용해졌다. 잠시 후 나무 문이 가볍게 밀려 열리며 자루 하나가 들어왔다.

자루를 든 손톱은 깨끗하게 잘려 있었다. 다섯 손가락은 길고 뼈마디가 골라 힘을 주어 물건을 쥐었을 때 손등에 분명한 손가락 뼈와 핏줄이 드러났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주인의 기질에 걸맞을 정도로 아름다운 손이었다.

어쩌면 내가 너무 오랫동안 받지 않아서인지 바깥 쪽 사람은 조금 참지 못하고 자루를 흔들며 재촉했다. "받아."

나는 얼굴의 물기를 닦고 잠시 망설이다 자루의 아래쪽 위치를 쥐어 가능한 한 그 손을 건드리지 않으려 했다.

"씻고 나와. 밥 다 됐어." 내가 자루를 받은 것을 확인하자 그 손 역시 거두어졌다.

나는 그 천천히 닫히는 틈새를 바라보며 거의 알 수 없을 정도로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