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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중작 - 45. 지인의 아들 60. 해련이 새 무기를 시험해 본 날 저녁, 페크나는 사람들에게 내일 사귀만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소식을 선포했다. 사람들은 모닥불을 둘러싸고 손에는 술병을 들고 얼굴의 기름때도 깨끗이 닦지 않은 채로 황혼 속 허리가 꼿꼿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제군들, 우리는 이 섬에서 이미 충분히 오래 머물렀다, 모이인들이 사귀만에 터를 잡고 마을을 지을 정도로 말이야." "모이인들이 사귀만을 꿀꺽하려는 걸 알고 있었군, 난 당신이 사귀만을 그놈들에게 바치고 꼬리를 말고 이 망할 곳을 새 집으로 삼으려는 줄 알았죠!" 누군가 소리쳤다. 여요호의 선원이었는데 그들은 상위와 위아래 없이 지내는 것에 익숙하여 상위만을 선장으로 인정했고, 페크나라는 바다의 패자에 대해서는 경외라기보다는 기탄하여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는..
제10장 - 야원夜怨 2 "진 오라버니, 그게 무슨 뜻이세요?" 사심미의 미소가 굳어졌고 침상의 천이 그녀의 얼굴을 덮어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진 오라버니는 제가 귀괴 같으세요?" "그런 말이 아니야." 백리결명은 그 음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 생김새를 봤을 때 사내 같으냐, 여인 같으냐?" "……사내요?" 사심미는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주저하며 말했다. "그래, 저렇게 크고 건장한데 여인일 턱이 없지. 그러나 방금 여자 얼굴을 하고 연지분까지 바른 걸 봤어." 백리결명은 역겹다는 표정을 드러내었다. "소름이 끼치더라." 사심미는 미소를 유지한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저와 닮았다는 건 무슨 뜻이예요?" 백리결명은 평생 남의 눈치를 살필 줄을 몰라, 사심미의 미소 속 위험한 뜻을 깨닫지 못한..
제9장 - 야원夜怨 1 곤산은 고소에서 멀지 않았는데 오봉선을 타고 물길을 따라 내려가면 나흘이면 도착하는 곳이었다. 마침 한여름으로 날이 좋았고, 수많은 집들이 강가를 마주하고 있으며 작은 배는 수로를 들어갔다 나왔다. 이웃의 소낭자는 난간에 쪼그리고 앉아 옷을 빨았고 손목이 물빛으로 물들어 서리보다도 더욱 깨끗했다. 백리결명은 뱃머리에 서 있었는데 오는 길 내내 세탁을 하던 여인들이 그를 향해 연방을 던지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후에 사심미 역시 선실을 나와 백리결명의 발치에 앉고 나서야 연방 비는 그쳤다. 저녁 무렵 유 부에 도착하였고 고개를 들어 보니 기와는 푸르고 담장은 희었으며 기와 높은 곳에 유 씨 집안의 편액이 걸려 있어 기개 있고 위엄이 드높았다. 맞이하러 나온 관가가 유부춘에게 몇 마디 귓속말을 하자 유부춘은..
제8장 - 음친阴亲 4 그들의 이런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마음 깊은 한 쌍 같았다. 유부춘은 슬펐지만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는 심미를 알아보지 못했으나 진추명은 알아보았고, 그는 심미를 구하지 못했으나 진추명은 구했다. 눈을 들어 바라보니 소녀는 소년의 품에 기대어 있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에는 그녀를 구해준 사람 뿐이었다. 그는 코를 삼키고 서글프게 생각했다. 그는 진추명만큼 대단치도 못하고 진추명만큼 그녀를 사랑하지도 않는다고. "그래." 여귀가 백리결명에게 말했다. "아내를 데리고 마음에 드는 관에 눕도록 해." 다른 사람들 "……." 백리결명은 사심미의 목 위의 붉은 손자국을 응시했고 안색은 더욱 흐려졌다. "저 귀 여편네가 한 거야?" 사심미는 가련하게 말했다. "저를 꼬집으면서 죽이겠다고 했어요. 사촌 언니가..
아이야허 미안록 - ForALie (3) 지용타오는 요즘 바닥이 좀 눅눅하다고 생각했다. 남방의 습냉한 겨울에는 나무바닥이 잘 상했고, 거실 바닥의 절반은 울퉁불퉁했다. 시간이 되면 왁스를 칠해야겠다, 썩어버리면 귀찮으니까. 그는 자신의 집 나무 바닥 아래의 빈틈 사이가 돈과 총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 쉬페이는 매일 거의 오후가 다 되어서야 깨어서 하품을 하곤 아무렇게나 머리를 묶은 뒤 이를 닦고 세수를 했다. 밤에는 또 잠을 안 자고 한밤중까지 텔레비전을 보았다. 지용타오는 때때로 야간 당식을 서는데, 돌아오면 거실 텔레비전이 아직 켜져 있고 쉬페이는 소파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텔레비전 옆의 영화 비디오테이프의 수가 급속히 증가했고 지용타오는 쉬페이가 어디서 돈이 생겨 그 많은 테이프를 사는지 알 수 없었다. 쉬페이는 ..
제7장 - 음친阴亲 3 유부춘과 원 씨 형제는 마른 우물을 탐색하고 난 뒤 길가에서 만났는데, 시간이 아직 이른 것을 보고 바로 이 부로 돌아가지 않고 마을 입구에서 백리결명을 찾아왔다. 백리결명은 갈고리로 우물 바닥의 시체를 건져 올리고 있었는데 그는 운이 괜찮은 편이어서 사정을 찾을 수 있었다. 안에는 전부 어린 아이의 시체였는데 흰 뼛조각과 둥근 두개골은 대부분이 파손되었고 뱀의 뼈가 많이 섞여 있었다. 사정蛇井은 말 그대로 뱀蛇을 사육하는 마른 우물이다. 다만 그들이 먹는 고기가 죽은 아이의 고기일 뿐이다. 유부춘 일행 세 명은 그를 도와 모든 해골을 건져 올려 바닥에 늘어놓았다. 온통 산산조각이 나 있어 두개골만 해도 열 개는 있었고 남은 가슴뼈나 갈비뼈는 물론이고, 영아의 뼈는 더욱 많아 맞출 수가 없었다. 원대는 ..
해중작 - 44. 연우총 59. 어젯밤 방정란이 떠난 뒤에야 해련은 그가 가져온 철 상자 안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물어보는 것을 잊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다행히 이틀 뒤 그는 그 물건을 볼 뿐 아니라 근거리에서 만져볼 수 있었다. 이틀이 지나갔고, "투모"라는 이름의 북모 전문가는 페크나 일행의 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상위의 원래 자리마저 차지했다. 방정란은 남의 비위 맞추는 것에 정통하여 매일 페크나의 곁에 서서 그와 이미 소실된 《길광황운서》에 쓰여 있는 물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행히 상위는 며칠 간 마음 쓸 곳이 많아 파이프를 태우고 또 태웠고 해신호에 가서 어울리지 않았다. 선장이 무단결근 중이니, 해련에게 무어라 할 사람은 더욱 없어서 그는 홀로 섬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안타깝게도 일등항해사 그림자가 ..
제6장 - 음친阴亲 2 여귀는 신랑의 머리를 끌고 떠났고 사람들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기어나왔다. 원이는 몰래 문턱을 넘어 여귀의 흔들리는 뒷모습이 요문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벌렁거리던 가슴이 마침내 가라앉아 그는 문턱에 엎드려 한숨을 푹 쉬었다. "방금 누가 방귀 뀌었어?" 원대가 큰 소리로 욕을 했다. 유부춘은 얼굴을 굳히고 천천히 손을 들었다. 사람들은 말을 잃고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유부춘은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고 원 씨 형제는 양 옆에서 그의 손을 붙잡고 자비롭게 앞으로는 조금 먹으라고 당부했다. "귀가 돌아오지 않은 틈을 타 방을 바꾸자." 백리결명은 사심미를 업고 옆방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발소리를 죽이고 들어가 문을 살짝 닫았다. 주변의 소리가 그친 산 속 마을은 오직 처량한 남녀의 귀곡성만이 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