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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견상선삼백년 - 7. 벌레가 움직이다 “어쨌든 그날부터 저희 도화주는 오랫동안 외부 손님을 받지 않았는데, 바로 또 이런 일이 생길까봐 염려한 것입니다." 접객 제자는 수련이 깊지 않고 나이가 많지 않아서 오행설이 기세가 등등할 때는 아직 기억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으나, 이런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여전히 안색은 창백해졌다. 옛 일의 깊은 그늘은 거의 입으로 전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의오생 선생님과 저희 가주였습니다. 어쨌든 그 악랄한 수단에 당한 것이 지친이었으니까요." 접객제자가 말했다. "의오생 선생님은 슬픔이 극에 달하여 주화입마에 들 뻔했지요. 그 이후 몸이 많이 안 좋아지셨습니다. 소위 의원도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는 없다고 하잖습니까, 그분은 매년 한참씩 폐관하여 휴식을 취하며 이 ..
해중작 - 22. 죽은 사람 "죽은 사람?" 방정란이 눈썹을 치켜떴다. "죽은 사람이 많았지!" 늙은 거지는 두 팔을 벌려 거리를 재었다. "여기저기서 사람이 바닥에 누워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어. 누군가는 아직 숨이 붙어 있고 눈도 까뒤집지 않아서 내가 가서 불을 비춰보니 아가씨더라고! 나이도 안 많아, 입가에는 계속 피가 나서 척 봐도 구할 수 없다는 걸 알았지." "강도였습니까?" 늙은 거지가 연신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선생, 여기 온지 얼마 안 됐지. 우리 여기는, 아주 난리거든! 8년 전에는 더 심했지!" 그는 또 코를 훌쩍였고 엄지를 뒤로 뻗어 뒤쪽 산에 있는 황궁을 가리켰다. "그때 절름발이가 위로 올라가기 위해 꼬박 한 달 동안 망나니들은 일을 멈추지 않았고 단두대 위의 칼날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몰..
불견상선삼백년 - 6. 미친놈 이것은 분명 손님을 맞이하여 일 이야기를 하는 곳이리라. 배치가 신중하고 간단하며, 양쪽에는 각각 몇 개의 조각 의자와 네모난 탁자가 있었다. 제자는 그들더러 앉으라고 하더니 차 두 잔을 가져왔다. 오행설이 사양하지 않고 한 모금 마시니 맑고 은은한 복숭아 향이 났다. 정방의 제자 몇 명이 비질을 하다가 손님이 오는 것을 보고 잇달아 인사를 했다. 청화당 한복판에 긴 감대가 있었는데 대 위에는 옥으로 조각한 신상이 놓여 있다. 비질하던 제자는 신상에 향을 올리고 물러났다. 이 신상은 춘번성 안의 그 거상과 똑같았다. 다만 성 안의 것은 돌로 조각한 것이고 화 가의 것은 부용옥으로 조각한 것이었다. "이건 누구야?" 오행설이 차를 들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 "화신花信." 소복훤이 대답했다. 오행설은 그제야..
해중작 - 21. 다음날 아침 27. 다음날 아침, 해련은 오브라이언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상대방은 해련의 까치집 같은 머리카락과 멍든 입가에 깜짝 놀랐다. "너…… 또 형이랑 싸웠어?" "……." 해련은 눈을 흘겼다. "그와는 상관 없어, 일하다 다친 거야." 비록 해련은 자신이 싸움꾼이라고는 했으나 오브라이언은 삼 년간 그가 지붕에서 칼을 갈고 스트레칭하며 햇빛을 쬐는 것만 보았지, 상처를 입고 돌아온 것을 보는 경우는 적었기 때문에 이웃의 직업에 별 실감이 없었다. 지금 해련의 전신이 상처투성이인 것을 보자 그제야 "그가 정말로 위험한 일을 하는구나"라는 감각이 들었다. 작가는 머리를 긁었다. "그러면…… 너 괜찮아? 병원 가봤어?" "찰과상이라 이틀 요양하면 나아. 무슨 일이야?" 해련이 물었다. 오브라이언은 ..
불견상선삼백년 - 5. 화 가 오행설은 당연히 떠나지 못했다. 첫째, 성문 입구까지 왔는데 이렇게 가버리자니 정말 아쉬웠다. 둘째, 그에게는 분명 갈 곳이 없다. 그들이 잔교栈桥 옆에서 잠시 머뭇거리고 있으니 그 검을 멘 제자 두 명이 다가왔다. 오행설은 그들의 은사검银丝剑에 달린 술에 부용옥으로 조각한 복숭아꽃 한 송이가 걸려 있고 요패에도 '화'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 춘번성의 어느 '화' 씨 문파에서 나온 것 같았다. 항구와 성문 같은 중요한 곳을 지킨다면 지위가 낮지 않은 선문의 대부호 일 것이다. "여러분은 성으로 들어가십니까?" 두 제자가 인사를 하며 말했다. "이 며칠 부근에 일이 좀 있어서 성에 들어가시는 걸 자세히 살피고 있습니다. 만약 당돌하게 죄를 짓게 되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들은 녕회삼과 외..
해중작 - 20. 힐월절 26. 해련은 방정란이 사다리 위로 끌어올린 이후에야 지붕 위에 사람 말고도 다른 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두 걸음도 되지 않는 공간에 술 한 병과 좋은 잔 두 개, 간식이 하나 있었다. 술잔은 척 봐도 금령화 부인에게서 빌려온 것이었는데, 간식과 술은 동주인이 어느 술집에서 사온 것 같았다. 해련은 눈살을 찌푸렸다. "뭐하는 거야?" "보다시피, 달 감상을 하고 있었지." 방정란은 웃으며 대답했다. "한 잔 할래?" 상대는 청하며 말했다. 평소였다면 해련은 아마 차갑게 코웃음을 치고 거절하며 방 안으로 들어갔을 테지만, 오늘 마주한 일들이 사람을 구역질나게 해서인지 평소 눈에 거슬리던 사람이 조금 거슬리지 않게 되었다. 해련은 손을 흔들고 거리낌 없이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그러면 한 잔 하고...
불견상선삼백년 - 4. 출옥 오행설은 눈을 깜빡였다. 그는 한가한 나날을 보내는 것이 익숙해져 있다가 난생 처음으로 남이 목을 잡고 위해를 가하는 일을 당한 것이었다. "날 죽일 거야?" 그는 소복훤을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소복훤은 입술을 움직였으나 말을 하지 않았다. "날 죽이면 안 돼." 오행설이 다시 말했다. 소복훤은 여전히 손에 장검을 쥐고 있고 눈빛은 곧은 콧대를 따라 내려왔다. 잠시 후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어째서." 그는 목소리가 낮았고 오래도록 입을 열지 않아 살짝 잠겨 있었다. "왜냐하면 사람을 잘못 봤거든." 오행설이 느리게 말했다. 그는 소복훤이 순간 깜짝 놀라거나 눈살을 찌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는 여전히 그를 내려다보며 덤덤했다. 오행설은 멈칫하다가 곧 깨달았다. : 아마 원 ..
해중작 - 19. 막을 내리다 24. "사람 죽었어——" 관중석 한쪽에서 비명이 터졌다. 해련의 칼은 아직 열마의 가슴에 닿아 있었는데, 이 낡은 쇳조각은 돌과 같은 근육을 그어 녹이 슨 칼날을 상대의 심장까지 들여보내지는 못했다. 해련의 칼보다도 한 걸음 빨랐던 것은, 독전갈 호박의 칼이었다. 여성 파트너의 흰 치마, 가면, 귓가의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벌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높은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남성 파트너가 어느 틈에 지목 당하고, 또 언제 목숨을 잃었는지 그녀만 몰랐던 것이 아니라 그들을 보호하던 경호원 역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이 알아차렸을 때는 죽은 자의 커다란 몸은 이미 파트너의 드러난 어깨를 따라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놀라움은 열병처럼 빠르게 죽은 사람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