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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판관判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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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동자 - 11. 시들다(枯化) 하지만 곧 원스는 사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침대 위의 꼭두각시는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노인은 이불을 젖혔고, 아이의 손발은 나뭇가지로 변해 있었다. 회갈색의 나무 껍질이 그의 대부분의 피부를 대신했고, 그저 복부 위쪽으로만 간신히 사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과정은 "시드는 것(고화枯化)"이라 불리며 꼭두각시의 사망을 의미했다. 이렇게 죽었다고? 원스는 조금 의아했다. 그는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아이의 심장을 꿰뚫지 않았고, 그의 목숨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시들어 버린 것인가? 하지만 그는 곧 깨달았다. 이 장면은 그가 아이를 공격하여 다치게 한 뒤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발생했던 일이었다. 그것은 계속 노인의 기억 속에 존재하고..
나무 동자 - 10. 몸을 바꾸다(换身) 원스는 알아볼 수 있는 글자는 골라 말했고, 그들은 단어를 긁어 모아 이 페이지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그 꼬마는 꼭두각시예요?" 샤챠오가 말했다. "응." 원스는 고개도 들지 않고 뒤쪽의 흐트러진 페이지 몇 장을 뒤적였다. "어쩐지 그렇게 무섭더라니." 샤챠오는 짤막한 팔을 움켜쥐고 존재하지 않는 소름을 문질렀고, 생각할수록 무서워졌다. "저렇게 무서운 아이를 할아버지가 키울 수 있을까요?" "몰라." 원스가 말했다. 잠시 후 그는 보통 사람은 이렇게 냉담하지 않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는 잠시 궁리하다가 덧붙였다. "어쩌면 기르다 정이 붙었을 수도 있고." "정이 생길 수가 있어요?" 샤챠오는 생각하고 말했다. "어르신이 좋은 분이네요." "농 안의 것들은 비현실적이고 과장되는 ..
나무 동자 - 9. 필기(笔记) "그러면 아이가 또 미쳐 날뛸까요?" 샤챠오가 겁을 내며 물었다. "오늘 밤을 지나면 돼." 원스가 말했다. "아." 샤차오가 한숨을 쉬었다. 시에원이 덧붙여말했다. "내일이 되면 그를 다시 자극할 거야, 또 다른 방식의 미친 방법을 보겠지." 샤챠오 "……." 원스는 거울을 한 대 후려쳤다. 솜 주먹은 때려도 힘이 없어 시에원은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누군가는 좀 너무 흉악한 거 아니야?" 누군가는 죽은 체 하며 말을 하지 않았다. 창고방에는 창문이 없어 이곳에서 머물면 시간이 혼란스러웠다. 샤챠오는 놀라서 감히 눈도 감지 못하고 원스는 수납장에 기대어 말했다. "난 잘게." 짜증나는 시에원을 박살내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는 어쩔 수 없이 안전한 위치를 찾아 주었고, 눈을 감기 전에 거울을 ..
나무 동자 - 8. 서랍(抽屉) 눈알이 반지르르한 인형 말고도 거울 안에는 시에원의 그림자도 있었다. 그 모습은 무척 흐릿했고, 이목구비는 물론이고 긴 머리인지 짧은 머리인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마치 키가 크고 창백한 사람이 어느 무척 가깝고도 아주 먼 곳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 한 순간 원스는 그 장면을 어디에선가 본 것 같다고 느꼈다. 그는 그런 사람을 본 것 같았다. 맨발로 어렴풋한 하늘 빛 아래 서 있으며, 발치 아래의 굽이치는 핏물을 내려다보며 눈처럼 희고 성긴 의포를 쥐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곧 떠올렸다. 그것은 오랜 세월 전 어느 필사본에서 본 것이었고, 혹은 어느 오래된 그림에서 본 장면일 수도 있었다. 시간이 너무 오래 되자 기억이 혼란스러워졌다. "똑똑똑." 거울에서 손가락이 부딪히는 가벼운 소리가 세 번 울..
나무 동자 - 7. 거울(镜子) 어느 "인형"이 지금 어떠한 영혼의 지진을 겪고 있는지 다른 사람은 당연히 알지 못했다—— 노인은 아직도 그 기이한 손자를 달래고 있었다. 그는 느릿느릿 선반 앞으로 걸어갔고 이목구비가 없는 얼굴이 가까워졌다. 가까운 거리에서 이런 걸 본다면 누구라도 모골이 송연해지겠지만 원스는 이미 익숙했다. 많은 농의 농주는 다 이렇게 사람도 귀신도 아닌 모습이었는데, 대부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자신은 모습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은 그의 응어리이고 그의 장애이니 이러한 것에 얽매이는 사람은 종종 자신이 대체 누구이며 원래는 어떠했는지를 잊게 된다. "할아버지가 봤어." 노인은 다시 창가로 돌아가 남자 아이의 머리를 두드렸다. 목소리는 노쇠하고 작았으며 말을 할 때는 무척 느렸다. "아무도 없단다, 겁내지마,..
나무 동자 - 6. 인형(人偶) 원스는 고개를 돌려 보았고, 차 안은 텅 비어 있어 죽은 듯 고요했다. 마치 장례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들 둘 뿐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착각이었던 것 같았다. 사방이 오래된 먼지 냄새로 가득했고 가죽 시트 의자는 방치된지 오래 되어 찢어지고 얼룩져 있었다. 원스는 좌석의 손잡이를 잡아 몸을 일으켰는데, 손에 녹이 묻어났다. "제가 방금 못 버티고 졸았는데, 눈을 뜨니까 이랬어요." 샤챠오의 흐느낌이 심해졌다. "원 형, 무서워요……." 원스는 그의 "멋진" 얼굴을 훑어보고 소리 없이 의자 등받이를 짚고 차 문 쪽으로 걸어갔다. "가지 마요! 원 형, 가지 마요, 기다려요, 기다려요!" 샤챠오는 홀로 떨어지는게 겁이 나는 것처럼 황급하게 쫓아왔다. 원스는 그를 기다릴 생각이 없어 그대로 계단을 ..
속세의 고인 - 5. 초상화(画像) 업장은 한 사람이 등에 진 죄업이다. 선천적인 것도 있고 후천적인 것도 있다. 하지만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시에원 같은 이런 것은 세상에 보기 드문 것이었다. 역시 부모를 해하고 남과 자신을 해하는 천살의 운명이었다……. 샤챠오는 원스가 눈을 감고 목젖이 가볍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의 양 미간 사이에는 어떠한 감정이 감돌고 있었는데, 금방 사라져버려 아마 그 자신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잠시 멍하니 있고 나서야 샤챠오는 이해했다. 원스에게 짧게 스쳐 지나간 감정은 아마 일종의 옅은 슬픔일 것이다. 혹은…… 안타까움이었다. 그는 션챠오의 눈 속에서도 본 적이 있었다. 이런 것들은 판관으로서 세상의 어떤 사람들을 볼 때 늘 얼마간 드러나게 되는 감정이었다. 원스의 입술이 다시 움직였다. 샤챠오..
속세의 고인 - 4. 시에원(谢问) "됐어요, 됐어요, 제가 그냥 그 시에 누구한테 전화 할게요." 샤챠오는 앞에서는 그를 생명의 은인이라고 불렀지만 뒤에서는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렸다. 그는 원스를 향해 종알거렸다. "새벽에 방을 본다니 무슨 꿈 같은 소리예요, 게다가 6시 45분에는 할아버지 유골함을 들고 산에 올라야 하는데, 이따가 그가 오면 저는 유골함을 두고 그에게 방을 보여주던가 아니면 그와 함께 무덤에 가서 말을 해야 해요. 그렇죠, 형——" "형?" 그는 반 쯤 말하다 그 조상님은 한 글자도 듣지 않고 미간을 찌푸리며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원 형?" "원 형형형형형?" "……." "아버지!" 원스는 마침내 "아버지"라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뭐라고?" 샤챠오 "……." 요 망할 놈의 주둥아리.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