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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중작 - 38. 배우 49. 배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번개가 어두컴컴한 하늘을 찢는 것이 흡사 여인의 처절한 고통이 선실의 초조한 공기를 찢는 듯했다. 해련은 어머니의 방에서 쫓겨났다. 남자아이는 흔들리는 선실 속에서 똑바로 서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벽의 고정하는 데 쓰이는 밧줄을 쥐었다. 누구도 그에게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머니는 어떻게 된 것인지 알려주지 않았고 늘 웃는 얼굴의 히히 형은 머리 위의 갑판 위였는데 욕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늘 온화하던 봄 누나는 그를 어머니의 방에서 내보낸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아버지는 어디 갔지? 또 한 차례 파도가 밀려왔다. 해련은 버티지 못했고 손 안의 밧줄은 미끄러져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다행히 그가 다른 선주에 부딪히기 전에 한 사내의 품 속으로 ..
해중작 - 37. 여요호 47. 여요호는 큰 배다. 이 "크다"는 것은 배의 톤 수와 배에 탄 이백 명에 가까운 선원 뿐 아니라 사십 여 대의 까맣고 묵직한 대포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이런 규모의 배는 각 나라 해군 중에서도 주함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배가 사귀만에 멈췄을 때 그것은 페크나가 주둔한 초소와 성이었으며 바다를 다닐 때의 여요호는 무너지지 않는 움직이는 보루였다. 해련은 상위를 따라 여요호의 위아래를 둘러보았고, 지금 보루의 심장인 선장실에 서 있자 저도 모르게 감탄스러워졌다. 상위는 그의 감탄을 알아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큰 배는 본 적 없지?" 맞은편의 청년은 상위의 말에 곧장 대답하지는 않았다. 그는 입을 열었다. "내가 열두세 살 때 집에 먹을 게 없어서 티수의 선착장에 가서 돛대에 못을 박는..
해중작 - 36. 상위 45. 누렁니는 갑작스러운 주먹질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났고 시야가 맑아지기도 전에 마찬가지로 딱딱한 것이 또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의자가 남자의 머리에 맞아 옆으로 튕겨나갔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옆 탁자 위에 놓인 유일한 동주 사기 그릇에 부딪쳤다. 사기 그릇은 날아갔고 그릇이 깨지는 소리와 누렁니가 탁자에 부딪치는 소리가 같이 울렸다. "망할 놈이, 사람을 패려면 그냥 패, 왜 물건을 망가트려!" 술집 주인은 카운터 뒤에서 욕을 했고, 해련이 은화 한 개를 던져 그의 입을 막았다. 사귀만에서 싸움질은 침을 삼키는 것보다도 일상적인 일이었고 누렁니가 이렇게 도발하는 것도 자연히 마음 속에 방비가 있어서였다. 그는 그저 해련이 손을 쓸 때 약간의 징조도 없을 줄은..
해중작 - 35. 사귀만 43. 사귀만의 이름의 산호초 한 무리가 섬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지어진 것인데, 섬은 머리와 같고 해초는 이와 같아서 멀리서 보면 기괴한 해골 같아 "사귀만沙鬼湾", "살귀만煞鬼湾"이라고 했다. 이곳은 윤해 남서부의 공해에 위치해 있는데 장소가 미묘하여 남쪽으로 순풍을 타면 티수, 판수이 등 나라에 이르고 북쪽으로는 북막의 창랑만, 동쪽으로는 동주에 갈 수 있어 많은 나라들이 호시탐탐 이곳을 노리며 차지하려 했다. 하지만 파견된 함대는 늘 일 년도 견디지 못하고 각 세력에게 파먹혀 뼈만 남았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진정으로 뿌리를 내린 것은 왕래가 자유로운 해적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사귀만은 곳곳에 피 묻은 깃발이 흔들며 윤해의 거의 모든 중요 항로를 손에 넣었고 지나가는 상선은 칠팔 일의 시간을 더 ..
해중작 - 34. 본색 42. 박수소리가 멀어지고 음악이 멈추며 사람들이 점차 흩어졌다. 해어 역시 원형의 반대편에서 팔짝팔짝 뛰어왔다. "이런 건 언제 배웠어?" "바다에서 한가할 때, 어느 늙은 선원이 가르쳐줬어." 해련은 그녀의 진흙이 튄 치맛자락을 바라보았다. "치마 더러워져도 괜찮아?" "괜찮아, 돌아가서 빨면 돼." 해어의 시선은 옆으로 옮겨가며 방정란이 지은 겸손하고 선량한 미소를 향했다. "당신은…… 오빠의 친구인가요?" "맞아." "맞습니다."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말했고 방정란은 저도 모르게 해련을 힐끗 보았다. 해어는 방정란을 향해 인사했다. "그럼…… 당신도 오빠저럼 저를 소어라고 부르시면 돼요, 저는 어떻게 불러드려야 할까요?" 역시 오누이였다. 방정란은 이전에 슬쩍 보았을 때 낯이 익다고 생각했을 뿐..
불견상선삼백년 - 15. 점소 녕회삼과 외팔이는 성 외곽의 교외 산길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오르기 전, 의오생은 천을 걷어 올려 먼 곳을 바라보았다. 밖에는 눈이 너무 많이 내리고 있어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윤곽만 볼 수 있었다. 부하 두 명 중 한 명은 유난히 마르고 작아 언뜻 보기에는 열 네다섯 살의 소년 같았다. 어린 아이인가? 의오생은 고개를 흔들며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요즘에는 어린 나이에 사마도에 드는 이도 분명 적지 않으니 한스럽고 슬픈 일이로구나. 그는 예전에 이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순간 마음이 약해져 살수를 쓰지 못했다. "선생님, 왜 고개를 흔드십니까?" 오행설이 물었다. 그는 목소리가 좋아서 이렇게 말을 하면 평범한 귀공자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듣고 있는 사람은 마음이 불안..
해중작 - 33. 노래와 춤 40. 결국은 따라왔다. 진유옥이 던지는 무수한 눈짓과 왕녀 전하의 의아한 눈빛을 무시하고 방정란은 자신이 무슨 엉터리 이유를 지어냈는지도 깨닫지 못한 채 먼저 물러났다. 그는 속으로 자신을 욕하며 외투를 벗고 목표인 두 사람에게서 멀지 않은 곳의 사람들 무리로 섞여 들어갔다. 지난번 달밤의 미행이 정보를 확인하고 수집한 것이라 자신에게 설명할 수 있었다면, 모처럼만의 왕녀와의 만남과 현장을 미리 떠난 시녀와 해적을 훔쳐보는 것 중에서 대체 무엇이 중요한지는 정상이라면 누구도 잘못 고르지 않을 것이다. 방정란은 스스로가 멍청하지는 않다고 자인했으나 여자 아이가 해련의 가슴에 고개를 기댄 순간 문득 마음이 흐트러졌다. 그는 해련이 이렇듯 후회하는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그가 지금껏 해련이 이렇게 즐..
해중작 - 32. 오누이 38. 해련은 본래 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거리는 소리 속에서 제5막까지 버틸 수 있을 줄 알았으나, 결국 자신이 언제 잠에 들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누군가 다가와 그를 깨울 때에도 청년의 눈꺼풀은 여전히 미련을 품고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그는 등받이에 기대 몸을 고쳐앉은 후에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 상대를 보았고 목소리는 나른했다. "누구야……." "오빠." 목소리는 가볍고 부드러우며 약간의 억울함과 연약함을 지니고 있었으나 해련의 귀에는 천둥소리 같았다. 청년의 가늘게 뜨여있던 눈이 순간 휘둥그레 커졌고, 그는 두말 않고 일어나 떠나려 했으나 소녀는 급히 그의 소매를 쥐었다. "오빠……." 울음기가 어려 있었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상대가 이렇게 나오면 해련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