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추안이 내게 가져다 준 것은 일상복이었는데 향기로운 나무 냄새가 났다. 막 녹나무 상자에서 꺼낸 것 같았다.
그의 키가 나보다 큰 탓에 바지 길이가 길어 끝을 조금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스웨터도 마찬가지로 무척 넉넉하여 넥라인이 조금 넓었으나 다행히도 겉에 외투를 걸쳐 가릴 수 있었다.
옷 말고도 그는 수건 한 장과 양말 한 켤레를 가져다 주었는데 이 두 가지 물건은 포장조차도 뜯지 않은 새 것이었다.
속옷 말고 그가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주었으니, 실로 꼼꼼하다고 할 수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난 더러운 옷을 자루에 담은 뒤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욕실을 나섰다.
빈가가 매일 먹는 것은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준비하는 잿밥이었다. 리양이 돌아오니 1인분이 더 추가되는데 네 명이 먹기에 반찬은 충분했으나 밥이 조금 적었다. 옌추원은 아예 따로 밥을 했는데, 배달 온 밥 두 그릇과 섞어 먹음직스러운 송로 계란 볶음밥을 만들었다.
평소 모추안은 홀로 주전에서 식사를 하고, 리양은 별채에서 식사를 하지만 오늘은 사람이 많으니 사람들은 아예 별채에 모여 함께 식사를 했다.
별채의 인테리어는 층록의 특색이 가득했다. 넓은 "L"자 형 소파에는 화려한 양털 담요가 깔려 있었고 탁자는 난로와 연결되었고 굴뚝은 지붕으로 이어졌다. 계단에 닿아 있는 벽에는 역대 언관의 사진과 위패가 걸려 있었으며 아래에는 기름등이 타고 있었는데 일년 내내 신선한 꽃과 과일을 바치고 있었다.
"네 밥을 봐라, 날 보지 말고." 탁자에 둘러 앉아 밥을 먹던 모추안이 돌연 입을 열었다.
탁자를 둘러싸고 앉은 몇 사람이 동시에 젓가락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무의식중에 눈썹을 치켜떴다. 누가 널 보느냐고 하려는데 옆에서 리양이 말하는 것이 들렸다. "기뻐서 그러죠, 빈가가 오늘 식사를 많이 하셔서."
그래, 이 녀석이 훔쳐보고 있었구나.
나는 나물을 집고 별 생각 없이 물었다. "리양은 네가 입맛이 없다고 했는데, 먹고 배탈 났어?"
다른 사람들은 여름이면 입맛이 없다고 하는데 어째 겨울에도 아직 음식을 못 먹고 있단 말인가? 저렇게 까다로우니, 바이치펑의 연못 속 비단잉어보다도 기르기가 어렵다.
"매번 바즈해에 가실 때마다 빈가는 며칠이나 식사를 하지 못하세요. 저도 사실 도와드릴 수 있는데 빈가는 항상 절 데려가지 않으시죠." 모추안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리양은 앞서 대답했다. 작은 얼굴이 굳어져 유난히 어른스러워 보였다.
"바즈해?" 옌추원은 검지로 안경을 밀었다. "누가 세상을 떠나셨어?"
모추안의 안색은 평소와 다름 없었다. 그는 입 안의 음식을 삼킨 후에야 입을 열었다. "식사 때 그런 이야기 하지 않아." 그는 리양에게 감자 한 조각을 집어주고 담담히 말했다. "네가 갈 수 있을 때 보낼 거다. 그게 지금은 아니고."
리양은 입을 삐죽거렸다. 아직 납득은 하지 못한 것 같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모추안을 거역할 수는 없어 나지막하게 "예." 하곤 머리를 박고 얌전히 식사를 했다.
밥을 다 먹고 나서 나는 옌추원을 도와 그릇을 치우며 주방에 우리 둘 밖에 없는 틈을 타 아까부터 계속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의문을 물었다.
"바즈해가 왜? 한 번 가봤는데 밥을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 않아?"
옌추원은 멍하니 있다가 내가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고, 손에 든 그릇을 찬장에 넣으며 말했다. "층록족은 방목에 필요한 게 아니면 대부분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만 바즈해에 가. 빈가는 누가 세상을 떠나면 바즈해에 가서 장례를 주관하는 거지……."
바즈해는 층록족의 성호圣湖로, 층록족에게 있어 천지간에 가장 깨끗한 존재이다. 사람이 죽으면 물에 녹아 흩어지며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종의 공덕이자 생명이 윤회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수장 같은 장례 방식은 층록족 뿐 아니라 다른 민족과 국가에서도 쓰이고 있어. 보통은 전문 사장자司葬者가 시신을 처리하는데 망자의 시체를 물속으로 던져 표류하게 하거나 도끼로 토막을 내어 덩어리로 물속으로 던지는 거야." 옌추원은 오늘 저녁이 조금 짰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층록족의 수장 방식은 후자야."
깨닫기도 전에 머리는 의식보다 앞서 제멋대로 상상을 시작했고 뒤이어 내 뒷목 솜털이 곤두섰다.
나는 니에펑이 말했던 "망자의 혈육과 뼈"가 일종의…… 예술적인 가공을 거친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혈육과 뼈, 가죽과 근육까지 달려 있는 그런 종류일 줄은 몰랐다.
옌추원이 말했다. 좀 까다롭게 따지는 사람들은 두개골을 다 깨야 하기 때문에 어떨 때는 핏물이 자루에서 스며나와 배 바닥에 고여 빈가의 옷과 신발에 물든다고. 그 냄새는 금방은 사라지지 않는데, 아무리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겨울에는 그래도 괜찮지만 여름엔 정말 견딜 수가 없다.
옌추원은 이런 말도 했다. 소뿔 호각을 부는 것은 망혼에게 작별하는 것이며 동시에 물 속의 물고기에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 식사 시간이다. 그 물고기들은 무리 지어 배 주변에 앞다투어 나타난다. 호수 중심에는 천천히 붉은 색의 파문이 펼쳐지고, 십여 분 사이에 모든 것은 평온으로 돌아가며 해안의 사람들은 이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돌아가신 분들에게는 더 나은 갈 곳이 있다는 것을 네가 알고 있다고 해도 이런 피비린내 나는 의식이 언제고 익숙해질 수 있는 건 아니지. 아이고, 왜 갑자기 배가 아프냐? 나 화장실 좀 갔다 갈게, 너 먼저 가. 기다리지 말고." 옌추원은 말하며 배를 움켜쥐고 주방을 뛰쳐나갔다.
갑자기 이렇듯 놀라운 정보를 얻게 되자 나는 조금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주방을 나온 후 별채로 돌아가지 않고 담배에 불을 붙인 채 천천히 신전 구석의 측백나무 앞으로 걸어갔다.
비록 겨울이지만 지금은 정오에 태양도 높이 떠 있어 밖에 있어도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가 리양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니. 이런 일은 분명 어린 아이가 참여하게 하기는 어렵다.
그는 리양을 지키고 있었다. 진짜 아버지처럼 상대의 순수함을 지키고 너무 이르게 이러한 어두운 것들을 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쩌면 일종의……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보상은 아닐까?
나는 고개를 들어 가지가 무성한 나무를 올려다 보았고 기억은 열한 살이던 그 해로 돌아갔다.
그해 겨울 방학, 나는 옌추원 부자를 따라 펑거에 와 신전의 폭행을 목격한 후 놀라 곧장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옌 교수는 펑거의 민속 문화가 깊이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하루 더 머물기로 결정했다.
그 밤 나는 침대에 누워 몸을 뒤척거렸지만 잠들지 못했고 머릿속에는 낮에 보았던 장면이 가득했다—— 분노한 사내, 맞고 있던 소년, 그리고 상대가 고개를 들어 쳐다볼 때의…… 그 고집으로 가득찬 눈.
열한 살의 내가 어떻게 생각했는지, 다 커서 성인이 된 내가 다시 생각해봐도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어쨌든 다음날 날이 밝자 다들 깨지 않은 틈을 나 나는 몰래 옷을 입고 혼자 신전으로 갔다.
신전의 문을 활짝 열려 있었고 대전 문도 열려 있었는데 안쪽은 조용하여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나는 대전을 돌아 바로 뒤로 걸어가 곧 그 측백나무 앞으로 왔다.
소년은 당연히 거기 없었다. 바닥, 나무 모두 조금의 흔적도 남기지 않아 마치 내가 어제 본 것이 환각인 것만 같았다.
바닥의 돌을 걷어차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옆쪽 나뭇간의 문에 부딪쳤다.
나뭇간은 원래도 낡았고 외벽에는 이끼가 가득했고 문은 더욱 떨어질 듯 흔들거렸으며 아래에는 큰 구멍이 나 있었다.
나는 그곳으로 걸어가 허리를 굽혀 돌을 주으려 했다. 손가락 끝이 돌에 닿는 순간 문 안에서 갑자기 손 하나가 뻗어나와 내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그 손은 너무 하얘서 어두운 그림자 아래 진짜가 아닌 것만 같은 아름다움을 띄고 있었으나 약간의 온도조차 없었다.
사람은 극도로 놀랐을 때는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황급히 그 손을 뿌리치고 털썩 주저앉아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나는 그때 고작 열한 살이었고 확고한 유물주의자도 아니어서 자신이 백주대낮에 귀신을 만났다고 생각하여 침을 삼키고 황급히 도망가려 했다.
"가지 마!"
나는 반쯤 기어가다 멈칫했다.
이 귀신이 어째…… 보통화를 하지?
나는 놀라고 의심스러워 고개를 돌렸고 문 안쪽의 그 손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너 사람이야, 귀신이야?"
그 문은 두어 차례 흔들렸고 아래에서 옷자락이 튀어 나왔다. 누군가 문에 기대어 앉은 것 같았다.
"사람." 문 뒤의 소년이 말했다.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힘없이 바닥에 주저 앉아 저도 모르게 불평을 했다. "왜 일부러 안에 숨어서 사람을 놀래켜?"
"나는 갇혀서 못 나가는 거야. 일부러 숨어서 놀라게 한 게 아니야."
그가 말하고 난 다음에야 나는 문에 자물쇠가 걸려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게 대체 뭐 하는 동네이길래 사람을 때리고 가두기까지 하는가, 법 없이도 사는 곳인가?
좌우를 둘러본 나는 멀지 않은 곳에서 주먹만 한 돌멩이를 발견했다.
"기다려봐, 내가 구해줄게." 내가 자물쇠를 깨부수려 돌을 집어들자 안에 있는 사람은 나를 말렸다.
"아니, 구해줄 필요 없어. 내…… 아버지가 날 가둔 거야."
나는 돌을 들고 눈썹을 치켜떴다. "너희 아빠가 왜 널 가둬?"
문 뒤는 조용해졌다가 잠시 후에야 말이 이어졌다.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셔."
깊은 산 속 유괴 사건인 줄 알았더니 집안 문제다. 그러면 나서기가 쉽지 않다.
나는 돌을 던지고 문가에 쪼그리고 앉아 문을 사이에 두고 안에 있는 사람과 말을 이어갔다. "네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이번에는, 상대가 더욱 오래 침묵했다.
그가 오래도록 입을 열지 않는 것을 보고 내가 됐다고 말하려는 찰나 안에서 소년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누나가…… 나쁜 남자에게 괴롭힘을 당해서, 내가 누나 대신 그 나쁜 남자를 찾아 내어 분풀이를 해주려고 했어. 그런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 아버지에게 입양되었는데 그분은 내가 과거와의 연결을 끊고 누나를 가족으로 여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셨어."
복잡도 해라.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어렵사리 그들의 관계를 정리했다.
"네 아빠는 아빠고 너는 너인데 네 아빠가 뭔데 네 인생에 참견해? 모르는 여자가 괴롭힘을 당하는 걸 길가다 마주쳐도 도와줄 텐데 친 누나를 왜 못 도와줘?"
그때 바이치펑은 이미 엄마와 이혼하고 재혼해서 낳은 딸은 걷고 뛰고 하는 상황이라 내 마음은 그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다. "아버지"라는 배역의 내 마음속 지위는 옌추원 네 집에서 기르는 개만도 못했다.
"네 아빠 말 듣지 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쓰레기는 다 죽어야 돼, 넌 틀린 거 없어." 난 단호하게 말했다.
"……나한테 그렇게 알려준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그는 감탄한 것 같기도 했고 마음을 놓은 것 같기도 했다.
나무 문이 움직이더니 잠시 후 아래쪽에서 다시 손이 뻗어나왔다. 다른 것은 이번에는 손에 금빛이 번쩍번쩍한 것을 쥐고 있었던 것이다.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나 대신 이 목걸이를 우리 누나한테 가져다 줘. 누나더러 목걸이를 돈으로 바꾸라고 해. 그리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줘, 설령 아무도 누나를 돕지 않는다 해도 내가 도와줄 거라고." 소년의 말투에는 조금의 주저도 없었다.
사람을 돕는 것은 미덕이다. 더욱이 그때쯤 나는 문 안에 있는 소년이 어제 나무 아래에서 맞고 있던 소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그의 손에서 목걸이를 받아 살폈다. 체인은 순금이고 펜던트는 육각형의 금 상자로 손바닥 반 만한데 터키석과 산호가 가득 박혀 있었다.
외할머니는 젊었을 적부터 각종 보석과 장신구를 모으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녀는 목걸이와 귀걸이를 매일 바꿔 착용했고 두 달은 중복되지 않게 착용할 수 있었다. 그녀의 소장품 속에 이런 목걸이가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펀칭된 금 상자는 열 수가 있었는데 안에는 경문이 인쇄된 작은 조각이 있었다. 할머니는 그게 부적이라고 했다. 큰 돈을 주고 마련한 것으로 아주 비싸다고.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이 목소리는 외할머니의 것보다 더 무거웠다. 분명 더욱 비쌀 것이다.
"네 누나가 어디 사는데?" 내가 물었다.
상대는 말을 골라 가장 간단하고 기억하기 쉬운 방식으로 누나 네 집까지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 곱씹으며 목걸이를 호주머니에 넣었다.
"날 그렇게 믿어? 만약에 내가 가지고 튀면 어떡하려고?" 나무판이 맞붙은 낡은 나무문 위로 크고 작은 틈이 있었다. 나는 그 틈으로 나뭇간 안에 있는 사람을 보려 했으나 어둠 말곤 보이는 것이 없었다.
"산군이 널 이곳으로 인도하셨으니 분명 그분의 뜻이 있을 거야." 소년이 말했다.
나는 입을 삐죽거리며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산군하고 무슨 상관이야? 난 혼자 걸어왔다고!
"그럼 나 갈게, 좋은 소식 기다려." 말을 마친 나는 바짓가랑이의 흙을 털고 다시 살금살금 길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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