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58) 썸네일형 리스트형 불견상선삼백년 - 10. 부활 소복훤의 눈빛은 살짝 가라앉았다. 그는 마치 "오행설"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았으나 아요가 옆에 있던 탓에 결국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붉은 기둥 옆에 있던 사람이 그를 바라보더니 잠시 후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왜 그렇게 쳐다봐?" 오행설이 물었다. 소복훤은 턱을 들어 온 바닥의 피와 미치광이 아요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나한테 묻는 거야?" 오행설은 바닥의 의오생을 쳐다보며 잠시 조용해졌다. 이전에 사마를 산책시키며 온 도화주를 돌아다닐 때 그는 정신이 무척 또렷했다. 지금 피웅덩이 옆에 서 있는 그는 목소리가 낮았고 피부색은 조금 창백하여 괜히 나른해 보였다. 그런 표정을 보자 소복훤은 살짝 눈썹을 찌푸리고 시선을 옮겼다. 그는 갑자기 묻고 싶지 않.. 해중작 - 27. 새 옷 31. 방정란이 위층에서 자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해련은 아래층에서 주방장을 도와…… 닭을 한 마리 죽였다. 그는 칼 솜씨가 대단하여 목을 베어 피를 내고 털을 뽑았고 칼 선은 닭의 가슴에 직선을 그렸다. 잠깐 사이에 이미 내장이 하나하나 탁자 위에 놓였고 손목이 다시 수십 번 움직이자 닭고기도 균등하게 그릇 속으로 들어갔다. 뚱뚱한 주방장은 깜짝 놀라서 그에게 어렸을 때 어느 술집에서 견습생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해련은 고개를 저었다. "이치는 통하니까." 그의 이 말은 뜬금없었고 더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마침 요노르 부인이 거실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자 해련은 식칼을 내려놓고 나갔다. "오래간만에 왔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정말 미안하구나." 부인은 미안한 듯 웃었다. "아니에요, 겸사겸사라.. 해중작 - 26. 대답 요노르는 잠시 침묵을 지킨 뒤 대답했다. "미안하네, 나는 자네 질문에 대답할 수 없어." "어째서죠?" "젊은이, 비록 내가 진작부터 측근 대신이 아니며 종이 더미에 머리를 묻은 영감일 뿐이나, 국왕에 관련된 모든 일들을 말할 수 없음을 용서해주게." 노인의 손가락이 나무 팔걸이를 두드렸다. "내 충성심이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허락치 않는군." "충성심? 당신을 귀양보내고 연금과 봉지를 박탈하며 신명궁의 보잘 것 없는 필묵 수입으로 작위를 유지해 나가게 하는 폭군에게 충성하십니까?" 방정란은 한숨을 쉬었다. "이 방면에서 저희의 태도가 반대인 것 같군요." "아니." 노인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나는 내 국가에 충성하네." 방정란은 입을 다물었다. 회색 비둘기 몇 마리가 창가로 날아왔다. 그들은 고.. 불견상선삼백년 - 9. 살인 평소 의오생은 폐관하기 전 서오원에 금제를 걸어 누군가 실수로 난입하여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 보통 제자들은 이 규칙을 알지만 새로 입문한 이들이 알 수 있을지는 보장할 수 없었다. 더욱이 도화주 도처에서 난리를 피우는 미치광이 아요는 말할 것도 없었다. 지금 그 금제는 아직 유효하여 지면 아래의 사마도 건물 앞에 가로막혀 한 걸음도 걷기 어려웠다. 다른 것들이 움직이지 않을 때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유달리 눈에 띄는 법이었다. 의오생이 바로 그 "유일"한 것이었다. 천 명에 가까운 제자들이 쫓아오다 갑자기 멈춰서더니, 놀란 얼굴로 의오생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 일이지?" "선생님은 폐관하고 계셔야 하는거 아니야?" "맞아!" "그럼 그가 왜 여기 나타나 사마 속에 섞여 있는 거지?" .. 해중작 - 25. 바둑판 거리 30. 신명궁은 구몽성의 동쪽에 위치해 있었다. 이곳은 본래는 어느 티수 국왕 총비의 옛 침궁이었는데 미인에게 구몽성의 매일의 첫 햇살을 보여주기 위한 장소였다. 그러나 수차례 바뀐 왕위의 변천 이후 이 아름다운 궁전은 결국 티수의 최고 학부가 위치한 곳이 되었다. 커튼은 뜯겨나가고 산처럼 빽빽한 책꽂이가 들어섰다. 애교있는 여인과 시동들 역시 세월 속에서 사라지며 검푸른 장포를 걸친 스승과 학자만이 그 안을 걸었다. 신명궁 앞 왕권을 상징하는 신의 조각은 전쟁 중 진작 파괴되었고 지금 햇살을 마주하는 것은 거대한 해시계로 정말한 백옥 조각판은 매 해 변하지 않는 원을 투영하고 있었다. 해시계 아래에는 남경어로 작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 오직 시간만이 영원하다. 우연인지 아닌지, 진명궁과 아득히 먼.. 불견상선삼백년 - 8. 참배 손님방 안, 오행설은 갑자기 눈을 떴다. 그는 조금 의아했다. 자신이 방금 정말 잠이 든 것이다. 작도의 사람들은 다 들어봤을 테지만, 그에게는 밤에 잘 때 괴벽이 하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조용할수록 좋으나 그는 아니었다. 조용하면 그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시끄러운 것을 좋아했다. 그는 일찍이 부의 관가에게 농담한 적이 있었다. "아예 작은 극단을 차려서 그들이 옆에서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게 한다면 분명 날이 밝을 때까지 잘 수 있을 거야." 관가는 그 말에 얼굴이 파래져서는 "바깥 사람은 안전치 못합니다." 하곤 그의 창문 밖 꽃나무에 호화령护花铃을 달아주고 각종 새를 키워 나뭇가지에 내려앉으면 소리가 나도록 했다. 이곳에는 극단도 참새도 없었다. 거기다 "수행하는 감옥"도 한 마디도 .. 해중작 - 24. 납치 사건 방정란은 이 요구에 미간도 찌푸리지 않았다. "내가 지금 어디 가서 금광을 구해주지?" "일단 빚져두고 있어도 돼." 주불의는 히죽거렸다. "난 말 잘 통해요." "지금 빚져두면 이후에 이자가 붙을 때까지 기다릴까?" "광산 두 개 정도야 방 천위에게는 식은 죽 먹기라고 믿어." "……." 방정란은 한숨을 쉬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나는 방금 네가 겉모습만 무뢰한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겉과 속이 똑같군." 상대방은 여전히 의기양양하게 그를 향해 손을 들었다. "과찬입니다." 이곳은 비록 백조구에 위치해 있지만 목련 거리 일대처럼 부잣집의 엄숙함과 거만함을 품고 있지 않았고 이곳에 사는 이들 중 대부분은 성 밖에 약간의 재산이 있는 소관이나 티수를 일 년 내내 오가는 박랑상들이었다. 날이 밝아지고 .. 해중작 - 23. 나쁜 놈 28. 방정란이 구몽성에서 만날 수 있는 동료가 어떤 신분일지는 명확했으나, 의외였던 것은 이 사람의 외모와 차림새가 예상했던 양왕의 밀정과는 정말……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눈앞의 이 사람은 키가 크지 않았고 나이도 많지 않았으며 구몽성에서 소녀들을 등쳐먹는 방탕아들이나 입을 법한 레이스 셔츠를 입고 있었고 허리춤에만 티수 대사관을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증표를 지니고 있어 그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무뢰한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방정란은 손가락을 멈추고 칼을 치웠다. "각하가 나를 안다니, 나도 각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알려주셔야겠지." "주불의周不疑." 무뢰한은 몸을 일으키고 소매를 걷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을 소개했다. "각하라고 부르지 마시죠, 좀 역겹네. 방 천위가.. 이전 1 ··· 6 7 8 9 10 11 12 ··· 33 다음